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를 줄곧 화폭에 담아온 화가 김영화가 이번에는 '시공여행'으로 우리 곁에 왔다. 11월7일부터 13일까지 제주도 연갤러리에서 초대전을 마치고 광주광역시로 옮겨 광주초대전을 열었다. 18일부터 30일까지 광주 주안갤러리(광주광역시 동구 제봉로 197 달콤커피 지하)에서 '시공여행' 광주초대전을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광주광역시, 광주문화재단이 후원했다. 김영화는 이번 '시공여행'에 24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대부분이 유화이고 폐선조각 3점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음식에 고명처럼 그의 미술 세계를 아름답고 풍요롭게 한다.

▲ 김영화 작 '고향에 가면'

김영화의 작품 세계를 아는 이들에게 '여행'이란 주제의 작품이 익숙할 것이다. 김영화는 1999년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 초대개인전을 광주 나인갤러리에서 개최했고, 2000년에는 '소우주꿈으로…'라는 개인전(광주 무등미술관), 2005년 '여행 중에…'(상계갤러리), 2014년 시간여행 김영화전(광주 아트타운갤러리, 서울 광주시립미술관GMA갤러리)를 했다. 그 궤적을 보면 '시공여행'이라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귀결될 것이다. 그는 공간 이동이라는 여행에서 시간을 넘나들며 여행을 하고 이를 화폭에 담는다.

▲ 김영화 작 '대관령 추억'

그가 찾은 곳은 고향, 외가, 바다, 완도, 제주도, 대관령…. 손에 꼽을 정도의 여행에서 그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유년시절 고향, 외가는 공간여행이자 시간여행일 터. 그의 작품은 여행에서 사람들이 접하는 일상을 느끼게 한다. '시공여행'에 나온 그의 작품들은 제작된 순서로 본다면 이렇게 된다. 2012년 '고향에 가면', '휴가중' 2013년 '외가집에서', '여행이야기', '여행', 2014년 '휴가', '휴일' 2015년 '완도 여행이야기' '제주도에 가면', '추억만들기', '자! 떠나자', '봄여행', '대관령 추억', '기다림' '바다여행''봄나들이''어느날''그대오시기를'.

여행을 떠나 여행에서 돌아오면 우리의 여행에 관한 우리 기억은 시공이 혼재되어 하나의 뭉치로 존재한다. 일정에 따라 차곡차곡 정리해넣었지만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접하고 입력하여 머릿속에서 정리가 덜 끝난 상태이다. 2, 3일 지나 사진을 보면서 되새겨보면 기억이 새롭게 정리된다. 김영화의 그림은 여행에서 막 돌아온 후 우리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같다. 모든 것이 혼재되어 있으면서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하는 상태.

▲ 김영화 작 '제주도에 가면'

김영하의 그림이 힘을 갖는 건 거기에 있다. '제주도에 가면' 은 제주를 상징하는 것들이 다들어 있다. 돌하루방, 한라산, 귤나무, 말, 바위. 그의 작품들은 서사적인 구조를 띠며, 말을 걸어온다. 요소 하나 하나가 이야기를 건네주는 것이다.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그림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하다. "그와 만남에서 이뤄지는 관계는 되물릴 수가 없다. 한번 김화백의 판에 빠져들면 거저 바라보며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늘 아쉬움보다는 즐거움과 훈훈함을 만들어준다. 부대끼며 살아가는 즐거움, 잊혀져가는 추억을 돌이키는 아름다움이 그것이다."(이석범, '김영화 화백 전시회에 부쳐')

김영하의 그림은 그래서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같다. 구도를 무시하고 원근도 없이 산과 바다, 길, 사람과 나무, 새가 존재한다. 물아일체. 그는 "인간의 마음이 가장 큰 자연임을 알게 해주며 인간의 본성을 아름다움으로 색칠해간다." 그 덕에 우리는 편안해지고, 그 그림이 정겹게 다가온다. 이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욕심과 지나친 의욕을 버리고 어린이와 같은 마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의 작품을 대하면 거부할 수 없는 낙장불입의 매력에 빠지고 억지스런 가면을 벗게 된다. 부끄러운 교만과 탐욕의 범지도 털어낸다."(이석범) '탈속'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세상에 머물면서 그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 화가 김영화.

 김영화의 그림을 잠시 보고 있으면 또 연상되는 게 있다. 고구려의 벽화다. 고구려의 벽화는 익히 보아온 것처럼 원근을 무시하고 구도도 없이 많이 그려넣었다. 서양화 기준으로 보면 어린이들 수준이다. 그런데 전체를 보면 뛰어난 작품이다. 시간을 거슬러 고구려의 화인(畵人)에게서 기본을 배웠을까. 김영하의 그림에서는  방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보이고 지붕 위의 새가 지붕 길이에 비해 턱없이 크다. 산이 집보다 작다.  그런 점이 편안하게 한다.

그래서 김영화의 그림을 본다면 흐뭇한 웃음이 얼굴에 감돌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결코 헛걸음 한 것은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