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역사 공정이 끝난 것이 아니다. 중국은 요하문명의 새로운 발견 이후 상고사와 고대사를 재정립하려는 '동북공정→ 중화문명탐원공정 → 국사수정공정 → 중화문명전파(선전)공정 등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우실하 한국항공대 교양학과 교수는 12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제153회 국학원 국민강좌에서 '최근 중국의 역사 관련 공정(工程)과 우리의 과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 우실하 한국항공대 교양학과 교수가 12일 국학원 제153회 국민강좌에서 '최근 중국의 역사관련 공정과 우리의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우 교수는 이날 요녕성 심양시 요녕대학교 한국학과 교수(2000. 2. 1~2002. 8. 31)로 있을 때부터 내몽고 적봉시 적봉대학 홍산문화연구원 방문교수(2014. 9. 1~2015. 8. 31)로 있는 동안 직접 답사하고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의 최근 역사-고고 관련 동향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역사-고고학계의 과제를 제시했다.

우 교수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요서지역에서 새로운 요하문명이 발견되면서 중국은 상고사를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 국가 주도로 진행되는 (1) 하상주단대공정(夏商周斷代工程, 1996~2000), → (2) 동북공정(2002~2007) →(3) 중화문명탐원공정(2004~2015) → (4) 국사수정공정(2010~2013) →(5) 중화문명전사(선전)공정(2016~?) 등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역사 관련 공정들은 모두 통일적다원민족국가론을 이론적 바탕으로 한다. 통일적다원민족국가론의 핵심은 현재의 중국 국경 안에 있는 모든 민족은 중화민족의 일원이고, 그들이 이룩한 역사는 모두 중국사의 일부라는 것이다.

▲ 우실하 교수는 도사유지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왕성이자 요임금의 왕성=왕도인 평양임이 밝혀진 상태라면 단군 고조선의 건국연대가 기원전 23330년이라는 것은 이제 허구가 아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주도의 각종 역사 관련 공정을 거치면서 중국의 주류사학계는 요하문명, 홍산문명을 주도한 집단이 중국인의 조상인 황제족(黃帝族)이라고 보고 있고, 이것은 이미 정설로 자리잡았다. 

우 교수는 특히 2015년 12월 발굴보고서를 펴낸 도사유지(陶寺遺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사유지는 1978~1985년에 대규모 발굴이 이루어졌으며, 1999년부터 새로운 발굴이 이루어지고, 2002년부터 중화문명탐원공정 예비연구 항목에 들어가, 2004년부터 본격적인 중화문명탐원공정의 주요대상 유적지가 되었다.  도사유지는 중국 산서성 임분시 양분현 도사진 도사향에서 발견된 용산문화 도사 유형 유적지로 총면적 300만평방미터가 넘는 거대한 왕국 단계의 도성유적이고, 시기는 기원전 2500년~기원전 1900년으로 전설시대로만 알았던 요임금의 왕성인 평양(平陽)이다. 

"각종 문헌기록에 신화처럼 기술된 요순시대가 실존하며,  중국의 역사시대는 요순시대까지 올라가며 도사유지가 바로  '최초의 중국'이라는 것이 최종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사서에서 단군고조선의 건국이 요임금과 같은 시기라고 기록하였다. 도사유지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왕성이자 요임금의 왕성=왕도인 평양임이 밝혀진 상태라면 단군 고조선의 건국연대가 기원전 23330년이라는 것은 이제 허구가 아닐 수 있다."

▲ 우실하 교수는 중국학계의 역사 관련 공정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모든 상고-고대사는 황제족의 방계역사로 전락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중국의 최근 동향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한국의 고고, 역사학계의 과제를 정리해 제안했다. 

첫째, 한반도 고고학에서 ‘고고학문화’ 설정하여야 한다.  우 교수는  요하문명을 연구하면서 중국에서 분류하고 소하서문화 → 흥륭와문화 → 조보구문화 → 부하문화 → 홍산문화 → 소하연문화 → 하가점하층문화 → 하가점상층문화 등의 시대순으로 이어진 고고학문화 유형의 설정은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흥륭와문화’ 혹은 '홍산문화'라고 하면, 우 교수를 포함해 대부분 중국학자는 분포지역, 토기의 유형, 집터의 형태 등을 일목요연하게 머리에 떠올린다.
그러나 한국 고고학에는 아직 이러한 고고학문화 유형이 정리되어 있지 않아 개별 유적지별로 기억해야 한다. 이것은 연구자뿐만이 아니라 일반인이 우리의 상고사를 이해하는 데도 무척 걸림돌이 된다는 게 우 교수의 생각이다. 
둘째, 이제부터라도 요하문명-홍산문화를 연구할 수 있는 전문 학자를 길러야한다. 요하문명은 중국 한 국가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공통의 시원 문명’이며, 우리의 상고사와도 바로 이어져 있다. 역사학계에서 요하문명 연구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전문 학자 양성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기존의 대학에서 스스로 연구할 능력이 안 된다면, 요하문명에 관해 대학 정규강좌라도 만들어서 해당 전문가들이 후학들을 가르치고 관심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정 인력자원이 부족하다면 중국에서 전문가를 불러서라도 강의를 맡겨야 한다.

