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교육 시스템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이른바 '명문대학'을 위한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 교육의 형태 역시 창의적, 자발적 교육보다는 주입식, 일방적 교육이 대부분이다. 교내 이지메(いじめ, 왕따) 문화도 여전히 심각하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집계한 통계를 살펴보면 등교를 하지 않는 고등학생의 수는 2014년 2,044명에서 2015년 5,385명으로 1년 사이 2배 넘게 증가했다. 2014년 문부과학백서를 살펴보면 연간 고교 중퇴자의 수 역시 감소 추세였다가 2013년 증가로 돌아섰다.

일본중퇴예방연구소는 최근 일본 고등학생의 중퇴 이유를 조사한 결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여 발표했다. 하나는 '학습의욕 상실' 다른 하나는 '인간관계' 때문이다.

이런 일본에도 오는 4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가 개교한다. (일본은 신학기가 4월에 시작된다) 지난 2013년 국내 최초 고교 완전 자유학년제를 표방하며 개교한 벤자민학교의 일본 버전이다.

주요 커리큘럼은 1년 과정인 한국 벤자민학교와 같다. 차이가 있다면 일본은 완전 자유학년제와 학교병행제를 함께 운영한다. B.O.S.(Brain Operating System)로 주목받는 뇌교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외국어, 운동, 예술, 프로젝트 진행 등 다양한 자기계발과 직업 및 사회참여활동을 한다.

▲ 3월 4일 진행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3기 입학식에서 (왼쪽 사진) 일본 벤자민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일본 청소년들이 전통 공연을 선보였다. (오른쪽 사진) 일본 학생들은 한국 벤자민학생들과 짝을 맞추어 준비한 춤 공연을 함께했다. [사진=이효선 기자]

한국 벤자민학교는 지난 3월 4일 3기 입학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일본 벤자민학교 입학을 앞둔 신입생과 학부모 40여 명이 함께했다.

일본에서 온 학생들은 1기 27명, 2기 479명에 이어 3기 1,000여 명이 입학하는 한국 벤자민학교의 규모에 놀라는 한편, 자신들 앞에 주어진 '꿈의 1년'을 맞이하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고바야시 나츠키(小林奈津希) 양은 "스스로 선택하는 삶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1년을 보내고 싶다"며 "특히 이번 한국 벤자민학교 입학식에 참석해 많은 한국 친구들을 만났던 것처럼 지구 곳곳의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입학식 무대에는 한국 벤자민학교 2기 졸업생들과 일본 벤자민학교 신입생들의 합동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을 준비하며 서로 말은 통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벤자민학생들의 친절함과 밝은 모습, 배려에 일본 신입생들도 "(한국 벤자민 졸업생들처럼) 1년 뒤 나의 모습도 기대된다"며 상기된 표정을 보였다.

▲ 한국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입학식을 찾은 일본 벤자민 1기 고바야시 나츠키 양(좌, 동생)과 유키 양 [사진=강만금 기자]

나츠키 양의 언니인 유키(小林由李) 양은 "(벤자민학교를 선택한 뒤) 2017년에는 나도 웃고 내 주변도 모두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며 "벤자민학교를 통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으로서 즐겁게 살아나가는 법을 익히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 모두가 "네"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에 관한 터부가 있다. 그런 일본 사회에서 모두가 가는 정해진 교육과정 대신 벤자민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큰 모험이지 않을까.

두 딸이 모두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고바야시 자매의 어머니 코바야시 마사코 씨는 "'모두가 가는 길이니까', '그래야 하니까'와 같은 이유로 자기 인생을 결정하고 남들처럼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벤자민학교가 두 딸에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감각을 스스로 알아가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일본 벤자민학교는 오는 4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와 청년을 위한 벤자민 갭이어가 운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