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고대로부터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했다. 민족마다 이름은 달라도 ‘지구 어머니’라는 개념을 갖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서양에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들 수 있다.

그럼 우리에게는? 한민족의 창세신화를 담은 《부도지》(신라 박제상 저)에는 지구 어머니의 성격을 나타내는 ‘마고’가 존재한다. 그러나 한민족의 창세신화라고 해도 마고신화와 그 의미는 한국인에게 낯설다. 이 마고신화가 담고 있는 조화와 상생, 평화정신을 21세기 물질문명에서 정신문명으로 대전환하기 위한 ‘지구인 정신’의 원형으로써 조명을 하는 첫 학술적 시도가 있었다.

▲ 국학원이 지난 8월 17일 개최한 제33회 정기학술회의 '한민족의 창세신화 마고와 지구인정신'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김장실 전 국회의원.

사단법인 국학원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한민족의 창세신화 마고와 지구인정신’을 주제로 제33회 정기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회의에는 유성엽, 박찬우 국회의원, 유 전 국회의원(경기국학원 명예국학원장) 김장실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민족단체 대표들과 권기선 대한국학기공협회 회장, 이성민 (사)우리역사바로알기 대표, 권은미 국학원장 등 각계 인사들과 시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김장실 전 국회의원은 기조강연을 통해 “한민족의 창세신화를 널리 알려서 국민이 알게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전제하면서 마고 창세신화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인류의 시원을 밝히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였다.

▲ 국학원이 개최한 마고학술회의에서 '마고설화와 홍산문명'을 주제로 발표하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정경희 교수.

제1발표 주제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정경희 교수의 ‘마고설화와 홍산문명’이었다. 정 교수는 홍산문명 중 우하량 유적에서 발굴된 여신상이 이전의 여신상과 달리 반가부좌를 하고 두 손으로 아랫배를 감싼 선도수행 형태임에 주목했다. 특히 우하량 유적에서 7개의 여신상이 십자형태로 배치된 것은 마고 7여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정 교수는 한국 선도의 삼원오행사상을 반영한 천지인과 기·화·수·토·천부로 상징되는 유물 형태를 분석하며 “하늘(자연)과 인간이 분리되지 않은 하나라는 천인합일의 선도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마고신화로 첫 박사학위를 받은 석상순 박사(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가 '한국의 마고전승'을 주제로 제천단, 사당, 바위산, 바위 등으로 남은 마고신화의 흔적을 발표했다.

두 번째 발표자는 마고신화로 첫 박사학위를 받은 석상순 박사(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였다. 석 박사는 “우리나라에 전승되어 오는 마고할미설화의 원형이 바로 마고신화”라고 전제하고 우리나라 곳곳에 구비설화, 제천단, 사당, 산성, 바위, 바위산 형태로 남은 마고신화의 흔적을 밝혔다. “조화와 상생을 담은 마고정신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바로 지구인정신”이라고 결론지었다.

▲ 국학원 마고학술회의에서 김정민 박사(카자흐스탄대 역사학)는 '유라시아의 마고문명'을 주제로 마고신화가 유라시아 전역에 널리 분포되었음 발표했다.

세 번째 발표자인 카자흐스탄대학 김정민 박사(역사학)는 우리의 마고신화가 러시아의 마꼬쉬 여신, 우크라이나의 모꼬쉬, 북유럽의 노른 등 창조의 여신으로서 유라시아전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점을 주목했다. 김 박사는 “러시아 등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상고사와 신화를 연구지원하고 있다.”며 상고사 연구에 소홀한 현실을 지적했다.

▲ 조성제 무천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무교에 나타나는 마고사'를 주제로 "마고의 정신이 우주 만물의 가치를 인정하는 생생지생의 정신"이라고 발표했다.

마지막 발제자는 무천문화연구소 조성제 수석연구원으로, ‘무교에 나타나는 마고사’를 발표했다. 조 연구원은 “유불도(儒佛道, 유교 불교 도교) 삼교가 마고 삼신사상에서 파생된 종교”라며 무교와 설화 속에서 무교와 불교가 습합된 형태 등을 살폈다. 또한 조 연구원은 “마고삼신의 정신은 조화를 원칙으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가치를 인정하는 생생지생(生生之生)의 정신”이라며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혼란에 빠진 한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국민에게 생생지생의 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 지난 8월 17일 국학원이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개최한 마고학술회의 참석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