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하가 모자를 하나 사 달라고 하여 사주었지. 그러면서 비용이 걱정이었어. 나는 준비를 마치고 조도선을 찾아갔어. 그는 우리 일행을 내실로 안내하였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조도선이 물었어. 
 
“가족이 정대호 씨와 함께 오는데, 마중을 나가려고 왔습니다. 조 선생도 가족이 장춘에서 온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조 선생이 정대호를 알고 계시니, 우리 함께 역으로 나가시지 않겠습니까?”
“좋습니다. 함께 나가십시다.”
“내일 아침입니다.”
 
나는 조도선을 속였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우리는 서로 약속이 되자, 함께 김백성의 집으로 왔지. 그때가 저녁 무렵이었어. 지는 해를 보니, 감회가 없을 수 없었지.
 
나는 강개한 마음을 이길 수 없어서, 홀로 차디찬 침상 위에 앉아 등불을 밝히고 시를 한 수 지었어. 
 
장부가 세상에 나오니 그 뜻이 크구나
사내가 세상에 나오니 그 뜻이 크구나
때가 영웅을 만드니 영웅이 때를 만드는 구나
영웅이 천하의 때를 보니 언제 대업을 이룰까
동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점점 차가워지는데
장사의 몸은 점점 뜨거워지는 구나
번민하고 탄식하나 한번이면 지나가니 
반드시 목적을 이루리라
쥐 도둑 이등아 벼랑 끝이라도 목숨을 겨루자 꾸나
어찌 이에 이를 줄 헤아렸으리 
세상 일이 돌아감이 굳건하다
동포여 동포여 속히 대업을 이루자
만세 대한독립이여 
만세 만세 대한동포여
 
丈夫處世兮 其志大矣 時造莫雄兮 英雄造時
雄時天下兮 何日成業 東風漸寒兮 壯士義熱
憤慨一去兮 必成目的 鼠竊伊藤兮 崖肯比命
豈度至此兮 事勢固然 同胞同胞兮 速成大業
萬歲萬歲兮 大韓獨立 萬歲萬歲兮 大韓同胞
 
- 내가 만약에 안 의사와 같은 처지에 있었다면 우국충정 어린 시를 쓰기는커녕 머리가 하얗게 되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거사에 필요한 옷을 사고 열차표를 사는 데에 쓸 비용이 없고, 누가 지원해 주는 사람도 없으니 마음이 처량하여 먹은 마음이 흐트러질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해하기 힘든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속여가면서 돈을 마련하였고, 총을 쏘고 난 다음에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겠다는 거사후擧事後 대비를 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가져야 할 앞날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 사람의 행동을 보여주었다.(계속)
 
 
 
 
▲ 소설가 노중평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