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달린 행복한 마라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달린 행복한 마라톤
  • 김보숙 기자
  • bbosook70@naver.com
  • 승인 2016.01.06 2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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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양정명 군과 아버지 양영길 씨

지난 12월 27일 불우이웃돕기 송년마라톤대회, 뚝섬 한강공원의 출발선에 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몸을 풀고 있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2기생인 양정명 학생과 아버지 양영길 씨. 이날은 아버지와 아들이 처음으로 마라톤 경기에 참가한 날이었다. 1년 전만 해도 둘이 같이 뭘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서로 대화조차 없었던 부자가 이렇게 같이 뛴다는 것만으로도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은 설렜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사람들이 우르르 앞으로 달려 나갔다. 부자(父子)도 함께 치고 나갔다. 7km가 지나자 양영길 씨의 무릎에 통증이 왔다. 아버지가 힘들어하자 아들이 속도를 늦추었다. “아버지, 괜찮아요?” "그래, 괜찮다.“ 무릎은 아팠지만 옆에서 이끌어주고 배려해주는 아들이 고마웠다. 평상시 같으면 부족한 잠을 청했을 일요일 아침, 아들과 함께 마라톤대회에 도전하는 아빠는 대한민국에 그리 많지 않으리라.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강북학습관 양정명 군과 아버지 양영길 씨

마라톤대회는 양 군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중학교 때 이후로 양 군은 아버지와 대화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오랜만에 같이 운동을 하니까 색다른 기분이었다.

"다시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잘 따라오시는지 보느라 제 페이스대로 뛰지는 못했지만 아빠랑 같이 뛰니까 마음이 참 좋았던 거 같아요."

정명이는 지난해 3월 인성 명문 대안학교인 벤자민학교에 입학했다. 벤자민학교는 고교 완전자유학년제 학교로 스스로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1년 동안 자신의 꿈을 찾는 미래형 학교이다. 인문계고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생활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던 정명 군은 운동, 봉사활동,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도전했다.

특히 양 군은 벤자민12단 체조를 하면서 몸의 감각을 깨우고 활용하는 법을 익혀나갔다. 벤자민12단 체조는 푸쉬업(Push Up)부터 물구나무서서 걷기 등 신체를 단련하는 벤자민학교의 심신단련 과정이다.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활력이 생기는 것을 체험한 정명 군은 이번에는 하프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프로젝트로 세웠다. 옆에서 이를 지켜본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날 두 사람은 달리고 때로는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양 씨가 어렸을 때 자전거를 타다가 추락했던 이야기를 꺼내자 정명이도 자전거 타다가 택시에 부딪혀 무릎을 다쳤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공감하고 소통하며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 양정명 군과 벤자민12단 트레이너 양상훈 교사, 물구나무서서 걷는 장면

어느덧 남자로 성장한 아들의 모습 

반환점을 지나자 정명이가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중간에 구급차를 탈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끝까지 달려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다. 아파도 포기하지 않고 극복해내는 정명이의 모습을 보면서 양 씨는 어느덧 남자로 성장한 아들의 모습을 보았다.

“아이가 항상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가슴 속에서 아이에 대한 믿음과 함께 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정명이와 송년 마라톤 20km하프를 완주하고 돌아오면서 그냥 행복했습니다. 지하철 타고 오면서 아이의 얼굴에 자신감이 보였어요.”

두 손은 꽁꽁 얼고 무릎은 욱신욱신 했지만 양 씨의 마음은 계속 좋아라 했다. 아들과의 첫 번째 도전 이후로 양 씨는 42.195km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등 전국의 5대산도 함께 등반할 생각이라고 한다. 정명이가 군대 가기 전에는 함께 백두대간을 타보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제가 그동안 혼자만 그려놓았던 꿈을 아이한테 얘기했어요. 언젠가 아이와 함께 백두대간을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전에는 내가 아이를 리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부터는 정명이가 나를 리드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강북 페스티벌' 에서 발표하는 학부모 양영길 씨 [사진=강나리 기자]

정명 군은 얼마 전 체육학과에 가고 싶다는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꿈이 없었던 아이가 꿈을 꾸게 된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부모님을 향한 정명 군의 마음도 달라졌다.

"옛날에는 부모님이 해주시는 건 뭐든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연하게 아니고 고맙다는 걸 이제 알 것 같아요. 여태까지 게으른 아들을 지켜봐주신 어머니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걸 끝까지 해보라고 응원해주신 아버지,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난달 17일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강북 페스티벌' 에 참석한 양영길 씨는 학부모 대표로 참석하여 1년 동안 변화한 정명이와 가족의 이야기를 전했다. 

“벤자민학교는 아빠가 아이한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아이 스스로 너무나 즐거워하니까요.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가 찾아서 하는 일이 얼마나 좋은지 경험하고 있어요.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정명이를 보면서 마음에 감동이 옵니다. 아빠가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그냥 믿고 지켜봐주는 일인 것 같아요. 벤자민학교를 선택하면 어느 순간 변해있는 아이를 보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고맙다 아들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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