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입니다. 여름의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시원한 바람이 가을을 부릅니다. 가을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지요? 논에서 누렇게 익은 벼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표현은 볼수록 정답입니다.(사진 클릭) 이처럼 가을은 만물이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사람 또한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져야겠지요. 신체의 나이가 스물이 되고 성인이 된다면 이후로는 인격의 나이가 중요합니다. 

▲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스틸컷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에 나오는 철부지 아빠 료타(아베 히로시)를 소개합니다. 유명작가를 꿈꾸는 사설탐정 료타는 이혼하고 매달 양육비를 내는 것도 버겁습니다. 누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고 어머니 집에서 돈이 될 만한 것을 찾기 바쁘지요. 그는 난 말이야, 대기만성형이야이라고 말하지만 아버지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내 쿄쿄(마키 요코)는 자식을 낳으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어느덧 사라졌다고 합니다.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료타는 일하면서 번 돈은 경마와 파친코에 쓰고 아들 싱고(요시자와 타이요)와 보내는 시간엔 복권을 삽니다. 도박이 아니라 꿈이라고 강조하더군요. 3백 엔으로 꿈을 산다는 것이죠. 사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습니다. 그러한 현실적인 계산도 료타의 뇌에는 없습니다. 청소도 하지 않고 지저분한 집에서 홀로 살아가는 그는 다시 가족과 하나 될 수 있을까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세 가족이 하룻밤을 보낼 수 있도록 태풍을 동원합니다. 태풍을 뚫고 집에 가려던 쿄쿄도 전 남편의 집에 머물 수밖에 없게 되지요. 이때 할머니 요시코(키키 기린)는 마치 감독의 대변자인 것처럼 중재에 나서고 명대사도 날립니다.

모두가 되고 싶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하던 삶의 모습이 아니라 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요시코의 메시지는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합니다. 3대 모두가 같이 살고 싶다는 그녀의 눈물이 관객의 가슴을 적십니다.

료타는 아버지 유산을 통해 점차 어른의 눈을 떠갑니다. 그러나 그가 아내의 남자친구로부터 빼앗긴 아버지의 자리를 찾으려면 스스로 독립할 수 있어야할 것입니다. 언제까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홀로서지 못하는 어른아이가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성인이 돼서도 방 정리 하나 손수 해결하지 못하고 남의 손에 맡기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원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최모(24)씨는 입학 전까지 청소를 직접 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부만 잘하면 다 된다는 부모의 맹목적 격려 속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스스로 주변을 돌볼 수 없는 어른 아이가 돼 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부모의 과잉보호는 아이 스스로 선택할 줄 모르는 결정장애로 키우는 것이지요.

물론 부모들은 이렇게 반박합니다. 다 너를 위해서야.” “내가 설마 너에게 해가 되는 일을 권하겠니?라고.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이러한 말이 부모의 대표적인 자기기만이라고 지적합니다. 자신의 의도가 좋으면 자녀에게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죠.

김 대표는 거짓말은 자신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하지만 자기기만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그것을 스스로 거짓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부모들이 자녀의 과제에 끊임없이 개입하면서 자신은 부모이기 때문에 자녀에 대해 항상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과제 개입 행동을 끊임없이 정당화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어른으로 성장해야할까요?

조 벽 동국대 석좌교수는 "스스로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어른이 되는가 아니면 나이든 어린애가 될 것인가를 결정한다"라며 "어린아이가 사회에 나가면 모두가 괴롭다. 베푸는 존재, 어른이 되어야 한다"라고 조언합니다. 즉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어른이 되라는 것이죠. 우리나라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입니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은 <우리말의 비밀>에서 "한민족은 '얼의 민족'이다. 얼이 어린 사람을 어린이, 얼이 큰 사람을 어른, 얼이 커져서 신()과 같이 된 사람을 어르신이라 한다. 그저 나이가 들어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삶을 살아갔던 것이 바로 한민족"이라고 설명합니다.

아이의 얼을 키우는 인성교육이 필요합니다. 나밖에 모르는 나뿐인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 받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죠. 이러한 사람이 장기적으로 성공한다고 말합니다. 남에게 의지하는 어른아이의 삶에서 벗어날 때입니다

 
■ 참고문헌
 
김 호, 《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할까》, 위즈덤하우스2016
이승헌, 《우리말의 비밀》, 한문화2013
한국일보, 청소도 못해 도우미 부르는 ‘어른 아이들’ (클릭) 
코리안스피릿, 20살 젊은이여…널리 이롭게 하는 어른이 되라!(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