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여행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들떠 있더군요.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갈매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바다일까. 아니면 계곡에 발을 담그고 싶은 산일까. 어디든 좋겠지요. 도시를 벗어나서 자연의 품에 안길 테니. 이러한 여행길에 책이 빠질 수 없는 법. 매스컴마다 추천도서가 많네요. 

올해 만난 책 중에서 5권을 꺼냈습니다. 기준이라면 부수가 아니라 ‘통찰력’을 가져다준다는 것. 3월 이세돌 바둑 9단을 누른 인공지능 알파고에겐 없습니다. 이왕이면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 독서는 휴가길에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겁니다.

 
“아이는 신의 선물이다”
 
 
 
약국집에서 자란 한의사 김효진은 네 자녀를 약 없이 키운 엄마입니다. 
 
해열부터 비염, 복통, 설사, 천식, 알레르기, 아토피에 이르기까지 약 없이 치료할 수 있는 가정요법을 상세히 알려줍니다. 1차 의료기관은 병원이 아니라 가정이고 엄마도 최고의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실용도서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심금을 울리는 ‘교육도서’로 읽혔습니다. 저자는 아이를 신의 선물로 보고 있습니다.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지구별에 온 고귀한 영혼이죠.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지 마세요. 늘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보세요. 신의 선물이니 무릎 끓고 받아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세요.“
 
그가 걱정하는 것은 아이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끊어지지 않는 ‘심리적 탯줄’입니다. 엄마들이 죄책감을 느끼고 불안해하면 아이들에게는 그것 자체가 가장 나쁜 심리적 환경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의사이면서도 매번 임신 중 태아 상태에 관한 검사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설령 장애아라도 신의 선물로 감사하게 받겠다는 뜻입니다. 
 
“선물은 거래가 아닌데 무슨 협상입니까. 받거나 안 받거나 둘 중 하나죠. 저는 어떤 것이든 기꺼이 받겠다고 감사하며 받았습니다. 똑똑하고 건강해야 신의 선물입니까? 그럼 장애아를 자식으로 둔 엄마들은 선물을 잘못 받은 겁니까?”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영광스러운 존재감은 엄마라고 말하는 한의사 김효진. 
 
선물의 가치는 엄마의 행복에 있다. 신의 선물을 잘 키우기 위해 열심히 반성하고 노력하는 엄마 독자 모두 좋은 엄마가 틀림없다고 조언합니다. 책을 펼칠 때마다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것은 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다 읽으면 가슴으로 꼭 안아주게 됩니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김효진 지음, 에디터출판사, 288쪽, 1만3800원
 
“의무보다 상상력이 필요한 시간”
 
 
 
“나를 표현하고 남과 소통하는 길이라는 걸 이해하라!” 
 
유시민은 아이들의 일기쓰기, 독후감쓰기, 편지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단순히 시험성적이나 입시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쓰기’를 의무로 만들지 말라는 것. 아이가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이 중요합니다. 부모는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그저 북돋워주면 된다고 하네요.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만화가 정훈이가 말하는 ‘인생스토리’입니다.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장관과 정당 대표까지 역임한 유시민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대학교 문턱에도 오르지 못했고 시네21에서 영화를 소재로 만화를 20년 이상 그리고 있습니다. 고졸 샐러리맨인 셈이죠. 
 
그는 “한 장의 그림으로 사람을 웃게 하든 한 줄의 글로 사람을 울게 하든 한마디 말로 감동을 주든 그냥 무심코 한 행동이든 간에 가장 좋은 표현의 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강의하든, 장사하든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뜻이죠. 그 힘은 남과 다른 생각입니다. 정훈이는 어릴 적부터 공상을 즐겼다고 합니다. 지금도 ‘상상놀이’를 하면서 매번 꼬리에 꼬리를 문 퀘스트(Quest)를 스스로 던지고 나 홀로 탐색합니다. 만화가로서 롱런하는 비결은 곧 창의적인 작품을 내놓는 힘입니다. 
 
그것은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조훈현 9단의 말을 빌리자면 시키는 대로만 해서는 절대 최고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는 "부모의 욕심에 공부에 매달려서 다른 재능을 발견한 틈도 없이 성장기를 보낸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훗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열에 합류하기 이전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 시작은 뇌교육에서 강조하는 ‘상상력’이 아닐까요?
 
표현의 기술, 유시민 글, 정훈이 만화, 생각의 길, 368쪽, 1만6000원 
 
“장사는 돈이 아니라 철학”
 
 
 
 
요즘 자영업자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 라고 말합니다. 불경기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돈을 쓰도록 만들까? 
 
국내 비주얼머천다이저(VMD : Visual Merchandiser) 박사 1호인 이랑주의 책을 추천 드립니다. 그의 신간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과 함께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샘터 2014)>도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사실 마켓팅에 관한 책은 많습니다. 이랑주는 철학을 강조해서 눈길을 끕니다. 최근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철학은 브랜드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에요. 소상공인 점포에  가면 그 사람의 생각이 보여요. 아무 생각이 없구나, 생각이 너무 많구나, 욕심이 너무 많구나, 이런 생각들이 보여요. 제일 문제는 생각이 없다는 거예요.”
 
장사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라. 첫 번째로 철학을 가지라는 것이죠. 이러한 이유는 그의 저서를 관통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면서 가치도 함께 산다. 우리가 흔히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을 판매자의 입장에서 바꾸어보면 "내가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철학이 있다"라는 말과 같다.
 
