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할 수 없는 것은 없어요. 시도하지 않았거나, 끝까지 해보지 않았을 뿐이죠."

세상이 만들어놓은 잣대 때문에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꿈꾸는 것조차 힘든 세상에서 꿈을 이뤄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는 그에게 이뤄보고 싶은 또 하나의 꿈이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 2기 배형준 군(충남학습관)이 지난달 2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챌린지 레이스 마라톤 풀 코스'에 도전해 완주했다. 성인 마라토너도 쉽지 않은 42.195Km의 기나긴 코스를 '할 수 있다'는 뚝심 하나로 달려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배형준 군(충남학습관)이 2월 2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완주했다. [사진제공=배형준 군]

배 군은 마라톤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렇다고 원래 뛰는 걸 좋아하는 학생도 아니었다. 벤자민학교에 오기 전만 해도 걷는 것이 귀찮고 싫어서 자전거나 오토바이, 택시를 애용했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벤자민학교 입학 후 한계도전 프로젝트로 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힘이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이번에 풀코스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라는 것을 제대로 체험해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생각만큼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마라톤 연습을 하면서 다리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달리기 전에 몸을 제대로 풀지 않고 뛰어서 다리에 무리가 간 것 같아요. 왼쪽 다리에 통증이 와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마라톤에 절대로 나가지 말고 약 먹으면서 치료받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불상사에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지만, 나 자신과 타협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든 그럴 것 같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배형준 군(충남학습관)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난 후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배형준 군]

배 군은 다리 상태가 좋지 못했음에도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출전했다. 컨디션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경기 초반부터 가슴이 미칠듯이 뛰고 안 아팠던 다리에 통증도 왔다. 다행히 20km 지점까지는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뛰며 완급 조절을 할 수 있었으나, 문제는 23km 지점부터였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 이런 거였구나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다리 통증도 심하고 정신도 없어서 다리와 뺨을 때리면서 달렸어요. 엠뷸런스에 실려가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저기에 실려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30km를 뛸 때쯤 2차 반환점에서 사람들이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들 사이에 껴서 그냥 32km 메달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어요. 그런데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어머니와 친구의 응원 소리에 멈출 수 없었어요."

배 군은 "어머니는 나 같은 자식 키우느라 19년을 힘들게 살아오셨는데 나는 고작 이것 같고 힘들어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언젠가 끝은 온다는 생각에 멈추지만 말고 가자는 생각으로 끝까지 뛰었다"며 "거의 꼴찌로 들어와서 최악의 기록을 남겼지만, 내게는 생애 최고의 도전이자 경험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