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WP) 온라인판에 보도된 '헬조선' 기사 이미지 [캡쳐=www.washingtonpost.com]

"눈부신 기술력을 가진, K-pop의 나라라고 해서 속지 마라. 이 땅을 살아가는 20~30대들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최고의 대학과 근사한 직장을 갖지만,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 한국에서는 이 특별한 나라의 이름도 따로 두고 있다. ‘헬 조선(Hell Joseon)’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월 31일 자 온라인판을 통해 ‘헬조선’을 장황하게 보도했다. WP는 "젊은 한국 청년들이 조국을 ‘지옥’이라 부르며 탈출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기사를 전했다. WP는 “과거 부모세대가 누렸던 고성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청년층에서 헬조선 현상이 공통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기사에 소개된 20~30대 청년 4명은 “나는 부모님 세대와 같이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답이 없다” “상사는 항상 '직장이 1번, 가정은 그다음’이라고 강조한다” “부모님은 내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 '헬조선 지옥불반도 지도'. 워싱턴포스트 기사에서 소개한 SNS커뮤니티에 게재된 이미지다.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게임맵을 패러디했다.

부모님 이름의 아파트에서, 내 방을 갖고 사는 게 당연했다.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자가용을 뽑는 줄 알았다. 적당히 일하고 또 적당히 외국 여행도 다닐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돈을 아껴쓰게 하는 스마트폰 앱이 인기다. 당장 돈이 없어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도 많다. 내 집과 내 차는커녕, 비싼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싼 경기도로 밀려나 이사한 사람이 지난해 1만3천 명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꿈’이란 배부른 사치다. 나이는 성인이 되었지만, 내가 상상하는 어른 구실을 못하는 것 같아 자괴감은 날로 커진다. 이는 곧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터져 나온다. 인터넷에는 ‘헬조선’ 커뮤니티가 넘쳐난다. 들어가 보면 대한민국에 관한 불만을 넘는 분노가 넘실댄다.

▲ 20대 청년을 위해 만들어진 '벤자민 갭이어'에 관하여 김나옥 벤자민인성영재학교장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입시 경쟁에 매몰된 10대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개교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다. 학교 밖 세상을 무대로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1년을 보내는 고교 최초 완전자유학년제 학교다.

이 학교의 20대 청년 버전이 시작된다. 이름은 ‘벤자민 갭이어(Benjamin Gap Year)’. 꿈꿀 여유나 희망조차 박탈당한 20대를 위한 1년 과정의 코스다. 기성세대로부터 “네가 노력하지 않은 탓”이라며 자괴감을 갖도록 강요받는 청년들에게 자기성찰과 인생설계를 위해 마련되었다.

‘갭이어’는 영국에서 1960년대에 시작되어 매년 23만 명의 청년들이 이 시간을 가진다. 주로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과정 중에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지역 사회나 외국에 나가 봉사활동을 하며 삶을 돌이켜보고 미래를 설계한다.

이제 청년들에게도 시간을 주자. 부모나 교사가 시키는 대로 해나가기에도 바빴던 청소년기를 보낸 20대 청년들에게 이제 진짜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삶을 고민하고 돌아볼 기회를 주자.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본 20대와 그렇지 않은 20대는 천지 차이다. 자기성찰할 줄 아는 청년들이 만들어갈 ‘헤븐조선’을 기대하며 벤자민 갭이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