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에서 방송된 '응답하라 1988'. 종편 사상 최고의 시청률(18.8%)를 기록하며 큰 화제 속에 종영되었다.

2015년 문화계에는 복고 열풍이 드세게 불었다. 드라마, 예능, 가요, 영화 등 곳곳에서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2016년에도 고스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복고열풍은 좋지 않은 경제 여건과 관련 있다.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은 현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큰 흐름이 된 복고는 그만큼 불황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복고'와 함께 자기 성찰이 문화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미움받을 용기》가 2015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기도 했다. 예전에는 어린이들이 했던 색칠하기가 어른들을 위한 힐링의 한 방편으로 인기를 끌며 서점가에는 다양한 ‘컬러링북’이 스테디셀러가 되기도 했다.

▲ 《미움받을 용기》(좌)와 《비밀의 정원》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전에 없이 힘들어진 취업, 계층 간 불평등 심화는 하루아침에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청년들은 부모와 같은 삶은 평범한 삶마저 사치라고 느끼고, 중장년층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하지만 1,1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대출이 발목을 잡는다.

세대와 계층을 막론해 쉽게 미래를 논할 수도, 희망을 품을 수도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인 데다가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가 얽히고설킨 문제이다 보니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자기성찰’과 ‘셀프힐링’이 대두되고 있다.

자기성찰을 위한 심리학 도서가 인기를 끄는가 하면, 밖에서 사람들 만나서 돈 쓰고 술 마시며 여가를 보내는 대신 집에서 혼자 장난감 블록을 만들거나 색칠을 하고, 셀프 인테리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방송가를 장악했던 ‘먹방’에 이어 올해는 ‘셀프 인테리어’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 2016년 들면서 종편을 중심으로 '셀프 인테리어' 방송이 주요 포멧으로 떠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18일 2016년 업무보고를 통해 '문화융성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콘텐츠 개발을 통한 외래관광객 2천만 시대 △문화를 통한 기업문화 혁신 등을 전략으로 제시했다.

2016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문화 부문에 많은 예산(총 6조 6천억 원)이 배정되었다. 2015년도 예산과 비교해 7.5%나 증가해 일자리 예산 다음으로 크게 늘었다. 그만큼 문화 융성에 대한 정부의 집중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이러한 전략이 구체화되고 7조에 가까운 예산이 제대로 쓰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 우리가 가진 것의 의미를 제대로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난해 '대통령이 읽은 책'으로 유명해진 책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경희대)는 "단순 경제력만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 한국은 홍익인간 정신, 마을공동체 등과 같이 한국이 가진 위대한 가치를 제대로 알고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드라마에서 시작해 가요, 화장품, 생활방식 등으로 확대되는 '한류(韓流)'가 진정한 힘을 갖기 위해서는 한국만의 철학, 사상, 이념에 대한 재해석이 절실하다. 특히 경쟁과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오늘날, 상생과 공존을 의미하는 홍익인간 철학이 갖는 의미는 다시 되새겨 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러한 정신을 문화 공간으로 펼쳐낸 일지아트홀(서울 강남)이 있다. 일지아트홀은 한민족의 정신문화를 한류 콘텐츠로 만든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매월 무대에 선보이고 있다. 또한, 한민족의 고유 정신을 '선도(仙道)'로 풀어내며 다양한 문화 공동체 활동을 하는 선도문화진흥회, 선도문화연구원과 같은 단체들의 활약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