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오랜 과제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합의했다. 양국은 외무장관 회담을 열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죄와 반성 표명' '일본 정부 예산 10억 엔 출연' 등 3대 합의안을 도출했다.

긍정적인 면은 살펴보면, 일본 정부는 물론 아베 총리가 총리대신 공인 자격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 통감’과 ‘사죄’를 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유감’ 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아니라 ‘사죄와 반성’이라는 명확한 표현을 쓴 점 또한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미흡한 점이 많다. 내용 면에서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의 강제성과 관여를 인정하고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올린다고 했던 고노 담화에서 더 큰 진전이 없었다. 특히 ‘법적 책임’이나 ‘배상’이라 명시하지 않았다. 한 국가가 주도하여 저지른 반인륜적인 전쟁범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아베총리가 강력하게 고집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라 하여 더 이상 거론 말라는 조항이 반영되었다.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서 한국정부는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이라 하여 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한·일 외무장관급 회담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일본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제기했던 2대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한 것이다.

사과는 조건 없이 정확하게 사실을 적시하여 진정성 있게 이루어졌을 때 상대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 그래야 서로 앙금이 남지 않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 그 본보기가 1970년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의 전쟁희생자 비석 앞에 무릎 꿇어 사죄한 것이다.

지난 5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최갑순 할머니(96)가 별세해서 이제 우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46명만 남았다. 평균연령도 89세로 매우 고령이다. 이들은 경제적 보상보다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와 법적책임 인정을 통한 명예회복을 요구한다.

우리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발목을 잡는 졸속적인 협정이 되지 않도록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촉구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고노 담화를 폐지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개입을 부정하려던 전력이 있다. 일본 우익인사들과 단체는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망언과 시도를 끊임없이 획책해 왔다. 일본의 말 바꾸기가 우려된다.

일본정부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회피하려는 보여주기 식의 형식적인 제스처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이행을 해야 한다. 한·일 양국의 새로운 50년과 미래세대의 평화는 반인륜적 범죄를 덮는 것이 아니라 역사교육을 통해 되풀이 하지 않는데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