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이 효도계약을 어긴 자식에게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을 돌려주라고 판결을 내렸다. 효도계약은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봉양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약속한 내용의 각서이다.

이 소송은 '한집에 살며 부모를 충실히 봉양한다'는 각서를 받고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었던 70대 아버지가 제기했다. 재산을 물려받은 아들은 부모를 자주 찾아뵙지도 않았고 간병은커녕 요양시설에 입원을 권유했다.

이 판결이 알려진 이후 효도계약서에 관심을 갖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효도계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7.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부모와 자식 간에 효도각서까지 쓰게 된 세태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자식에게 재산을 다 주고도 버림받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회에서 계류 중인 ‘불효자방지법안’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법안은 '부모를 학대하거나 현저하게 부당한 대우를 했을 때,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을 취소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장치를 이용해서라도 부모 부양문제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갈등을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효도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불효자방지법’을 제정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 효문화가 정착되는 것은 아니다.

효도는 법 이전에 인간의 윤리이다. 부모와 자식을 계약관계로 만드는 상황은 우리의 전통 가치관으로 볼 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식이 되어 부모에게 효를 행하는 것은 인성의 기본이다.

그러나 물질만능과 이기주의 속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인성이 무너져버렸다. 효도계약도 인간성이 파괴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인간의 윤리를 저버린 사회적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 제정이 아닌 인성교육에 있다. 나는 누구이고, 부모님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생명의 근본과 뿌리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지난해 7월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인성교육은 ‘인간성(人間性)’ 즉, 인간다운 성품을 기르는 교육을 말한다. 인성교육에서도 핵심 덕목은 ‘효’이다. 정부는 학교 현장에서 ‘효’의 가르침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부모는 학교교육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가정에서도 밥상교육 등 기본적인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 사람의 도리를 깨우치는 전인(全人) 교육, 인간성 회복의 교육이 이루어질 때 부모 자식 간에 슬픈 계약 관계는 필요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