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추석이다. 풍성한 결실의 계절이건만 국민의 가슴은 답답할 뿐이다. 북한은 막무가내로 5차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세계가 인정하듯 가장 성공적인 폭발 결과로 북한은 핵탄두를 소량화, 계량화하여 곧 실전배치에 돌입할 것이라고 한다. 종잡을 수 없고 잔혹한 김정은의 손에 우리 목숨이 좌지우지되게 된 셈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는 '죽거나, 살거나' 막다른 절벽 끝에 서 있게 되었다. 그간의 대통령들이 북한의 줄기찬 위협에도 혹은 무마한다고 혹은 모르쇠로 눈을 감고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1597년, 정유재란으로 조선은 다시 큰 비극의 늪에 빠진다. 당연히 백성도 다시 도탄에 빠진다. 그 중에도 이순신 장군 개인에게는 더욱 더 큰 불행이 닥친다. 옥에 갇혀 모진 고문을 받다가 겨우 풀려나 목숨을 구하나 어머니는 바다 위에서 돌아가신다. 친상도 못 치르고 백의종군으로 끌려가 도원수 권율의 밑에서 채소밭을 가꾸게 되신다. 곧이어 원균의 칠천량 패전으로 온몸으로 키워 온 조선수군과 아끼던 수하 장졸이 한 번에 수몰되고 배설에 의해 피신한 판옥선 12척만이 겨우 보존된다. 흉사의 연속이다. 아무것도 남아나지 않은 전장에서 "미안해서 할 말이 없다"는 선조의 명령으로 삼도수군을 떠맡게 된다.  장군은 마다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 몇 줌 안 되는 수군을 이끌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피신한다.  고문과 연속적인 불행으로 쇠약해진 몸이 찬바람, 거친 파도로 인해 이진포에서는 죽음을 넘나드는 지경에 이른다. 그 가을, 조선수군의 명줄을 참으로 고단하게도 이어간 장군은 진도의 벽파진에서 추석을 맞았다.

《난중일기》를 보자. 정유년 8월 15일.
"비가 계속 오다가 늦게 개었다.[… ] 보성의 군기를 검열하여 네 마리의 말에 나누어 실었다. 저녁에 밝은 달이 수루 위를 비추니 감회가 매우 편치 않았다."

 

이때부터 약 한 달 간, 장군은 전력을 다하여 조선수군을 추스르면서 마지막이 될 대회전을 준비하시어 마침내 명량대첩을 창조하신다.  9월 16일, 실로 천행으로 명량에서 살아남고 왜군을 물리치니 조선은 다시 그 구차한 목숨을 이을 수 있었다. 이로부터 꼭 한 달 후, 장군에게 또 다시 불행이 엄습해온다. 1597년 10월 14일 새벽 두시 경, 가장 자신을 많이 닮았다면서 사랑하던 셋째 아들 면의 꿈을 꾼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날 오후 늦게 그 막내아들 면이 사망했다는 통보가 온다. 아산의 본가에 침공한 왜군의 특공대에 맞서 어머니를 지키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그날의 《난중일기》이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하지 못하시는고.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 같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마땅한데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런 어긋난 일이 어디에 있을 것이냐. 천지가 캄캄하고 해조차도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남달리 영특하기로 하늘이 이 세상에 머물러 두지 않은 것이냐? 내 이제 세상에 살아 있은들 누구에게 의지할 것이냐? 너를 따라 같이 죽어 지하에서 같이 지내고, 같이 울고 싶건 만은 네 형, 네 누이, 네 어미가 의지 할 곳이 없으니, 아직은 참고 연명이야 한다마는 마음은 죽고 형상만이 남아있어 울부짖을 따름이다. 하룻밤 지나기가 일 년 같구나!"장군은 급격히 쇠약해지신다. 5일 뒤의 일기이다.
"어두울 무렵이 되어 코피를 한 되 남짓이나 흘렸다. 밤에 앉아 생각하고 눈물짓곤 하였다. 어찌 다 말하랴! 이제는 영령이라 한들 불효가 여기까지 이를 줄을 어찌 알았으랴. 비통한 마음 가슴이 찢어지는듯 하여 가눌 길이 없구나." 장군은 봄에는 어머니를 잃고, 가을에는 자식을 앞세워 떠나보내신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도 대한민국의 소위 잘 나가는 1% 지도층의 부패와 독직이 극에 달한 듯이 온 나라가 매일 시끄럽다. 이 나라의 지도자 되려는 사람들이 꼭 불행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어떤 상황도 모면하고 피해가려 하지 말고 바르게 가야 할 일이다. 나라 살림과 국방과 경제, 언론을 책임지는 이들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그 가을을 거울처럼 늘 자신을 비추어 보아야 한다. 아니면 자신과 가족과 나라를 불행하게 하고 오히려 천추에 오명을 남길 뿐이니 이제라도 부디 높은 사람이 되어 권력과 명예를 움켜쥐려는 꿈을 접고 생업에 종사하기 바란다. 영리한 사람들이니 잘 살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없다. 지구상에서 한민족이 영원히 사라질 것인가? 구차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영원히 김 씨 왕조의 노예가 되겠는가? 아니면 막다른 선택이라도 감연히 각오하겠는가? 결심하고 모두 진짜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추석 한가위. 모두가 둥근달을 거울삼아 장군의 마음으로 ‘자신이 진짜’인지 비쳐보고 선택하자. ‘명량’ 앞에서는 모두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 단 하나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짜가 될 때 아름다운 대한민국 앞에 ‘필사즉생’의 기적은 다시 한 번 펼쳐 질 것이다.

 

(사)국학원 상임고문, 한민족 원로회의 원로 위원, 전단협 대표회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