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차 한민족미래포럼이 지난 10일 예술의 전당 예인홀에서 열렸다.

최근 홍산문화(紅山文化)의 발굴로 동북아역사에서 ‘동이문화(東夷文化)’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보통 중국이 다른 민족을 부를 때 쓰는 표현이었던 ‘동이’는 넓은 의미로는 중국의 산동성을 중심으로 동부 연안 일대에 사는 모든 민족을 포괄하여 부르는 명칭이다. 중화사상에서 주변의 종족을 방위별로 나누어 동이, 서융, 남만, 북적의 기록에서 기인한 것이다.

한민족원로회(공동의장 이수성, 김동길)는 지난 10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최근 한국 고대사에서 주목받고 있는 ‘동이(東夷)문화’의 두 전문가를 초청해 제15차 한민족미래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는 임찬경 인하대 연구교수가 ‘동이의 의미와 역사적 전개’를 주제로 발표했고, 이어 김동환 전 한신대 교수가 ‘중국의 고전문헌과 연구를 통해 본 동이의 인(仁) 사상’을 주제로 발표했다.

▲ 임찬경 인하대 교수.

이날 포럼에서 임찬경 교수는 중국의 역사서에서 발견되는 다른 국가나 민족에 대한 중국 특유의 배타성과 왜곡에 대해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중국의 《사기(史記)》, 《한서(漢書)》, 《삼국지(三國志)》, 《후한서(後漢書)》를 검토하면 동이를 통한 고대 조선역사에 대한 역사왜곡이 《한서》에서 본격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국은 화이관(華夷觀)을 바탕으로 주변 민족에 대한 역사를 변방 혹은 낙후되었거나, 그들에게 종속된 것으로 서술하는 경향이 발견된다. 이는 현재까지 한국 고대사 전반을 왜곡하는 기초 논리로 작용하고 있다. 올바른 한국의 고대사 연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임 교수는 이러한 화이관에 의한 중국의 고대사 왜곡을 바로잡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중화(中華) 사상을 바탕으로 중국의 고대사뿐만 아니라 우리의 고대사까지 연구하고 그들의 역사관에 맞추어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동이를 포함한 한국 고대사를 깊이 연구해 역사 왜곡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역사적 책무이다.”

▲ 김동환 전 한신대 교수.

이어 김동환 교수는 중국의 고전문헌과 연구를 통해 본 동이문화의 역사에 대해 강연했다. 특히 그는 "동이의 정신문화는 동북아 고대 종교의 뿌리이자 도덕과 철학의 근간으로, 천신신앙(天神信仰)과 삼족오(三足烏) 사상, 인(仁) 사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 건국이념인 ‘홍익인간’과도 한 뿌리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김동환 교수는 “동이문화는 동북아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넘어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며, 현재까지 살아있는 가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고전에서도 ‘동방예의지국’이나 ‘군자국(君子國)’이라 하여 동이의 정신문화를 동경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후한서》에는 동이족의 인 사상에 대해 “왕족에 이르기를 ‘동방을 이(夷)라 한다’라고 하였다. ‘이’라는 것은 ‘근본이 되는 뿌리’라는 의미로, 어질고 살리기를 좋아하여 마치 만물이 대지로부터 솟아나오는 것과 같음을 말하는 것이다”와 같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김동환 교수는 “동이문화는 동북아문화권의 종교·정치·철학·예술·과학 등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그 뿌리가 되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도덕과 철학의 근간이 되어 유교나 도교, 많은 제자백가의 가치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동북아 역사에서 동이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동북아문화의 상당부분이 동이문화와 맞닿아 있다. 이는 다가올 동북아문화공동체의 연구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며 강연을 마쳤다.

한편, 한민족원로회는 지난 2013년 7월 23일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했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동길 태평양시대위원회 위원장이 공동의장을, 장준봉 전 경향신문사 사장이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원로회는 정치, 경제, 교육, 법조, 언론, 문화 등 대한민국의 각 분야 100여 명의 원로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민족미래포럼은 격월로 홀수 달 두 번째 목요일 저녁 7시에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정기적으로 열린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동서남북의 분열과 대립, 빈부, 노소, 정파 간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세계에서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 위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필요한 정책제안을 하고자 마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