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쉬지 않고 경주하듯 올라가며 공부하는 학생들. 이렇게 전진만 하는 학생들은 공부할 힘이 소진되기 십상이다. 이렇게 대학생이 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학기나 1년간 자유를 주자는 운동이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갭이어(gap year)를 주자는 것이다.

갭이어는 고등학교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진로 모색, 직업탐색, 자아성찰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운용하는 체험 학기, 체험 학년을 말한다. 이는 1970년대 영국에서 국제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갭이어가 1980년대 미국으로 전파되어 확산되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자아성찰의 기회를 확대하고, 다른 문화를 학습하고 장래 가능한 경력을 탐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갭이어가 미국 교육제도에 편입되면서 학생들이 갭이어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공부에 지쳤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고 한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다. 그러한 부담이 학생들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번 아웃'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번아웃'을 예방하고, 학생들이 번 아웃에 빠지 않도록 갭이어를 주려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후 1년 정도 학생들은 '휴지기'를 보낸다. 이렇게 갭이어를 보내고 온 학생들은 학업에 관한 열정을 회복하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에 관해 많이 알게 된다. 갭이어를 보낸 학생들은 1년 후 얼마나 대학에 돌아올까. 미국갭이어협회에 따르면 90%가 1년 안에 대학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갭이어를 하면 어떤 도움이 될까?  미국갭이어협회의 자료를 참고하면, 공부면에서 그룹활동에 도움이 된다. 갭이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면서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갭이어는 공부의 번아웃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실생활에서 다양한 경험을 함으로써 학생들은 배우려는 호기심을 다시 갖게 되는 점 또한 갭이어가 도움이 된다.  외국어 습득도 갭이어에서 얻는 소득이다. 갭이어를 한 학생들은 12년간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생활에 적용해보는 기회를 갖게 돼 자신이 원하는 직업에 자신이 맞는지 안 맞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학업 외에 개인이 누리는 이득도 적지 않다. 외국 문화를 체험하는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 또 의사소통 능력이 신장된다. 학교생활에서는 체험하지 못한 일에 도전함으로써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커지게 된다. 또한 국제 감각을 갖는 학생들도 많아진다.

특히 학생들의 삶에서 중요한 점은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자신만의 최상의 삶의 방식을 찾는다는 점이다. 또한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성공의 기준을 마련한다. 어려운 일에 도전함으로써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하고 자신의 역량을 알게 된다. 자기 자신의 삶에 책임의식이 커지는 것도 갭이어가 주는 큰 혜택이다. 또한 지구시민이라는 의미를 이해하고 책임의식을 갖게 된다.

이렇게 학생들이 갭이어를 통해 바뀌면서 미국 대학들은 갭이어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에서는 갭이어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학생들이 여행, 특별 프로젝트나 활동 등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1년간 등록을 연기해준다. 군복무시에는 2년간 연장해준다. 하버드에서는 학생이 매년 80명에서 110명이 이 갭이어를 선택한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취업 때문에 휴학을 하거나 졸업을 미루고 있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지, 나는 어떤 능력이 있는지 깊이 체험해볼 새도 없이 취업 준비에 몰두한다. 이렇게 공부하다 번 아웃상태가 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청년들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1년을 선물하자. 고등학교 졸업 후 20대에 1년을 갭이어로 보내도록 하자. 그래서 백세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준비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