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주 3.5일 근무도 가능해진다…유연근무제 확대'

덴마크나 핀란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이야기다!

전자파가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혹시 몰라 잠잘 때도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고 자면서 언제 어디서든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대기 중인 이 땅의 수많은 근로자들의 머리에 물음표가 뜬다.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일주일 중 절반만 일하고 절반을 쉴 수 있다는 말인가?'

'주 3.5일 근무'는 인사혁신처가 21일 발표한 '공무원 근무혁신지침' 중 하나다. 개인이 주당 40시간 내에서 자율적으로 근무일과 근무시간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이를 적극 활용하면 하루 12시간씩 3일을 근무하고, 나머지 하루 동안 4시간만 근무하여 '주 3.5일 근무'가 완성된다는 것.

인사혁신처 발표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형식적 회의·다른 부서 방문·사적인 전화나 인터넷 검색 등 불필요한 일 줄이기 ▲집중근무시간 운영 ▲매주 수요일은 '가족 사랑의 날'로 야근 금지 ▲영상회의 적극 활용 ▲메모 보고 등 비(非)대면 보고 활성화 등이다. 인사혁신처는 이를 22일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직 사회의 근무 혁신이 민간으로 전파돼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사회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말했다. 하지만 일반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일부 공무원들이 없는 일도 만들어서, 혹은 일을 하지 않고도 야근 수당을 받는다는 뉴스가 왕왕 들려온다. 지난해에는 공무원들이 가짜 손가락을 만들어서 1년간 400만 원의 부당 수익을 가져가 논란이 된 바 있다. 공무원의 초과근무 수당은 2013년부터 시간당 1만 원으로 인상되었다.

부서장과 협의 하에 원하는 시기 휴가를 떠날 수 있고, 주 3.5일 근무도 할 수 있다지만 공무원 조직 내에서도 "가능하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아닌 이들의 반응은 좀 더 거칠다. 일각에서는 "최근 경기악화로 기업에서는 30대 직원도 '명예퇴직'을 하는 분위기인데, 일주일에 절반만 일하는 공무원이라니…속에 천불이 난다"고 한다. '관료이기주의' '공무원 철밥통'이라며 분노를 표하는 이들도 많다.

'책상에 앉아 상사에게 얼굴 비치는 시간'으로 업무 평가하는 시대가 끝나야 하는 것은 맞다. 《타임푸어(Time Poor)》(브리짓 슐트 지음)는 "창조성과 생산성을 높이려면 노동시간을 늘리고 한밤중에 울려대는 스마트폰을 지급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자율성과 전문성, 목적의식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보다 질이 우선되는 업무환경을 조성하여 박근혜 정부가 목소리를 드높여온 '일가(家)양득'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가 '공무원 집단'에서 시작되는 것을 문제삼는 것은 아니다. 관(官)에서 시작을 해야 일반에서도 도입 여부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 때도 공무원들부터 시행하지 않았던가.

다만, '일주일에 절반만 일하는 공무원'을 받아들이기에는 여전히 주말 근무를 하고 밤새워 일하고도 새벽같이 출근하며 야근 수당은커녕 임금 체불을 겪고 있는 이들이 너무 많다. '공무원 근무혁신지침'만이 아니라 '근로자 근무혁신지침'을 우선하여 함께 고민해볼 수는 없을까.


강만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