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의 공방 '세라워크'에서 학생들이 조손가정, 소년소녀 가장 가정에 전하기 위해 도자기 접시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칼바람이 부는 23일 토요일, 서울 여의도 한 빌딩 내 도자기 공방에는 겨울방학을 맞은 중ㆍ고등학생들과 엄마와 함께한 초등학생들이 모였다. 도예가 홍유진(42) 씨가 운영하는 생활용품 도자기 공예방 ‘세라워크’는 매주 토요일 봉사활동의 공간으로 바뀐다. 이들은 생활도자기 컵 또는 접시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도자기를 완성한다. 이렇게 만든 접시는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한다.

하얀 접시에 뽀로로와 미키마우스, 겨울왕국 애니매이션의 눈사람 울라프 등 캐릭터에 산뜻한 색이 수놓아 졌다. 한 쪽에는 이국적인 꽃과 아기자기한 꽃들이 펼쳐졌다.  아이들은 혀끝으로 입술을 적시며 몰두하고, 엄마와 눈을 맞추며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만든 도자기 접시는 식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해성분이 없는 유약을 발라 1,250도~1,300도의 고열로 구워내 완성되는 데 2~3주가 걸린다.

▲ 도예가 홍유진 씨는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조언하며 격려했다. 고등학교 2학년 윤상 양은 접시 위에 우아한 꽃을 피웠다.

잠신고등학교 류지원(18) 양은 "다른 곳에서 립밤을 만들어 후원하는 봉사에 참여했던 기억이 참 좋아서 오늘 참가했어요. 동생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는 제 또래 소년 소녀 가장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쁘죠."라고 했다. 류 양과 함께 참석한 윤 상(18) 양은 “좋아하는 활동도 하고 기부도 할 수 있으니까 더 의미가 있어요. 재작년부터 치매지원센터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돕고 있는데 올해도 계속 할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올해 수도여자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이지윤(19) 양은 작년 3월부터 공방에서 여러 차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평소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창의적인 작업을 좋아하는데 도자기 위에 마음껏 표현하는 게 좋아요. 게다가 이웃을 도우니 더욱 좋고요. 올해는 고 3이라 공부하느라 조금 더 힘들겠지만 계속 할 생각이예요.”라고 했다.

▲ 하얀 도자기 위에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를 그리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지윤 양.

올해로 20여 년 도예가로 활동한 홍유진 씨가 여의도에 자리 잡은 지 10년. 평소 (사)하트포칠드런을 통해 생활도예작품을 기부해왔다고 한다. 그러다 재작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단체의 여의지부로 등록했다. 생활도예작품들을 경매하여 모은 자금으로 밥차나 사랑의 도시락 배달에 기부하기도 하지만, 생활도예작품 자체를 기증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받는 생활도자기를 무척 좋아한다. 시설 등에서는 편의상 플라스틱, 스텐레스 용기를 많이 쓰는데 아픈 이들이 약을 먹을 때 도자기 컵이 따뜻한 위로가 된다고 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선물이고,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 나에게 전해준 마음'이라고 좋아하는 할머니의 한마디가 힘이 된다.

▲ 엄마와 함께 참여한 초등학생들도 도자기 접시에 예쁜 그림을 펼쳐보였다.

학생들 지도를 마친 홍유진 씨는 "봉사를 하더라도 학생 입장에서 서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교육의 기회를 주고 싶었죠. 오늘 경험이 직업이 될 수도, 예술적 창작을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라며 기쁨을 표했다. 긴 겨울방학, 청소년들이 다채로운 체험과 함께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 도예가 홍유진 씨는 1,300도 고열에서 생활도자기로 구워낸 학생들의 작품을 보여주며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마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