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우리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어 오늘에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반드시 교육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6월 지방자치선거에서 재선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공교육을 살릴 대안학교’,‘공교육의 미래’로 회자되는 혁신학교 운동을 성공시켰다. 배움이 즐거운 학교, 제대로 가르치는 학교 등을 기치로 작년 33개 학교 적용 후 폐교 위기의 지방학교에 전학 오는 학생이 몰리고 각 시마다 혁신학교 유치경쟁을 하고 있다. 경기도는 물론 서울, 강원, 전북 등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다. 자신의 교육 신념을 실현시켜가는 김상곤 교육감을 만나본다.

경기도 교육감을 맡고 지난 1년 6개월 동안의 교육정책 핵심은 무엇이고 어느 정도 실현되었나

학생, 교원,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게 우리 교육을 혁신하고자 한다. 혁신학교,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수업에 전념하는 교원, 고교평준화는 모두 이런 취지이다. 우리 학교현장을 두고 “지금 이대로 두어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도 하고 “창의력, 존중과 배려, 의사소통능력, 자기주도 학습능력 등이 신장되어야 하는데 우리 교육은 이것과 거리가 멀다.”고도 한다. 모든 이의 시선에 맞게 우리 학교를 혁신하고 싶다. 이것이 경기도 교육정책의 핵심이고, 그 실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혁신교육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싹이 튼 상태라고 본다. 앞으로 우리 국민과 함께 물을 주고 거름을 주어 줄기를 곧게 세우고 꽃을 피우고 싶다.

한 인터뷰에서 “20% 학생만 자신감이 있고 나머지 80%는 좌절 속에 있으며 그 중 60%는 포기상태 같다.”고 평했다. 원인이 무엇이고 어떤 대안이 있는지

우리 학교의 구조가 ‘20 대 80’이기 때문이다. 입시경쟁으로 몇몇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여기에 불행히도 정부의 교육정책이 ‘경쟁과 줄 세우기 중심’이다. 학생과 학부모 당사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인재군(人才群)을 일찍 놓치기 때문이다. 대안은 경쟁과 줄세우기 교육을 ‘소통과 협력의 교육’으로 바꾸는 것이다. 수업부터 혁신하려고 한다. 달달 외우는 일제식 수업을 탐구 및 토론수업이나 프로젝트수업으로, 단순 암기, 줄 세우기 상대평가를 서술형·논술형 과정 중심 평가로 바꾸겠다. 수업뿐만 아니라 교실, 학교, 행정제도도 혁신할 생각이다. 더불어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학교로 만들겠다. 소수가 아니라 다수에게 관심을 쏟고 여러 학생의 특기와 적성이 신장되는 학교를 추구한다. 포기상태에 있는 60%, 잠자는 학생들을 혁신학교로 깨우겠다.

현재 우리 학교현장의 가장 큰 문제점 또는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옆 자리 친구와 경쟁하게 하는 것이다. 공부는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기 자신과 겨루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알아가고 성장하는 것이 공부이자, 학습이다. 여러 언론에서 다른 나라 교육을 보여주고 직접 견학하기도 한다. 거기서는 친구와 소통·협력하면서 자신과 겨루는 교육을 만난다. 이런 교육을 우리도 할 수 있다. 타인과 경쟁하는 학교만 교육이 아니다. 지금과 다른 풍경, 얼마든지 가능하다.

교육법상 우리교육이념을 ‘홍익’이라고 명시했으나 이념일 뿐 구체적인 교육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한다

‘홍익’은 남과 소통하면서 배려하는 정신이라고 본다. 지금 우리 국민은 소통과 배려를 중시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교육정책을 추진하면 홍익교육은 가능하다. 그 일환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제 궤도에 올라야 한다. 학생 자신의 인권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 교사의 인권과 교권을 상호 존중하는 법을 익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역시 마찬가지로 아버지 어머니가 낸 ‘자기 돈’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무상급식하면 “사회가 나를 도왔고 나도 남과 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의식을 체득할 수 있다. 혁신학교, 수업과 평가의 혁신 또한 ‘나 혼자 공부’가 아니라 ‘함께 알아가기’를 어릴 때부터 맛보게 하자.

교사, 학부모 모두 전인(全人)교육과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면서도 경쟁과 서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최근 입학사정관제에서도 경쟁 악순환의 조짐이 보인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교사와 학부모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없다.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비법’을 찾기 위한 행렬 또한 길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더 나은 대입제도를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대학들의 ‘선발경쟁’을 ‘교육경쟁’으로 바꾸려는 노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우리 학생들을 일렬로 촘촘히 줄 세우지만 않아도 우리 교육은 다른 모습이 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논술교육을 받고 읽는 책도 관리하며 스펙을 쌓는다. 봉사점수가 인성을 독려하기보다 쌓아야 하는 점수로 여겨진다. 진정한 인성교육에 대한 철학과 정책은 무엇인지

우리는 인성교육도 경쟁과 줄 세우기 방식으로 한다. 한편으로는 옆 자리 친구를 누르라고 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타인을 존중하라고 시킨다. 이래서는 무엇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인성교육이란 무엇일까? 남을 배려하는 자녀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과 만나는 기회, 남을 생각하는 기회부터 주어야 한다. 수업시간부터 친구와 소통하고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체득하게 해야 한다. 인성교육은 수업과 교실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수업혁신, 교실혁신 등 5대 혁신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애국심 고취와 홍익인간의 이념적 가치, 그리고 혁신학교에 대한 교육철학은 무엇인지

교육에 있어서도 애국심과 홍익인간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가정, 사회, 그리고 국가에 대한 자기 자신의 역할이 무엇이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체득하고 갖추어감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우러나온다. 이런 과정이 교육에서 이루어질 때 전인교육이 가능하다. 어릴 때부터 자율과 책임하에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학습과 문화를 경험하고 체득함으로써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사회에 대한 귀속의식이 자연적으로 함양될 때 애국심이 절로 나온다. 국수적, 배타적인 애국심은 건강한 시민의식을 해친다. 주입식에 의한 애국심 고취는 한계가 있다. 자기성찰을 통한 정체성 확립, 그리고 역사적인 뿌리교육을 통한 애국심 고취가 홍익인간의 이념적 가치를 빛나게 할 것이다.

애국심을 깨우기 위해서는 우리의 뿌리를 바로 아는 정체성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가

굉장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한국에 다시 태어나고 싶은가? 전쟁이 나면 외국에 있다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본 등 주변국보다 낮은 퍼센트의 애국심을 보인다. 정체성이란 귀속의식, 소속감을 갖기 위해 꼭 필요하다. 홍익인간 정신이 우리의 뿌리이다. 우리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어 오늘에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반드시 교육되어야 한다. 정체성 회복으로부터 자신이 속한 사회를 사랑하는 과정에서 당면한 구체적인 사안이 해결되고 국가 사회가 발전할 것이다.

<국학신문11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