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의 관리인이 말하였다. 나는 위증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나를 구속시킬 마음으로 위증했다고 모략하려 든다면 빠져나갈 방도가 없었다. 재판관은 나에 대하여 체포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자유롭게 풀려날 수 있었다. 대신에 중도유적을 훼손하여 나찰들에게 잡혀오는 자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숫자는 무려 1천 명이 넘었다. 유적 훼손에 가담한 자들이 모조리 잡혀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관은 내게 귀환명령을 내렸다. 나는 흰 버펄로를 타고 양주의 굿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양주의 굿청으로 돌아오니 내 몸이 태평스럽게 자고 있었다.
 
“여보게! 안중근! 일어나. 주인이 돌아오셨으니 정상업무로 복귀해야지.”
 
내가 내 몸에게 명령하였다. 내 몸이 눈을 뜨기 전에 나는 내 몸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눈을 떴다. 
 
“재판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보름달 무당이 말하였다. 
 
“이제 돌아가야죠. 그런데 노산 선생님은 안 오셨습니까?”
 
노산 선생이 보이지 않아서, 내가 물었다.
 
“몸이 미령靡寧하시답니다.” 
 
좀 쉬어야 하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요? 그럼 문안을 가야겠군요.”
“제 생각엔 꾀병을 앓으신 것 같습니다.”
“왜요?”
“연세가 많으시다는 이유로 천상재판에 기피신청을 했고, 안중근 선생을 대신 보내셨습니다. 아마 이번에 불려 가시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역시...”
 
갑자기 총소리가 들려왔다. 예사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경찰과 군인이 굿청으로 뛰어들었다. 
 
“아무도 밖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뒷산에서 탈영병 수색작전을 하고 있습니다. 전우를 쏘아 죽이고 탈영한 병사를 찾고 있습니다.”
 
군인이 말했다. 마침 굿도 끝나가고 있었다. 군인과 경찰은 1시간 쯤 우리를 잡아 두었다가 풀어주었다. 탈영병이 이곳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갔다는 것이었다. 나는 오래간만에 마음이 편안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편안함을 즐기기엔 양주에서 부천까지는 거리가 너무나 멀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집에 와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오니 마누라는 집에 없고 웬 사람이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전혀 만난 기억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50대로 보이는 남자인데, 한복을 입고 있었다. 이 집과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보였다. 
 
내가 둘러보니, 집은 내 집인데 오래 전부터 있었던 수백 년이나 묵은 고한옥古韓屋처럼 보였다.
 
“나는 5대 전에 이 집에서 청지기를 지낸 하모라는 사람입니다. 5대조께서 도련님을 만나보고 오라고 해서 왔습니다.”
 
나로서는 기절을 해도 모자랄 일이었다. 그러나 심기를 굳건히 해야 하였다. 
 
“5대조라면... 노인께서는 혹시 저의 5대조 이모할머니도 아십니까?”
 
나는 나를 광희 황제의 시종무관으로 임명하게 해준 분에 대하여 묻고 있었다. 
 
“잘 압니다.”         
 
그렇다면 이 분을 신용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이유로 5대조께서 노인을 제게 보내셨습니까? 이는 보통 일이 아닙니다.”
“5대조께서는 대궐의 고깐 열쇄를 관리하셨습니다.”
“대궐의 고깐 열쇄와 제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참으로 기묘한 일이었다. 
 
“그때 잃어버린 곳간 열쇄를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필 지금에 와서...”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나라의 나라 곳간이 자꾸만 새고 있다고 합니다. 온갖 명복을 붙여서 흠쳐가는 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는 필시 자물쇠를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합니다.”
“대한국의 곳간이 지금도 샌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자물통을 찾아서 단단히 채우고 사람을 시켜 그곳을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말씀을 전했습니다.”
 
청지기는 내 눈 앞에서 훌쩍 사라졌다. 나는 난감하였다.  
 
“어디에 가서 어떻게 열쇄를 찾아야 하지?”
 
나는 아무래도 시종무관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내게 주어어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집으로 가지 않고 노산 선생에게 가서 상의하기로 하였다. 상의할 분이 노산 선생밖에 다른 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산 선생은 마침 와병臥病을 핑계로 집에 계셨다. 선생은 자리를 펴고 누워 계시다가 일어났다. 꾀병은 아닌 것 같았다. 
 
“많이 아파보이십니다. 어디가 아프신데요?”
“감기인 듯싶네. 감기가 폐렴이 된다고 해서 쉬고 있는 것이야.”
“아프지 마십시오.”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이 어디에 있나?”
 
