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

"한국의 전통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지난 8년간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의 진짜 '보물'이 소홀히 되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할 때, 한국의 진짜 보물인 '전통'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미래는 전통에 있다.

현재와 같은 단순 경제력만으로 성장하는 것은 한계에 왔다. 이제는 문화적, 사회적인 더 큰 개념의 발전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은 전통문화에 관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과거를 제대로 인정할 때 앞으로도 자신 있게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세상에 나온 책이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음)이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한국명 이만열)는 14일 저녁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민족원로회(공동의장 이수성, 김동길)의 제14차 한민족미래포럼에 연사로 초청되었다. 그는 1시간 30분여 이어진 포럼에서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으로서, 미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방법에 관하여 이야기를 펼쳐냈다.


예일대, 동경대, 하버드 대학원을 거쳐 대만국립대와 서울대까지 세계 유수의 명문대에서 두루 공부하며 학위를 취득한 페스트라이쉬 교수의 전공은 '한국'이 아니다. 17, 18세기 한문 소설과 당시 동아시아의 유교 사상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일본 문학 전공자이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미국에서 10년 동안 일본 문학 교수를 지냈다.

우연한 기회에 워싱턴 한국문화원에서 자문역할을 하며 한국을 미국인들에게 소개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기존 소개나 자료들을 보면서 걱정이 앞섰다.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한국은 1950년대 GDP가 아프리카 소말리아와 비슷했는데, 이후 열심히 살아서 지금은 선진국 문턱까지 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물론 대단한 기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렇게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1950년 이전의 문화나 제도, 교육환경 역시 후진국이군' '한국의 역사는 100년도 안 되었군' 쉽게 오해하곤 한다.

그런데 고전을 연구한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최근 갑자기 기적적으로 고도성장을 해낸 것이 아니다. 한국은 조선왕조, 그 수천 년 전부터 우수한 철학과 전통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장을 하게 된 것이다."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

TV에 해외인기스타가 방한했을 때, 리포터들이 묻는 첫 질문은 "Do you know '강남스타일'?"이다. 이를 '한류(韓流)'의 대표작이라 여기는 탓이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강남스타일'과 같은 노래는 서양에서 시작된 음악 장르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강남스타일과 같이, 지금 세계적으로 퍼진 한류는 표면적, 일시적, 소비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만의 콘텐츠를 재해석, 현대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

"싸이 강남스타일 대단하다. 아이돌 음악, 드라마, 화장품의 확산 등 모두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상, 철학, 신념이다. '홍익인간' '선비정신' '마을공동체'와 같은 철학, 다산 정약용이나 연암 박지원과 같은 지식인들의 지식체계 등 한국은 이런 무궁무진한 영역이 있다.

한국만의 '꿈',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을 세계인들에게 줄 수 있는가. 2016년 한국 문화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 대단하다. 바로바로 전달되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재미도 있다. 그런데 그게 진짜 한국은 아니다. 외국인은 한국이 주는 꿈, 비전, 희망을 찾기가 너무나 어렵다. 알리는 곳도 없고.

한국은 자신이 가진 위대한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자신감을 갖고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이 가진 위대한 가치 중 하나로 '홍익인간'을 제시했다. '홍익인간' 철학을 아는 외국인들은 공동의 이익을 항상 생각하고 모두를 배려하는 홍익인간 정신에 깊이 감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홍익인간 정신은 이상적인 세계관으로서 앞으로 전 세계인에게 이 정신을 소개하고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정립된 명상수련인 단학에도 조예가 깊다. 1997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단학을 접한 뒤, 지금도 단학수련을 하고 있다. 그는 정신질환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단학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질의응답 시간에 원로위원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한민족원로회가 주최하는 한민족미래포럼 15차는 오는 3월 10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세종문화예술회관 예인홀에서 열린다. 15차 포럼에는 '동이(東夷)'를 주제로 특별히 두 발제자가 나선다. 임찬경 인하대 연구교수는 '동이의 의미와 역사적 전개'에 관하여, 김동환 전 한신대 교수는 '동이의 근본사상으로서 인(仁)'에 관하여 진행한다.
 

한편, 한민족원로회는 지난 2013년 7월 23일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했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동길 태평양시대위원회 위원장이 공동의장을, 장준봉 전 경향신문사 사장이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원로회는 정치, 경제, 교육, 법조, 언론, 문화 등 대한민국의 각 분야 100여 명의 원로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민족미래포럼은 격월로 홀수달 두 번째 목요일에 열린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동서남북의 분열과 대립, 빈부, 노소, 정파 간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세계에서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 위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필요한 정책제안을 하고자 마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