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대 재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내리눌렀다. 대통령 장학생으로 매달 50만원 씩 장학금을 받던 촉망받는 인재였다.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아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학교에 다녔었다. 그런 그가 스스로 세상을 져버린 이유는 가정형편도, 개인사도 아닌 불합리한 세상에 대한 분노였다.

학생이 남긴 유서에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전두엽 색깔이 아닌 수저 색깔"이라는 말이 뇌리에 박혔다. 부잣집에서 태어났다는 의미의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이라는 영어 숙어에서 유래한 ‘수저계급론’은 올 한해 한국인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중 하나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를 넘어 다이아몬드 수저까지의 수저논란은 성장과 발전만 강조하던 우리 사회에 누적된 피로감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이 세계 유례없이 교육열이 높은 이유는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열심히 공부하면 개천에서 나온 용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인이 노력 여하에 따라 자신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자녀의 계층을 분류하는 수저계급론은 더 이상 노력해도 바꿀 수 없다는 상실감과 패배감의 반증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없는 사회에서 어떤 이가 행복을 논할 수 있을까? 아프니깐 청춘이다를 외치며 열정페이를 받으며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앞으로의 사회는 금수저 은수저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미래에 대해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꿈을 꿈꿀 수 있고, 노력한 만큼 공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