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가진 가치를 존중받고 재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과 창의성 교육을 강화해, 학업성적만으로 평가받지 않고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 13일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 중 일부이다. 박근혜 정부는 4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교육개혁으로 ‘행복교육과 창의인재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자유학기제는 학교 교육 정상화 추진, 교육복지 확충, 능력중심사회 기반 구축의 3대 교육 정책 중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핵심 국정과제에 속한다.

자유학기제는 과도한 학업이나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과 실습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아 삶의 주인으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있다. 즉, 자유학기제는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교육정책이다. 해당 학기에는 동아리나 진로 탐색 등 원하는 체험활동에 집중한다. 일주일 10시간 이상, 총 170시간이 편성되고 이 기간에는 시험 또한 없다.

지난 2013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해 오다, 올해 3월부터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전면적으로 실시한다. 하지만 여전히 입시 위주의 경쟁에서 이러한 시도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자유학기제 수업 모습 (사진=교육부)

오래전부터 영국,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학생들이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창조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자유학기제와 유사한 사례로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 덴마크의 ‘애프터스쿨’, 영국의 ‘갭 이어(Gap Year)’ 등이 있다. 이들 프로그램의 목적과 내용 면에서는 체험중심교육의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각 국가의 교육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인다.

우선 영국의 ‘갭 이어’나 아일랜드 ‘전환학년제’에서는 잠시 학교 교육을 중단하고 봉사, 여행, 진로 탐색, 인턴, 창업 등의 활동을 경험하여 향후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창조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일부 대학에서 실시하는 ‘갭 이어’ 프로그램은 우수 학생들이 중도에 대학교육을 포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학 전후에 자신의 능력, 전공, 향후 진로나 직업을 탐색할 수 있도록 일정한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는 아일랜드의 ‘자유학년제’를 모델로 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자유학년제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 것은 사회·문화적 배경과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이 유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를 겪고 전쟁과 가난을 극복해 급속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것처럼, 아일랜드 역시 12세기 때부터 1922년 독립을 쟁취할 때까지 약 750년이라는 긴 세월을 영국의 식민 통치 아래에 있었다. 또한 아일랜드는 1970년대 초반까지 유럽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가난한 농업 국가였다. 이후 10년간 아일랜드는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지난 2005년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세계 111개 나라 가운데 아일랜드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아일랜드는 초고속 경제 성장으로 ‘켈트형 호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아일랜드 경제성장 요인 중 하나로 ‘교육’을 꼽는다.

아일랜드는 우리나라와 같이 천연자원보다 인재 개발을 통해 단기간에 경제가 성장한 국가로 교육열과 대학 진학률이 높아 입시 경쟁이 치열한 국가였다. 이러한 상황으로 학생들에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기 위해서 소질과 적성 탐색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1974년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리처드 버크(Richard Burke)는 자유학년제를 도입하게 된 계기를 아래와 같이 밝혔다.

“학생들이 좋은 점수와 경쟁적으로 성공에 집중하면서 이에 대한 압박 때문에 교육 체제는 점차 공부 공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압박 때문에 학교는 바깥 생활과 접촉하지 못하고 학생은 독립하고 나눌 줄 아는 기회,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는 기회,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떤 곳이며 사회의 장단점의 원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제 그만 공장 가동을 멈추고 학생들이 개인적인 성장과 공동체 봉사에 헌신할 수 있도록 1년간 교육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자유학년제가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정보화시대에는 지식을 전달하고 암기하는 방식의 교육은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자유학년제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를 1년 과정으로 한국형 자유학년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2013년 1기 27명 입학에서 지난해 477명이 입학하며 전국 18개 학습관에서 학교 밖 세상을 교실 삼아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공교육의 다양화를 추구하며 민·관 협력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가 중심 제도권 교육과 시민 중심 대안교육의 벽을 허물어, 일부 학생한테 한정돼 온 대안 교육의 문호를 넓히고자 한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가정, 직업 세계 등 모든 생활의 장이 학습 공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해외 여러 사례를 면밀히 살펴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