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무 살!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뒤뚱거리는 나는 ‘죽고 싶어’를 수없이 내 뱉는 시한폭탄이다. … 어느 날 학교도서관에서 발견한 국제인권 관련 책인 ‘모든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읽고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한 세상이 존재하는 것일까? 내가 아는 세상은 장애인이 평생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불행한 세상인데, … 부끄럽다. 그나마 나는 행복한 편이다. 이렇게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 비하면 정말 행복하다. …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나를 쉽게 포기하지 말고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지구에서 열심히 살아나가야 한다. 아마도, 이렇게 넓고 넓은 반짝이는 지구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니 끈질기게, 생명이 다 할 때까지 나는 우리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 나가야 한다.』
- ‘모든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읽고 / 부산솔빛학교 고등3 안나경(중‧고등부 대상)
 

대상에 선정된 안나경(부산솔빛학교 고등3) 양의 독후감이다. 학교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을 읽고 다시 행복을 꿈꾸는 '예쁜 마음'이 담겨 있다. 장애 아동ㆍ청소년 독후감 대회에서는 매년 전국 시각·청각·지체·발달 등 장애 아동·청소년 7만 여명이  자신의 장애를 ‘책’으로 극복해나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장애 아동ㆍ청소년 독후감대회’는 전국의 장애 아동·청소년이 독서를 통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꿈과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주고자 매년 9월 독서의 달에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이 개최한다. 

▲ 지난해 열린 제8회 장애 아동 청소년 독후감대회(체험형 독서프로그램).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올해는 지난 6월 20일부터 8월 12일까지 43개교에서 총 208편을 접수했다.  초중고부를 각 장애유형별(시각 청각, 지체, 발달장애)로 나눠 8개 부문으로 심사하였다. 심사 결과 남승진(도평초등학교 초등4) 군과 안나경(부산솔빛학교 고등3) 양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하였다. 우수학교상은 광주세광학교(시각장애), 서울삼성학교(청각장애), 전북푸른학교(지체장애), 안동진명학교(발달장애) 등 4개교가 수상한다. 이밖에도 최우수상 8명, 우수상 7명, 장려상 41명 등 총 58명의 장애 아동·청소년들을 시상한다.

오는 26일(월)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에는 전국 특수학교 및 일반학교 특수학급 재학 장애학생 중 심사를 통해 선정된 수상자 58명과 지도교사 등이 참가한다. 이중 대상(2명,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최우수상(8명, 국립중앙도서관장상)을 수상한 학생들은 자신이 읽은 책을 통해 감명 깊었던 내용을 발표한다. 

시상식에 앞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실내악 '우리동네 음악회' 연주를 통해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 엘가의 ‘사랑의 인사’ 등 '책’에 이은 감동의 선율을 선사한다. 오후 3시부터는 참가학생에 대한 시상과 아울러 독후감 지도 우수학교에 대한 시상이 이어진다.

국립중앙도서관은 향후에도 지식정보 취약계층인 수많은 장애 아동·청소년들이 책과 도서관을 통해 꿈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독서진흥 프로그램과 문화행사를 운영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