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월 셋째 주 토요일은 선정릉으로 현장체험을 갔다. 난 오늘이 처음 참여하는 날이라서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아침 일찍 선정릉으로 향했다. 학교에서 수학여행 갔을 때 무령왕릉과 문무대왕릉을 본 적이 있었지만 조선 왕릉을 보러 가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 선정릉을 찾은 학생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선정릉은 조선 9대 임금 성종과 정현왕후의 능인 선릉과 아들 중종의 능인 정릉을 합쳐 부르는 것이다. 마치 빌딩 속의 오아시스처럼 도시 한복판에 능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자칫 조화롭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게는 오히려 능이 부각되어 있는 것 같아서 꽤 인상적이었다. 선정릉은 우리들의 생각보다 훨씬 엄청난 존재이다. 지친 직장인들을 힐링해주고 학생들에게는 교육의 장을 마련해주며 역사적, 문화적인 가치가 매우 높아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가 인정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정릉은 우리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한 곳이며 더욱 활성화 시켜야 하는 곳이다.
▲ 학생들이 정자각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능을 보러 가는데 앞에 서있는 붉은 색 기둥이 눈에 띈다. 홍살문이라고 하는 것인데 신성한 지역임을 알리는 문이다. 문을 지나가면 돌이 깔려있는 울퉁불퉁한 길이 보인다. 참도라고 하는 것인데 왼쪽의 약간 높은 길은 신이 다니는 길이라고 하여 신도라고 하며 오른쪽 낮은 길은 임금이 다니는 길이라서 어도라고 한다. 길을 걷다보면 정자각이 보인다. 정자각은 산릉제례 때 제사를 지내는 곳이며 위에서 내려다 봤을 때 丁(고무래 정)자를 닮은 모양이다. 정자각에 올라가는 계단을 밟을 때에는 한 계단에 두 발자국을 모두 올려놓아야 하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 정자각 주변 양 옆에는 수라간과 수복방이 자리 잡고 있다. 수라간은 재실에서 만들어 온 음식이 식었을 경우 음식을 다시 따뜻하게 데우는 곳이고 수복방은 나무로 만들어진 정자각이 불에 타지 않도록 감시를 하는 곳이다.

▲ 신이 다니는 신도와 임금이 다니는 어도로 이루어진 참도.

 길을 따라 위로 계속 올라가다보면 마침내 성종의 능을 볼 수 있다. 제일 먼저 왕을 호위하는 무인석과 문인석이 보인다. 또 무덤 바로 앞에는 혼유석이라는 직사각형의 돌이 있는데 영혼이 나와서 놀 수 있도록 설치해 놓은 것이다. 임금의 영혼이 나와서 논다는 재밌는 상상이 든다.

 

▲ 문화유산 현장체험에 참가한 학생들과 홍살문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한반도에는 총 42개의 조선 왕릉이 있으며 그중 한국에는 40개가 있다고 한다. 선정릉에서 너무 좋은 에너지를 받아서인지 나머지 38개의 능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도를 보니까 내가 사는 양주에도 능이 하나 있어서 가족들끼리 같이 가면 좋을 듯하다.


선정릉을 다 둘러보고 나서 점심을 먹고 봉은사로 향했다. 봉은사도 마찬가지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으며 외국인들도 많아서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난 종교를 믿지 않지만 절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자연스럽고 소박해 보이는 풍경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가끔씩 가족들과 절에 갈 때마다 좋은 느낌을 받는다. 봉은사는 신라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역사가 깊은 사찰이다. 특히 23m 높이의 미륵대불이 기억에 남는데 어마어마한 크기에 압도당한 것 같았다. 또한 연등 축제 준비가 한창이라서 머리 위에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매달려 있는데 5월 달부터는 오후에 불빛이 환하게 켜진다고 하니 축제가 끝나기 전에 꼭 가보고 싶다.

▲ 봉은사 미륵대불.

첫 현장체험학습인데도 벌써부터 얻어가는 것이 정말 많다. 가보고 싶은 곳도 생겼고 유용한 지식과 특별한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도 있다.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고 동시에 이런 소중한 것을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 또한 오늘 내가 느낀 좋은 에너지와 소중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다음에는 동생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역사공부도 하고 우리나라의 문화재가 얼마나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지 잘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이지현 학생(오른쪽).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조국에 대한 애국심과 헌신이 마음 속 깊은 곳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역사에 대한 관심이 널리 퍼질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