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공은 오로지 단정히 거[居]하고 고요히 앉아서 독서궁리 하는 데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실질의 일에 힘쓰는 데에 있다. …(중략) 요즘 입으로 떠들고 귀로 듣기만 하는 학문[口耳之學]은 문장을 기록하고 암기하는 학습과 다를 것이 없으니 이것은 내가 학문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 호남 지역 4대 실학자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규남 하백원(河百源, 1781~1844) 선생의 학문관이다.  이론보다는 실천을 중요시하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규남은 동시대 서유구, 홍석주(洪奭周) 등의 문인과 교류하면서, 학문을  과거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경전의 독서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농업, 공업, 상업 모든 분야에 관한 탐구에 두었다. 이를 기초로 규남은 실천 없는 성리설(性理說)에 치우친 당시의 세태를 비판하며 학문을 하는 근본 이유를 백성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학사상에 둘 수 있었다.

▲ 제5회 고문헌 학술심포지엄 포스터.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과 규남박물관(관장 이영숙)은 '규남 하백원의 학문과 사상'을 주제로 23일(목) 국립중앙도서관(디지털도서관 지하3층 대회의실)에서 제5회 고문헌 학술심포지엄을 공동으로 개최한다.

공주대 이해준 교수의 기조강연 '규남 하백원의 사상과 기록문화'를 비롯하여 △국립중앙도서관 정진웅 학예사의 ‘규남 박물관 소장 고문헌 디지털화 성과’, △조선대학교 한국고전번역센터 안동교 선임연구원의 ‘하백원과 안수록의 왕복간찰에 대한 학술적 접근’, △조선대학교 임광철 교수의 ‘규남 하백원의 자승차도해의 수리적 해석’, △국제청소년교육재단 박종철 수련원장의 ‘규남 하백원의 천문학 연구’, △국립중앙도서관 이기봉 학예사의 ‘규남 하백원가 소장 『대동폭원』과『동국지도』’ 등 차례로 주제발표가 이루어진다.

규남은 어릴 때부터 실학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여 청·장년기에 실학적 저술과 발명품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그 가운데 한 가지로 30세 무렵에 일종의 자동양수기인 '자승차도해(自乘車圖解)'를 저술하였다. 자승차의 작동원리는 강물의 유속을 이용하여 수삽( Turbine)을 돌리고 터빈의 회전력으로 수저(水杵, Piston)를 들어 올림으로써 물을 퍼 올리는데,  해박한  수학 지식이 있어야 가능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장비이다. 임광철 교수의 발표는 당대 사용되었던 산학을 통해 자승차도해를 분석, 규남의 놀라운 과학과 수학실력을 증명하려고 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07년부터 민간에 소장되어 있는 고문헌을 발굴해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www.nl.kr/Korcis)을 통해 공개한다. 

하성래 종손(규남 하백원의 6대손)은 "2014년 국립중앙도서관 측에서 집안에 잠자고 있던 규남 선생의 자료를 서지조사를 하고 원문을 이미지로 구축, 서비스를 해주었다. 그리고 공동으로 이러한 학술심포지엄을 열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규남 하백원의 학문을 조명하게 된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번 학술심포지엄을 계기로 국내에 흩어져 있는 민간 소장 고문헌을 계속해서 발굴하여 지역 향토사 및 한국학 연구에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 5월 1일(일)부터 오는 7월 31일(일)까지 본관 6층 고전운영실에서 ‘규남 하백원의 실학사상, 전남 화순에서 꽃피우다’ 전시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