셋째, 요하문명-홍산문화에 대항 연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홍산문화의 중심지인 적봉시, 오한기, 조양시 등의 대학과 박물관에, (1) 방문교수 교환 프로그램, (2) 박사후 과정 교환 프로그램, (3) 대학끼리의 교환학생 프로그램, (4) 박물관 간의 연구원 교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신진 연구자들이 직접 요하문명의 놀라운 실체를 확인하고 연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중국학자들의 연구 결과들이 전 세계에 통용될 것이고, 그때는 이미 대응하기에 너무 늦다.
넷째, 요하문명-홍산문화 연구가 고고-역사학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한다.  2012년 ‘제7회 홍산문화고봉논단’, 2014년 ‘제9회 홍산문화고봉논단’ 발표된 수십 개의 논문들 가운데 역사-고고 관련은 1/3도 안되고, 나머지는 철학, 미학, 디자인, 신화학, 민속학, 종교학, 복식학, 사회학, 정치학 등 수많은 분야의 논문들이 ‘홍산문화’를 주제로 발표되었다.
요하문명은 거대한 하나의 문명으로 고고-역사학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고학은 다른 분야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요하문명은 하나의 거대한 새로운 문명으로  거의 모든 인문-사회과학에서 요하문명의 해당 분야를 연구할 수 있다. 

다섯째, 옥기 전문가를 길러야 한다. 요하문명-홍산문화 연구는 고대 옥기(玉器)에 전문적인 인력이 없이는 접근하기가 어렵다. 현재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 소장이자 중국 고고학회 이사장인 왕웨이가 세계적인 고옥 전문가라는 점도 동북아 고대 문명 연구에서 옥기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섯째, 동북아역사재단에 ‘요하문명-홍산문화 연구실’을 개설하고,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독도나 고구려 연구보다도 어쩌면 더 중요하고, 미래의 역사갈등을 배태하고 있는 것이 요하문명-홍산문화 분야이다. 이제부터라도 전문가를 길러야한다.
일곱째, 동북아역사재단에는 중국의 고고-역사 관련 정책과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인력이 있어야 한다. 국사수정공정, 중화문명선정공정, 도소남신상 등의 소식을 우 교수가 최초로 국내 신문을 통해 알렸다. 우 교수는  현재의 모습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덟째, 단군 고조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요하문명-홍산문화는 기존의 어떤 역사 책에도 단 한 줄 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철저히 잊혀졌던 문명’이었다. 전혀 모르던 새로운 거대한 문명이 발견된 이상 우리의 상고사, 고조선을 이와 연결지어 연구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중국은 이미 이런 작업을 ‘중화문명탐원공정’이라는 이름으로 2003년부터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로 요하문명-홍산문화가 중국인의 시조라는 황제족으로 영역으로 새롭게 자리메김하고 있고, 이미 학계의 정설이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도사유지(陶寺遺址)가 요(堯)임금의 왕도(王都)인 평양(平陽)으로 밝혀지고 있다면, 요임금과 같은 시기라는 ‘단군고조선’도 단순한 허구나 전설 혹은 신화가 아닐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지 않겠는가?
우리도 요하문명-홍산문화가 우리의 단군 고조선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를 연구해야하고, 이런 연구를 통해서 중국에서 발표되는 논문에  반론을 적극적으로 재기해야 한다. 반론이 없이 중국의 연구 결과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 우리 상고사는 황제족의 방계역사로 전락하게 된다.


아홉째, 요하문명-홍산문화의 흔적들은, (1) 서남쪽으로는 중원지역과 이어지고, (2) 동남쪽으로는 한반도와 이어지다. 요하문명 지역을 중심으로 서남쪽과 동남쪽으로 갈라지는 ‘A자형문화 벨트’를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중국 고고학자 소병기((蘇秉琦. 쑤빙치. 1909~1999) 선생은 요하문명과 관련하여 ‘Y자형 문화 벨트’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Y자형 문화 벨트(Y字形的文化帶)’는 한반도 지역이 제외된 채 중국 안에서, (1) 북방 초원 지역, (2) 중원 황하문명 지역, (3) 요서요하문명 지역을 잇는 것에 불과했다.
우 교수는  ‘Y자형 문화 벨트’와 동시에 요하문명이 중원지역과 한반도 지역으로 각각 남하하는 ‘A자형 문화 벨트’도 존재한다고 본다. ‘A자형 문화 벨트’는 요하문명 지역에서 한반도로 연결되는, (1) 세석기문화, (2) 빗살무늬토기, (3) 적석총, (4) 치를 갖춘 석성, (5) 비파형동검 등이 입증한다. 
‘A자형 문화 벨트’는, (1) 요하문명을 ‘동북아 공통의 시원문명’으로 삼아서, (2) 한-중 공동 연구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고, (3) 단군 고조선의 실체를 좀 더 실제적으로 연구하고 입증할 수 있는 것이며, (4) 미래의 한-중 간의 역사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시각이라고 우 교수는 설명했다.

 우 교수는 2시간 가까이 중국의 역사 관련 공정을 소개했다. 중국은 요하문명의 주도세력을 ‘동이족’에서 ‘황제족’으로 정리한 이후에는, 아주 차근차근 이런 가설을 정립하기 위해 각종 역사관련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03년부터 시작된 ‘중화문명탐원공정’이 10여년 이상 지나면서, (1) 요하문명-홍산 문화의 주도세력이 중화민족의 시조라는 황제족 임을 정설로 만들었고, (2) ‘중화문명 5000년’을 당당하게 주장하며, (3) 이제는 전 세계에 이를 알리는 ‘중화문명선전공정’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가 이러한 중국학계의 동향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모든 상고-고대사는 황제족의 방계역사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제154회 국학원 국민강좌는 5월 10일 오후 7시 (사)국학원 주최, 서울국학원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 강당에서 열린다.  이날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이 '개성공단 실상과 폐쇄이후 남북관계 전망'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