최근 일본인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소식이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부럽다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 또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아베 총리는 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부의사를 밝혔습니다. 과거사에 대해 반성을 모르는 일본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스틸컷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에 등장하는 9개 나라에 대해서는 부러움을 가져도 됩니다. 흥미롭게도 미국이나 일본, 중국과 같은 나라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우리 신문의 국제면은 3개국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행복지수 1위 덴마크나 군대를 없애고 평화를 수출하는 코스타리카와 같은 나라는 접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그곳에 특파원을 보낼 언론도 없겠지만. 
 
마이클 무어 감독은 조국을 비판하기로 유명합니다. <화씨9/11>로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 <식코>에서는 의료제도를,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은 총기 소지문제를 다뤘습니다. 이제는 비판을 넘어 대안을 찾기 위해 마이클 무어가 직접 외국으로 떠납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등 계속 지기만 하는 전쟁으로 힘이 다 빠진 미국 국방부 장성들이 무어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무어는 그들의 제안을 받고 외국의 일급비밀을 뺏기 위해 성조기를 들고 침공에 나선다는 것이지요.
 
프랑스는 학교급식, 핀란드는 숙제 없는 학교, 슬로베니아는 대학 무상교육 등이 시선을 끕니다. 아이들이 어떠한 음식을 먹고 어떠한 교육을 받느냐가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봐도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프랑스 아이들이 미국 학생들이 먹는 식판 사진을 보고 놀라는 장면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더군요. 실은 대학교 다닐 때 중고등학교 급식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참 먹고 자랄 아이들이 이런 음식으로 어떻게 하루를 버틸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스틸컷
 
“숙제가 없는 아이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나무나 타면 어떡하죠?” 라는 질문에 핀란드 교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무를 타면 되죠. 그러면 나무도 잘 타게 되고 곤충도 보고, 학교에 와서 그 얘기를 할 수 있잖아요.” 교사의 수준이 곧 학생의 수준이죠. 핀란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등장한 올해부터라도 숙제가 없으면 공부를 안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입니다. 지금은 시험점수가 대안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대하소설을 펴내는 조정래 작가가 <풀꽃도 꽃이다>라는 책을 펴내고 “OECD 국가 중에서 주입식 암기교육을 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밖에 없다. 한국의 모든 교육제도는 일본 것의 답습이다. 식민지로부터 독립해서 70년이, 71년 됐는데 아직도 교육식민지에 있는 거랑 똑같다”라고 비판할 정도입니다.
 
슬로베니아 대통령은 마이클 무어를 만나줍니다. 대학 무상교육을 가져가도 좋다는 것이죠. 학자금 대출로 허덕이는 미국 대학생들의 모습은 한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등록금을 버느라고 정작 공부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다음은 직장인들이 부러워하는 제도입니다. 이탈리아는 연 8주의 유급휴가를 자랑합니다. 이탈리아 사장은 휴가는 권리이자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CEO처럼 돈을 더 많이 벌고 일도 많이 시키면 되지 않을까? 라는 질문도 이들에겐 의미가 없습니다.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오랫동안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니깐 요. 
 
▲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스틸컷
 
일본인들이 꼭 봐야할 장면은 독일입니다. 과거 나치 정권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어릴 때부터 철저히 반성하면서 크도록 교육하지요. 일본이 노벨상은 수천 명 배출한다 해도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면 존경 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마약중독자를 체포하는 것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경찰(포르투갈), 처형보다 용서를 택하는 시민의식(노르웨이) 등도 놀랍습니다.
 
이제 두 나라가 남았습니다. 공통점은 여성입니다. 튀니지는 여성이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이슬람사회에서는 놀라운 반전입니다. 아이슬란드는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나라입니다. 1970년대 아이슬란드의 여성 90%가 참여한 파업으로 아이슬란드는 남녀고용평등법이 의회를 통과합니다. 1980년 이혼한 싱글맘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는 유럽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물론 세계 240개국 중에서 9개국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단지 미국, 일본, 중국이 세계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국민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마이클 무어가 외국에서 찾고자 했던 제도가 실은 미국에서 먼저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한국 또한 홍익인간이라는 교육이념과 효충도라는 전통문화가 있습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국학운동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변화는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후손들의 미래를 향해야할 것입니다. 지금은 헬조선이라고 낙담하는 사회라고 하지만, 이것을 대물림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