하긴 그랬다. 나는 노산 선생에게 내가 찾아온 용건을 말씀드렸다. 
 
“그거 참 묘한 일일세. 사람이 살아생전에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노산 선생이 내가 하는 말을 다 듣고 나서 말하였다.
 
“그렇지요? 믿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광희 황제 때 5대조가 잃어버린 곳간 열쇄를 저보고 찾으라니 말입니다.”
 
나는 불평을 하고 있었다. 나는 조상들이 너무나 무책임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나라가 망하게 된 것이 아닌가.
 
“이 명령은 아마 광희 황제가 내린 칙명일 거야. 아니면 광희 황제보다 더 높은 곳에서 내린 명령이겠지.”
“문제는 어떻게 찾느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떨까?”
 
노산 선생은 묘안이 있는 듯 말하였다.
 
“어떻게요?”
 
나는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등을 호출 해다가 열쇄를 내놓으라고 해 보는 것이 어떻겠어? 어차피 그가 우리에게 빚을 진 자이니 말이야.”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산 선생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더니 서재에 부적을 그릴 때 쓰는 한지를 책상 위에 펴놓고 금종부적金鐘符籍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이 부적은 임자가 나타나서 태우면 금종의 종소리가 난다는 부적이다. 요는 그 부적을 누가 태우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 부적을 누가 태우지요?”
“자네가 태우면 신선이 나타날 것일세. 신선이 나타나면 그가 임금을 지냈거나 장군을 지낸 신선일 거야. 그에게 이등을 잡아다 달라고 부탁하지. 그러면 천계의 수사기관이 총동원해서 이들의 거처를 수색해서 잡아다 대령할 거야.”
“참말입니까?”
“그렇다니까. 어디 해봐.”
“실은 제가 이등의 거소居所를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가면 되겠군.”
“누가 잡으러 가지요?”
“이등이 제일 무서워 할 사람이 누구이겠나?”
“그야 안중근 의사이겠지요.”
“그래. 바로 그거야. 안중근 의사를 보내세.” 
 
노산 선생이 내게 금종부적을 넘겨주었다. 나는 마당에 나가서 금종부적을 태웠다. 
 
“우보로 칠성의 형상으로 7걸음을 걷게.”
 
우보는 소걸음을 뜻했다. 발걸음을 짝으로 맞추어가며 걷는 걸음이 우보였다. 
나는 노산 선생이 시키는 대로 하였다. 금종부적이 연기와 재로 사라지면서  안중근 의사가  나타났다. 
 
“내가 나타나서 실망했는가?”
 
안중근 의사가 물었다.
 
“을지문덕 장군이나 김유신 장군이 아니라서 천만다행千萬多幸입니다.”
“무슨 이유로 나를 불렀는가?” 
“실은 선가仙家에 속한 장군을 청배하여 부탁을 드릴 것이 있어서 금종부적을 태웠습니다.”
“무슨 부탁을 하려고?”
“이등을 잡아 대령해 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말입니다.”
“이등은 잡아다 무엇에 쓰게?”
“이등이 대한국의 곳간 열쇠를 가져간 다음에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어서 회수하려는 것입니다.”   
“이등이 곳간 열쇄를 가져간 것은 확실한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이등을 데려와야 하겠군.” 
“어디로 가시렵니까?”
“이등의 위패를 보관한 춘무산春畝山으로 가세. 박문사博文寺에 가면 정보를 알 수 있겠지.”
“광희 황제에게 이등을 잡으러 가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오겠습니다.”
“어디에 가서?”
“경복궁이나 덕수궁 2곳 중에 한 곳에 가면 황제 폐하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그렇게 하세. 경복궁은 이미 해가 졌으니 비어 있을 게야. 그러니 대한국의 법궁法宮이었던 덕수궁으로 가세. 덕수德壽라는 이름에 의미하는 바가 있대.”
 
우리는 덕수궁을 향하여 떠났다. 덕수궁 어디에 광희황제가 계실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덕수궁에 도착하였다. 관람시간이 지나서 대한문이 닫혀 있었다. 들어갈 방도가 없는 듯하였다. 그러나 만약에 광희 황제가 궁 안에 계시다면 촌각을 다투어 들어가서 사정을 아뢰지 않으면 요즈음 말로 보고의 적기適期, 즉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이었다. 
 
“안 공, 그대가 유체이탈 상태에 있으니 궁의 담을 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을 것 같은데?”
“가능할 것입니다.”  
“그럼 담을 넘어 들어가세.”
 