대표적으로 아웃도어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철학은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입니다. 매장 인테리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새 매장을 오픈할 때 기존에 있던 집기 등을 재활용합니다. 매장을 철거하고 오픈하면서 발생하는 환경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친환경매장을 만듭니다. 브랜드 철학이 담긴 것이죠.
 
그 다음으로 가져야할 것은 사람에 대한 관찰입니다. 이랑주는 “신체조건과 움직임으로부터 데이터를 얻어내고 그 패턴을 반영해서 공간을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애플 매장에 진열된 제품과 제품 사이의 거리는 60cm 정도입니다. 책상의 모서리에서 16cm 떨어진 것에 진열함으로써 고객들이 옆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 고개를 과도하게 숙이지 않고 상품을 만져볼 수 있게 했습니다.
 
인간의 시선은 보통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입니다. 따라서 왼쪽에는 눈길을 뺏을 수 있는 광고 이미지나 할인 상품을 두고, 오른쪽에는 기본 상품이나 평범한 색상의 상품을 두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생계형 자영업을 창업하면 3년 후 생존하는 비율이 40.5%로 떨어지고 5년 후에는 29.5% 떨어진다고 합니다. 10명 중에 3명도 살아남기 어려운 장사의 세계에 들어가기 전에 독서부터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이랑주, 인플루엔셜, 280쪽, 1만5000원
 
“민중은 개 돼지? 나라를 구했다!”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모델이 홍계남이라고 주장하는 작가 이병주. 홍길동과 마찬가지로 서자 출신이라서 천대를 받으며 자랐지요. 하지만 그가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하는 의병장으로 성장할 줄은 누가 알았을 까요? 
 
작가는 "임진왜란은 하나의 비극이었지만 그런 비극이 아니었더라면 발휘되지 못했을 민족의 역량을 제시했다. 그런 현상 중의 하나가 홍계남 장군"이라며 "나는 34세를 일기로 처절하고 숭고하게 조국을 위해 순절한 이 무인에 대해 각별한 애착을 느꼈다"라고 말합니다.
 
천명은 ‘유성(流星)의 부(賦)’라는 제목으로 1981년 2월부터 1년 6개월간 한국일보에 연재됐던 것입니다. 나남출판사가 재출간 했습니다. 
 
최근 민중은 개, 돼지와 같다며 자신은 1%를 지향한다는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에 대해 99%를 대표하는 조선판 흙수저  홍계남 장군을 주목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나라에 대한 걱정’ 칼럼에서 책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바로가기 클릭) 
 
책을 읽으면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당시 조선의 왕이나 신하 등 1%는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기 바빴지요. 심지어 선조는 명나라에 망명하려고 했으니. 더 말해서 무엇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가 이 땅에서 숨 쉬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선조들 덕분입니다. 99%를 대표하는 의병이 관군과 함께 나라를 구합니다. 임진왜란의 주역으로 이순신이 아니라 홍계남에서 찾는 점을 주목하고 싶습니다. 마치 조선 최초의 여성의병으로 불리는 진주성의 논개와 같습니다.(바로가기 클릭) 
 
물론 이 책이 애국심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라사랑을 강조하면 "나라가 내게 해준 게 뭔데"라고 거부반응부터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형과 누나 등 선조들이 후손을 위해 흘린 피의 역사는 기억해야지요. 어떻게 잊을 수가 있습니까? 
 
천명-영웅 홍계남을 위하여(전2권), 이병주 저,  나남, 420~448쪽ㆍ각권 1만3,800원 
 
“지구경영, 작은 실천부터”
 
 
 
지구를 구한다. 너무 어려운 이야기인가요? 옛날 같으면 나라 걱정하기도 바쁜데, 무슨 지구냐?라고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봄마다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를 겪으면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계속 마스크를 쓰면서 자랄 수는 없으니깐요.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가 펴낸 <지구경영, 홍익에서 답을 찾다>를 추천합니다. <내 몸과 마음을 살리는 5분 배꼽힐링-배꼽사랑 지구사랑>도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이 총장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모든 사람과 자연은 하나라는 사실을 진실로 깨닫게 되는 것”이라며 “자기 한 몸의 건강이 아니라 다른 사람 자신이 속한 공동체, 더 나아가 인류와 지구의 건강을 함께 보살피게 된다. 이런 마음으로 지구를 돌보는 사람이 지구시민”이라고 말합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저는 차가 없어요. 이동할 때는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환경과 우리가 동떨어진 게 아니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소비하는 삶에서 벗어나 검소하게 사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특히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고기를 먹지 않고 채식을 합니다. 육류 소비를 위해 동물을 사육하는 것은 생태계 파괴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벌목된 아마존 숲의 80%가 가축을 키우는 방목지로 사용되고 축산업이 전 세계의 모든 교통수단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세계식량기구 보고서가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하는 방송)에서 다루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먹방은 과식을 부르지요.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구입한 식품 가운데 절반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2011년 유엔의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매년 총 13억 톤의 식량이 낭비됩니다. 선진국 또는 산업국가에서만 매년 2억 200만 톤의 음식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반면 10억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회사나 나라가 아니라 지구를 경영하자. 그것은 남이 아니라 ‘나부터’ 하자는 깨달음의 운동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첫 걸음. 가정과 학교에서 지구시민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구경영, 홍익에서 답을 찾다, 이승헌,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음, 한문화, 176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