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유일한 단군성전을 찾기로 했다. 시민들은 대구 수성관광호텔 뒤편의 법이산 자락에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원래의 자리는 아니다. 이전한 것이다. 반백의 택시기사도 달성공원에서 단군성전을 봤다고 전했다.

“기와집으로 되어 있었지예. 바깥에서 보면 다 보였어요.”
 
어르신들의 기억에만 남은 단군성전은 어떻게 대구의 중심가에서 변두리로 이전하게 됐을까? 그 사연을 알아본다.
 
국조를 모시자는 대구시민의 뜻
 
▲ 대구 수성구 법이산 자락의 단군성전(사진=윤한주 기자)
 
1946년 봄이었다. 정운일(鄭雲馹)과 상주군수를 지낸 최항묵(崔恒默) 등 대구의 유지들이 모였다. 대구 달성공원에 있는 일본 신사건물을 단군전으로 개수하자고 결의했다. 국조숭배에 의한 민족의식을 높이자는 것. 이들은 이러한 취지를 대구시장에게 건의했고 기금 조달을 위해 헌금운동을 벌였다.
 
사실 대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광복되자 국민들은 민족정기 말살의 구심이었던 일본신사를 허물고 그 자리에 단군성전을 세우려고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기독교에서 우상이라고 결사반대하지도 않았다. 충북 증평군 단군전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최근엔 군에서 36억 원을 들여 도심 휴식공간과 역사교육의 장으로 단군전 역사공원으로 확장했다.(바로가기 클릭) 다시 대구로 돌아가 본다.
 
한국전쟁으로 잠시 중단됐던 대구 단군전의 꿈은 1955년에야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그해 봄 최항묵, 임상조(林尙助), 이집양(李執兩) 등의 주도로 단군성조봉성회를 조직했다. 회원을 모집하고 자금 확보에도 성공해서 150만 원을 모을 수가 있었다. 이 돈으로 신사건물을 개수했다. 이듬해 9월 단군을 모시고 ‘천진봉안식’을 성황리에 거행했다. 그러나 이들을 가로막은 것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으로 들어온 외래종교이었다. 천주교와 개신교에서 단군전 철폐를 대구시에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특종 종교단체의 포교활동이라는 것. 단군성봉성회 측이 건물이 확보되자 대종교 경북도본사를 이곳에 옮긴 이유도 있었다.
 
공원화 계획에 부딪히다!
 
▲ 대구 수성구 단군성전이다. 달성공원에 세워졌지만 대구시 공원화계획으로 법이산으로 이전하게 됐다.(사진=윤한주 기자)
 
대구시는 봉성회 측에 단군전 이전을 권했다. 그때마다 상부에 진정하고 소송하는 등 4〜5년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1966년 8월 광복 21돌을 기념해서 대구시는 공원화계획으로 철거에 나선다.(달성공원 스토리 바로가기 클릭)
 
단군성조봉성회 측은 “숭봉회건물과 부속건물을 달성 공원 안에 지어 달라”는 주장을 꺾지 않았다. 당시 태종학 대구시장은 12일 밤부터 바리케이트를 치고 전경을 배치했다. 임상조 회장은 대한노인회 회원들과 밤새도록 대치국면을 벌였다. 대구시는 1966년 8월 13일 새벽 기습적으로 신사를 점검했다. 이날 정오 천진전 안의 단군성조를 모신 제단 및 제물 등 일체의 도구를 철거했다. 건물은 밧줄로 묶어 당겨서 무너뜨렸다. 
 
이강오 전북대 명예교수는 “그 대가로 대구시 두산동 수성 유원지 뒷산에 3,000여 평의 대토(代土)를 얻어 철근콘크리트 기둥에 기와를 덮은 49평짜리 본전을 1968년 7월에 완공하였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내용은 현재 대구 단군성전 연혁에 나오지 않는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직후 안호상 초대 문교부 장관의 주관으로 대구 달성공원 내의 일본 신사자리에 있던 단군의 영정을 모시고 국조전이라 명명했다’고 하는데, 안호상 회고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대구노인회에서 단군전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1979년 이우백 대구노인회장이 관리했고 이듬해 장병규 회장과 김병옥 씨가 사재로 훼손된 천진전을 수리했다고 한다. 1999년부터 박명수 할머니(89)가 관리했다. 주요 언론에 의하면 ‘대구에서 유일하게 단군을 모시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 11월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가 방문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현재 할머니는 노환으로 병원에 있다. 그렇다면 누가 관리하는 것일까?(계속)
 
■ 참고문헌
 
거리문화시민연대, <대구 新 택리지>, 거리문화시민연대 2007년
안호상, <한뫼 안호상 20세기 회고록>, 민족문화출판사, 1996년
이강오, <한국신흥종교총람>, 대산기획 199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