우리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궁의 담을 넘어 들어갔다. 그런데 광희 황제가 어디에 계신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광희 황제가 집무하던 준명당浚眀堂으로 갔다. 준명당은 시종이나 시위무관들이 아무도 없어서 과연 이러한 곳에 광희 황제가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 두리번거리는데, 어둠 속에서 광희 황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짐을 찾아왔는가? 짐을 찾아왔다면 이리와. 어디를 왔다 갔다 하는 거야?”
“너무 어두워서...”
 
내가 어물어물 말하였다.
 
“시종무관이 이렇게 눈이 어두어서야 원!”
 
5대조 고모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차차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광희황제와 5대조고모할머니 2분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제 도망칠 사람은 도망치고, 죽을 사람은 죽고, 일제에게 붙어서 아부할 사람은 일제에게 가서 붙고, 광희 황제와 5대조고모할머니 2분만 드넓은 대궐에 남게 된 것으로 보였다. 
 
“시종무관! 그대는 왜 이등에게 가서 붙지 않았는가? 여기에 있으면 굶어죽게 될 게야. 짐이 윤허하니 이등에게 가서 붙게. 아직도 기회는 있어.”
 
광희 황제는 완전히 치매癡呆에 걸린 늙은이처럼 말하고 있었다.
 
“저의 영혼을 팔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자네는 살아야지. 일본이 오래 버티지 못할게야. 미쳐 날뛰다가 열강들에게 혼줄이 나게 될 게야. 그러니 참아.”
“지금이 어느 시대냐 하면 일제로부터 8.15해방이 되고, 6.25사변이 지나가고, 5.16혁명도 지나가고, 5.18항쟁도 지나가고, 광우파동도 지나가고, 좌파와 우파가 시끄럽게 싸우는 시대입니다. 그러니 일제에 가서 붙고 싶다고 해도 붙을 수 없는 시대입니다.”
 
내가 말하는 시대는 광희 황제, 안중근 의사, 5대조고모할머니가 모두 발 붙일 곳이 없는 시대다.
 
“시종무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일제가 망한 거냐? 명치유신이 또 일어났느냐?”
“명치유신이 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연합군에게 패망하였습니다.”
“패망?”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새로운 황제가 되었느냐?”
“황제는 없고 대통령이 있습니다.”
“이름이 좀 상스럽구나. 대통령이라...”
“명성황후처럼 미인이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광희 황제는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정보에 놀라 어지러워하였다.
 
“그만해라.”
 
5대조고모할머니가 내가 하는 말을 중지시켰다. 나는 더 정보를 유출하지 않기로 하였다. 나는 광희 황제가 어지럼증에서 벗어나시기를 기다려야 하였다. 기다리고 있으니, 광희 황제가 어지럼증에서 벗어났다. 
 
나는 광희 황제에게 역사교사가 되어드리기로 하였다. 그래서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어 내가 이야기한 것을 검색하여 보여드렸다. 스마트폰에는 3분짜리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역사물뿐만 아니라, 오락물, 음악물, 드라마, 강연 등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일제 포르노도 판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대의 사람들과 오늘날의 사람들이 쓰는 말의 어법이 너무나 다르고 많이 변해서 알아듣기 힘든 말이 많았다. 광희 황제는 놀라셨지만 놀라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저희가 황제 폐하를 알현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등을 잡아오고자 하는 때문입니다.”
 
역사공부가 끝난 다음에, 나는 황제 폐하를 찾아온 용건을 말하였다. 
 
“이등을 잡아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이등이 대한국의 곳간 열쇠를 가져간 것 같아서 반환시키려는 것입니다.”
“힘든 일을 하려는 군.”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곳간열쇠에 다른 열쇠도 여러 개가 붙어 있을 것입니다. 다른 열쇠도 반환을 받아야 합니다.”
“열쇠를 반환 받아서 무엇에 쓰려 하느냐?”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를 풀어야 합니다.”
“숙제를 풀어?”
“그렇습니다.”
“숙제를 풀면 무슨 이득이 있는가?”
“우리가 당하고 있는 역사상실, 영토상실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강박관념이라...”
“그것을 풀지 못하면 병이 됩니다.”
“그 병이 어떤 병인데?”
“광인이 되는 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광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서대문 밖과 동대문 밖에 활인서活人署를 두지 않았던가?”
“그렇습니다. 국초에 두기 시작하여 광인을 치병治病할 수 있는 무녀巫女들을 두고 치병治病 굿을 하여 광인을 치료하였습니다. 그러나 일제가 들어오면서 활인서를 폐지하여 광인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어졌습니다.”
“그렇지.”
“지금 이 나라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적떼가 일어나듯이 광인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이 강박관념을 방치해 둔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광인을 치료하겠다고 활인서를 부활하자고 하면 국민들 중에서 벌떼처럼 반대하는 자들이 나올 것입니다.”
“활인서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가?”
“현재로선 없습니다.”
“그렇다면 큰일이군. 이게 다 짐이 부덕한 소치이다. 후손들에게 미안하구나.”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방법을 말해 보게.”
“신화원형치료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신화원형치료란 강박관념의 원인이 되는 대상을 치료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예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황제 폐하께서 앓고 계신 병은 없습니까?”
“황후를 잃고 나라를 잃고 백성을 잃었는데 병이 왜 없겠는가? 울화병이 생겨 중병이 되어 있어. 이 병은 내가 죽은 후에도 없어지지 않더군. 아마 이 나라 백성이라면 모든 백성이 앓고 있을 것일세. 안 공에겐 이런 병이 없는가?”
 
