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가 우선일까? 국민의 사생활(프라이버시 Privacy) 보호가 먼저일까?"

요즘 미국이 이 두 가지 질문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해제 문제로 애플과 미 연방수사국(FBI)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FBI는 아이폰에 백도어를 제작해 이번 한 번만 사용한 뒤 보안을 책임져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애플은 수억 명의 데이터 안전과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이 문제에 관해 미국 각계 인사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애플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정부를 지지하는 등 단순한 잠금해제 차원을 넘어 '국가안보'와 '프라이버시' 논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처럼 테러 문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테러방지법)'을 놓고 여당은 국가안보를, 야당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주장하며 대치 중이다.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은 국정원에 정보수집권을 부여할 것인가에 관한 부분이다. 이에 야당은 카카오톡 감청, RCS 논란 등 과거 국정원과 관련된 주요 사건을 예로 들며 국정원의 권한 남용을 우려했다.

테러방지법을 통해 테러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여당의 취지는 환영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관건은 국정원에 대한 신뢰문제다. 국정원이 테러방지법을 정말 테러문제만을 위해 사용할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변칙 적용할 여지는 없는지 등이 의심쩍은 건 야당뿐만이 아니라 국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일에도 예외 없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그 예외는 원칙이 잘 지켜질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법이다. 테러방지법 또한 마찬가지다. 국정원이 안보 문제로 불가피하게 개인을 조사해야 한다면, 대상을 테러위험인물에 한정시켜 국민 인권보호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또한,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국정원의 자의적인 해석과 독단적 조사를 견제하기 위한 법적 장치도 더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야당 역시 정말 국민을 위한다면, 당의 이권을 노리는 꼼수가 아닌 좀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테러방지법은 국민의 안전을 논하는 법안이다. 무조건 반대입장만 표명할 것이 아니라 대안이나 절충안을 모색해 국가안보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글. 이효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