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열린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폐막 연설 이후 한국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었다. 그러나 질문한 사람은 없었다. 오바마는 “한국어로 질문하시면 아마도 통역이 필요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청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그는 중국기자였다. 오바마는 한국기자에게 질문을 요청했다며 재차 물었다. 정적만 흘렀다. 질문권은 중국기자에게 돌아갔다. 이처럼 질문하지 않는 한국인의 모습은 치열한 언론고시를 뚫고 신문사에 입사한 기자들에게 한정된 것일까?

▲ 우리나라 학생들은 오로지 대학수학능력시험를 대비하기 위해 공부한다(출처=정책브리핑)

19세기 교육의 현실

 
전국에서 학업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는 서울대학교를 보자. 이들 중에서 상위 1% 학생들의 공부법은 달랐다. 교수가 한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질문? 그런 것은 없었다. 서울대생 1,100명을 조사한 이혜정 서울대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오히려 창의적인 답변을 제출한 학생들은 학점이 좋지 않았다”라며 “고등학교까지와 다를 바 없는 수용식 교육방법을 통해 인재를 키우는 서울대의 방법론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역대 교육부는 창의적 인재를 기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질문하지 못하는 학생들만 길러낼 뿐이다. 세계적인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성스러운 호기심을 절대 잃지 말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육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이는 한국교육이 프러시아 교육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공립학교에서 26년 동안 교사로 지낸 존 개토는 미국교육은 프러시아 교육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했다. 1806년 프러시아 정예군이 나폴레옹의 군대에게 패배했다. 이후 철학자 피히테가 ‘독일국민에게 고함’에서 교육의 필요성을 주창하면서 강제적인 학교교육이 시작된  명령에 복종하는 군인, 노동자 그리고 공무원으로 기르기 위해서다. 미국은 1852년에 이 교육제도를 채택했고 한국 또한 받아들이게 된다.
 
작가 이지성은 “프러시아 교육제도의 가장 큰 목적은 개인의 인간성과 창의성을 말살하는 것이었다”며 “그래야 사람을 로봇처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주입식 교육시스템과 시험성적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시스템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19세기 교육을 21세기에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청소년이 12년이나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라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발표한 ‘미래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로봇과 인공지능의 기술로 5년 내 전 세계에서 일자리가 50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 미래의 교육으로 떠오르고 있는 무크와 칸 아카데미
 
21세기 교육의 변화
 
윌리엄 할랄(William Halal) 조지워스턴대학교 교수는 “2020년이면 정보화 시대가 끝나고 지식 이상의 가치와 목표를 중시하는 영감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교사는 단순히 지식전달자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학생이 정보를 검색하고 교사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상담자 역할로 바뀔 때다.
 
대표적으로 살만 칸(Salman Khan)의 '거꾸로 수업하기(Flipped Learning)'가 있다. 학생들에게 수업 동영상을 숙제로 내주고 교실에서는 토론하고 실험한다. 2006년 설립한 칸 아카데미는 2012년 한 해에만 4,300만 명의 학생이 동영상 강의를 들었다. 살만 칸은 “교실은 누군가의 말을 일방적으로 들으며 필기나 하는 식으로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공간인 만큼 상호작용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교과목과 시험도 바뀌고 있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 대표는 "앞으로의 시험은 어떤 정보를 이용해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친구들과 협의하고 실제로 제작하는 프로젝트 형태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2020년부터 기존 과목을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소통),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창의력), 크리티컬 싱킹(Critical Thinking·사고력),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 등 '4C'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니티 디바 세인스 말레이시아 대학교 교수는 앞으로 초ㆍ중등학교에서의 교과목을 현재의 국어ㆍ수학ㆍ과학ㆍ생물ㆍ지리 등에서 문제해결능력ㆍ의사결정능력ㆍ비판적인 사고, 창의적인 사고, 의사소통능력, 팀워크, 리더십 등으로 완전히 바꾸기 위해서 먼저 대학에서의 전공과목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는 “교육이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는 것으로 이동해야 한다”라며 “기업은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하버드, MIT, 스탠퍼드 등 세계 유수 대학의 강의를 집에서 듣는 시대다. 미래 교육을 선도하는 ‘MOOC(무크)’가 그것이다. MOOC는 수강자 수의 제한이 없는 대규모 강의로(Massive), 별도 수업료 없이(Open), 인터넷(Online)으로 제공되는 교육과정(Course)을 말한다. 누구나 세계적인 강좌를 듣고 수료증까지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 무크 서비스인 '코세라'(Coursera) 수강생이 8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세계의 교육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입시위주의 교육에 갇혀 있는 한국의 아이들과 부모, 교사들이 따라갈 수 있을까?(계속)
 
■ 참고문헌
 
박영숙, <미래교육보고서2020>, 경향미디어 2010.
브레인 편집부, <[집중리포트] 창의적 미래인재의 조건>, 브레인 55호, 2015.
이지성, <생각하는 인문학>, 차이 2015.
이혜정,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다산에듀, 2014.
정선주, <학력파괴자들>, 프롬북스, 2015.
캔 로빈슨, 정미나 옮김,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교실>, 21세기북스, 2015.
존 개토, 김기협 옮김,  <바보 만들기> 민들레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