광희 황제가 생각난 듯이 안중근 의사에게 물었다.
 
“어찌 소신에게 없겠습니까? 소신은 왜구에게 사형을 당했으니 병이 항상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다 짐을 잘못 만난 탓이다.”
“이번에 이 병을 치유하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내 병을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서 계속해 말해 보라.”
“병의 원인이 영토상실에 있는데, 이 영토상실을 맨 처음 당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시대를 마고의 시대라 합니다. 마고는 우주 자체가 인간으로 화생하여 인류의 시조로 나타난 분인데, 우주의 질서가 화생하여 인간이 되신 분이므로, 인간이 우주의 질서를 위반하는 것을 참지 못하시고 가차 없이 추방하거나 벌을 내리십니다. 이러한 현상을 학자들이 쓰는 용어로 말한다면 마고지나麻姑之那 콤플렉스라 할 수 있습니다.”
“마고지나란 무슨 뜻인가?”
“마고의 나라라는 뜻입니다. 마고성이라고도 합니다. 마고읍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마고시대에 백성들이 식량부족으로 아무거나 막 먹다가 마고에게 들켜 마고성에서 쫓겨납니다. 이 사건을 오미五味의 난亂이라 하지요. 백성들은 마고성에서 쫓겨나면서, 마고성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듣게 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도 마고성에 복귀한 사람이 없습니다. 마고성에 복귀하라는 명령과 마고성에 복귀할 수 없는 상황이 인간들에게 해결이 불가능한 강박관념을 만들어 줍니다. 이것이 마고지나 콤플렉스입니다. 이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것을 마고지나 콤플렉스 힐링이라 합니다.”
“힐링?”
“힐링을 성공시키려면 3부류의 해결사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어떻게?”
“첫째 부류는 예술가이고, 둘째 부류는 정신과의사이고, 셋째 부류는 무당입니다. 예술가는 힐링에 필요한 콘텐츠를 만들어 주고, 정신과 의사는 치료해 주고, 무당은 정신과 의사가 치료하지 못하는 것을 치료합니다.”
“치료를 담당할 그런 자들이 있기는 있는 것인가?”
“있습니다. 치료를 시작할까요?”
“누구를 치료한단 말인가?”
“황제 폐하입니다.”
“누가 치료해?”
“제가 안중근의 행적과 생각을 소설로 쓴 『안중근 콤프렉스 힐링』을 만들면 치료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러면 치료가 되는가?”
“제가 소설을 가지고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것입니다.”
“어떤 콘텐츠인데?”
“예술작품들이죠. 소설은 읽게 해 드리고, 드라마를 만들어 보여드리고, 영화 만들어 보여드리고, 오페라를 만들어 상연하고, 음악을 만들어 들려드리고, 그림과 조각품을 만들어 보여드릴 것입니다.”
“그러면 치유가 되는가?”
“장담을 할 순 없지만 힐링이 될 것입니다.”
“의생은 무엇을 하는가?”
“의과적인 치료를 할 것입니다. 약물치료가 주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치료는 크게 기대할 것이 되지 못합니다.”
“무당은 무엇을 하는가?”
“빙의가 된 귀신들을 쫓아낼 것입니다. 황제 폐하를 열심히 치유하면 동기반응同氣反應으로 마고에게서 시작된 마고지나 콤플렉스가 치유될 것입니다.”
“알았네.”
 
광희 황제가 내가 하는 설명을 이해한 것으로 보였다. 
 
“이등을 잡아오겠습니다.”
 
내가 말했다.(계속)
 

 

▲ 소설가 노중평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