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맨부커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사를 다시 썼다. 맨부커상은 영국 등 영연방 국가 작가에 주는 상과 영연방 외 지역 작가와 번역가에 주는 인터내셔널 부문 상으로 나누어 수여된다. 한강은 소설 ‘채식주의자’로 이 인터내셔널 부문상을 받았다. 이는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의 자매상이다. 맨부커상 수상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 등 최종 후보에 오른 5명을 제치고 수상해 더욱 의미가 있다. 한국문학이 노벨상 수상에 근접했다는 것이고 그만큼 높은 수준으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한강의 탄탄한 역량이 큰 역할을 했다. 소설 자체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이는 심사위원단의 평에서도 증명된다. 이들은 "서정적이면서 통렬하다. 간결하고도 불안하게 만들며 아름답게 구성된 이 작품은 아름다움과 공포가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고 극찬했다. 이러한 역량은 개인의 노력도 컸지만 한국 문학이라는 터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텃밭에서 한강의 소설은 성장하였고 이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우리 문단에는 한강의 뒤를 이을 문인이 많이 있다.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이승우, 미국에서 주목 받는 김영하가 그들이다. 또 독일에서는 정유정이 관심의 대상이다. 배수아, 편혜영도 국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김중혁과 박민규도 대기하고 있다. 이러한 작가들의 국외 진출이 이루어진다면 세계시장에 ‘문학 한류’를 일으킬 것이다.

문학 한류를 일으키는 데는 번역가가 중요하다. 이번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에는 데보라 스미스라는 탁월한 번역가가 있었다. 데보라 스미스는 21세부터 한국어를 독학하여 번역가가 됐다. ‘채식주의자’에 매료된 스미스는 책 앞 부분을 번역해 영국 유명 출판사 포르토벨로에 보냈고 이를 계기로 영문판 출간이 이루어졌으며, 영국인들이 이를 접하게 되었다. 데보라 스미스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지만, 뛰어난 번역으로 '채식주의자'의 진가를 영국인들에게 알렸다. 데보라는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한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문학에도 정통하고, 한국어와 한국문학에도 전문가라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제2, 제3의 데보라 스미스가 많이 나와야 한다.

아울러 국내 독자들이 우리 소설을 좀 더 사랑해야 한다. 우리 문학은 이제 세계인으로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사랑할 만큼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우리 소설을 더 사랑하고 애독해야 하겠다.  더욱이 우리 문학계는 지난해 ‘신경숙 표절파문’으로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맨부커상 수상에 일시 관심을 보이고 그쳐서는 안 된다. 새싹을 키우듯 물도 주고 북돋아주어야 한다. 드라마, K-POP에 이어 문학에서 한류가 일어나야 한국문화의 힘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