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계획'을 지난 24일 발표했다. 각 학교는 1학년 1학기부터 2학년 1학기 중 한 학기를 선택해 예체능, 동아리, 진로 탐색 등의 체험 활동 위주로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자유학기 활동은 170시간 이상 편성하고, 자유학기 기간에 2회 이상 진로체험을 실시한다.

수업 역시 강의식, 암기식 수업의 비중을 줄이고 토론, 문제 해결, 프로젝트 학습 등 참여하는 활동 중심으로 운영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오전에는 기본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오후에는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율과정을 운영한다.

자유학기제는 2013년 연구학교 42교를 시작으로 2014년 연구ㆍ희망학교 800교, 2015년 연구ㆍ희망학교 1,500교로 확대됐다. 내년에는 자유학기제 도입 후 3년이란 짧은 기간 안에 전면 시행을 추진하는 만큼, 학교 현장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양질의 프로그램 준비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

자유학기제 시행에 앞서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되는 현상도 경계해야 한다. 입시제도가 유지되는 교육환경 속에서 특정 학기 시험을 보지 않는다고 학업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교과 수업시간이 줄어드는 데 불안을 느끼고 자유학기제 대비 특강 등의 선행학습에 몰려 사교육의 폐해를 키울 수 있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정책이다. 자유학기제가 어설픈 준비와 시행으로 이어진다면, 아이들의 재능과 잠재력을 깨우는 혁신시스템이 아니라, 혼란과 사교육 경쟁을 일으키는 족쇄로 변질될 수 있다.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 운영하려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 영국과 덴마크의 직업체험교육 등 교육 선진국에서는 이미 자유학기제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각 나라별 학교 현장 적용사례를 찾아 참조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교육 선진국 못지않게 좋은 사례들이 많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국내 최초로 운영하는 고교 완전 자유학년제는 중학생이 아닌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시스템이다. 시험은 물론 학교, 과목, 교과지도 선생님, 성적표가 없는 환경 속에서 1년 동안 자신의 꿈과 진로를 찾는다. 지난해 개교한 이래 성적 향상, 자기계발 등 다양한 성장스토리가 쏟아지며 언론에도 꾸준히 보도되고 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성공 여부는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도전하면서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잘 조성해주느냐에 있다. 교육부는 실적쌓기식 운영이 아니라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부터 시행까지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진로 탐색이 단기간에 마무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연속적인 진로 체험교육 강화 및 정책 마련에 고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