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 년 전 경희궁은 '경덕궁' 혹은 '서궐'로 불리며, 창덕궁과 함께 조선후기 양궐 체제의 한 축을 이루던 중요한 궁궐이었다. 경희궁은 정원군(인조의 아버지)의 집터에 왕기가 서려있다는 이유로 광해군에 의해 건설되었다. 그러나 광해군은 경희궁에 살아보지도 못한 채 인조반정으로 쫓겨났고 이후 숙종, 영조, 정조 집권기 초반까지 경희궁은 최전성기를 누렸다.

▲ 경희궁 전경. <사진= 서헌강>.

그러나 고종 대에 이르러 경희궁은 경복궁의 중건을 위해 많은 전각들이 헐려나갔고, 대일항쟁기에는  경성중학교와 총독부 관사가 들어서면서 궁으로서의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새로 복원된 전각 몇 채만이 경희궁터에 복원되었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은 12월 11일부터 내년 3월 13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경희궁'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숙종과 영조, 정조 등 여러 왕이 사랑했고 창덕궁에 맞먹는 궁궐이었던 경희궁 당시의 모습을 조망하고 경희궁의 흔적을 착실하게 찾아 한자리에 모았다. ‘기쁨이 넘치고(慶) 빛났던(熙)’ 경희궁의 모습을 되살려 시민에게 알리기 위한 기획이다. 

창덕궁과 더불어 조선후기 양대 궁궐 중 하나인 경희궁. 특히 경희궁을 사랑 영조의 마음을 담은 어필 글씨를 공개한다.  영조는 재위기간 중 8회에 걸쳐 19년 동안이나 경희궁에 임어하였고 ‘창덕궁에는 금까마귀가 빛나고, 경희궁에는 옥토기가 밝도다.’ 라는 글을 짓고 대자의 어필로 남겼을 만큼 경희궁을 사랑했다. 방장에 쓰인 영조의 어필 글씨는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된다.

 정조가 사랑한 송단, 숙종의 꽃놀이 장소 춘화정, 영조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곳 ‘영취정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경희궁의 가장 높은 곳에 정조는 소나무 두 그루를 심고, ‘송단’이라 일컬으며 이곳에서 시를 읊고 경치를 감상하는 것을 즐겼다. 영조는 육상묘(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의 사당)가 보이는 영취정에 올라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숙종은 춘화정을 만들고 그곳에서 관악산을 바라보며 꽃놀이를 즐겼다. 그들이 머물며 즐거워 한 경희궁의 장소 이야기가 전시장에서 소개된다. 

▲ 돌거북.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이번 전시에는 고려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한 서궐도안(보물1534호) 을 비롯하여 다수의 궁중기록화가 소개된다. 서궐은 도성의 서쪽에 있다하여 붙여진 경희궁의 속칭이며 서궐도안은 최전성기의 경희궁을 그린 그림이다. 창덕궁 경궁을 그린 동궐도에 비견되는 그림으로 경희궁의 전경과 주변 경관을 실감나게 그렸다.
 
 또한, 영조대인 1765년 경희궁의 기로소와 경현당에서 벌어졌던 잔치를 기록한 '영조을유기로연·경현당수작연도병'보물1531호)과 '숙종신미친정계병', '숭정전진연도' 등 6점의 경희궁 관련 궁중기록화가 전시된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서궐도안과 2013년 종로구청이 수립한 경희궁지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복원배치도를 바탕으로 전성기의 경희궁 모습을 모형으로 제작하여 함께 전시한다. 더불어 1970년대 후반 서울고등학교와 그 주변 모형, 그리고 경희궁 권역의 현재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시기별로 경희궁지가 어떻게 변용되었는지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1865년 경복궁 중건이 시작되자 경희궁 전각의 목재와 석재는 새로운 궁궐의 자재로 활용되었고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한 경희궁은 빈터가 명례궁 등 4개의 궁에 토지로서 분배되었다. 그후 뽕나무를 심는 등  궁으로서의 위상은 점점 사라졌다.

▲ 숭정전 현판. <사진=동국대학교>

대일항쟁기에 접어들어 1910년에는 일본인 관료 자녀의  학교인 경성중학교가 경희궁 터에 들어서고 궁의 동쪽부지에는 총독부 관사가 세워졌다.  당시까지 경희궁에 남아있던 5개의 전각 중 흥화문은 1933년 박문사의 정문으로, 회상전은 일본계 사찰 조계사(현재의 조계사와는 다른 대일항쟁기 사찰) 등으로 매각되어 궁으로서의 흔적은 완벽히 없어졌다.

  이번 전시 준비과정의 현장조사 결과, 성곡미술관 자리에 있는 '반월형 석조 연못'이 경희궁 춘화정에 설되어 있던 유물임이 밝혀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춘화정 반월형 석조 연못’ 복제물을 재현하여 전시한다. 
성곡미술관 자리는 숙종이 좋아한 춘화정이 있던 곳이며, 미술관 입구에는 반달모양의 석조 연못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이 연못은 숙종이 춘화정을 건립한 1704년에 함께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석조물은 숙종이 지은 '춘화정 반달연못을 바라보며'라는 시에도 나오고, 서궐도안에도 그려져 있는 바로 그 연못이다.

 경희궁의 숭정전은 일제강점기 경성중학교의 교실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이번 전시회에서는 숭정전에 걸려있던 실제 현판이 공개된다.  1926년 일본계 사찰인 조계사로 옮겨졌고 지금은 동국대학교 정각원의 법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 경희궁 자리에 있는 숭정전과 현판은 복원된 것으로, 정각원의 건물 내부에는 본래 숭정전에 걸려있던 현판이 걸려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원래의 숭정전 현판 역시 공개되며 숭정전 내에 있었던 어좌부재 등의 유물을 통해 경희궁의 정전이었던 숭정전의 위용을 짐작케 할 전망이다.

창덕궁의 금천교 밑에는 돌거북 석조물이 있다. 돌거북은 원래 창덕궁과 마찬가지로 경희궁 금천교 밑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며 오랫동안 경희궁을 지키던 것이었다.  경희궁 주변 주택가에는 ‘궁중 괴석’(현재 서울역사박물관으로 기증), 200년 이상 된 나무, 기단석의 흔적, 궁장의 모습 등이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으며, 전시에는 이러한 경희궁 흔적의 조사내용을 충실히 담았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토·일·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 1월 1일은 휴관이다. 관람비는 무료이며 자세한 정보는 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seoul.kr)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724-0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