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천 년에 으뜸가는 충신

한국 고유의 선도사상을 담은 〈부도지〉 편찬
 
▲ 양산 효충사에 세워진 박제상 공 동상(사진=양산시)
 
신라 박제상(朴堤上)의 정신을 기리는 동상이 건립된다. 
 
경남 양산시는 오는 9일 오전 10시 박제상의 사당이 있는 효충사에서 《삽량주 간 박제상 공 동상 제막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나동연 양산시장, 사회단체장, 영해박씨대종회, 상북면민 등 2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양산 출신 박제상은 왕명을 받들어 고구려에 볼모로 잡힌 왕의 아우를 구하고 왜에 잡혀 있는 신라 왕자 미사흔을 구출했다. 그러나 자신은 포로로 잡히고 말았다.
 
온갖 고문과 왜왕의 회유에도 그는 유명한 어록을 남긴다.
 
“차라리 계림(신라)의 개돼지가 될지언정 왜국의 신하가 되지는 않겠다. 차라리 계림의 매질을 당할지언정 왜국의 벼슬을 받지는 않겠다.”
 
결국 박제상은 순국한다. 왕은 그 소식을 듣고 애통하며 박제상에게는 대아찬을 추증하고, 그 부인은 국대부인에 추봉했다. 
 
조선의 세종대왕은 “신라 천 년에 으뜸가는 충신”이라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또한 
박제상의 죽음에 대해 “차라리 내 나라의 귀신이 되리라”는 신조로 평가했다. 
 
주목되는 것은 신라의 대표적인 선가(仙家)로 소개된 점이다. 동상 왼쪽 주요연보에는 “한국 고유의 선도사상을 담은 징심록(澄心錄) 부도지(符都誌)를 편찬했다”고 밝혔다.
 
부도지는 한민족의 창세기인 마고부터 환인, 환웅, 단군 등의 역사를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연구와 자문활동을 하고 있는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는 신라의 왕족으로서 박제상 가문에 주목했다. 
 
▲ 박제상의 업적에는 대표적인 선가로서 〈부도지〉 편찬이 소개되어 있다(사진=양산시)
 
신라의 제5대 왕인 파사이사금에서 비롯된 박 씨 왕족 파사왕계 가문은 아도갈문왕[참시선인(始仙人)], 물품파진찬(물계자), 박제상, 백결선생 등으로 이어졌다. 선가들을 배출한 신라의 대표적인 선도(仙道) 가문이었다는 것이다. 
 
탈해이사금 이후 박 씨 왕족은 변경 요새지에 파견하는 관행이 생겼다. 2세기 말부터 3세기 초까지 파사왕계의 물품파진찬은 오늘날의 양산에 해당하는 삽량주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박제상은 이곳에 부임하고 신라의 자립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고구려의 개입으로 내물왕이 제거되고 실성왕이 즉위하자 관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는 삽량주에 은거하면서 <징심록(澄心錄)> 15지를 펴낸다. 총 3교 15지 체제로 상교 5지는 부도지, 음신지, 역시지, 천웅지, 성신지와 중교 5지는 사해지, 계불지, 물명지, 가악지, 의약지 그리고 하교 5지는 농상지, 도인지와 나머지 3지는 미상이다. 
 
정 교수는 "박제상은 박씨 왕족의 핵심 성원으로 왕실 소장 자료들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라며 "선도를 입국이념으로 하였던 신라왕실에서 선도 전통을 왕실 차원에서 정리해오고 있었고 이것이 징심록을 편찬할 때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상은 1년여의 공사 끝에 완공됐다. 상북면 주민들이 낸 풍력발전기금 1억 2,300만 원과 시비 600만 원 등 모두 1억 2900만 원으로 건립됐다.
 
동상은 높이 2m, 좌대 1.5m, 바닥 지름 6m 크기로 좌대의 기단은 화강석 재질이다. 전면에는 '신라 대아찬 삽량주 간 박제상 공' 명판이 있고, 양쪽 옆에 박제상의 연보와 충절을 상징하는 문언을 새겼다. 
 
양산시에 따르면 “박제상 공의 얼굴은 초상화를 토대로 강하고 흔들림 없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는 충신열사의 이미지를 형상화 하였다”라고 말했다. 
 
동상은 국회의사당 충무공 이순신 장군 석상 제작에 참여한 아트인페이스(대표 왕광현)가 제작을 맡았다. 권영숙 부산대 교수 등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해 신라시대 귀족 인물의 복식 등을 고증했다. 
 
한 전문위원에 따르면 “신라사신도 등 자료를 통해 역사적 고증을 철저히 거쳤다”라며 “기존의 인물 동상이 단순한 상징성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번 효충공원에 세운 박제상 공 동상은 역사성까지 더해진 동상”이라고 말했다.  
 
나 시장은 “박제상 공의 동상이 박제상 효충공원 내에 건립돼 양산시민의 자긍심 고취는 물론, 우국충절의 고장인 양산시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보하는데 크게 이바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