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면 이루어진다."

뇌운영시스템(BOS)은 우리 뇌의 작동 원리 중 하나로 '선택'의 중요성을 말한다. '당신은 행복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힘차게 "네!"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그때 뇌에서 좋은 호르몬이 나온다. '나는 이것을 하겠다'라는 선택의 메시지를 뇌에 강력하게 주면, 뇌는 그 선택을 이룰 수밖에 없는 수많은 상황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김나옥 교장, 이하 벤자민학교) 부산학습관 박동재 군(19)은 인터뷰에서 '선택'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썼다. 무엇이든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해서 행동으로 옮기고 책임지는 벤자민학교에서 보낸 1년. 동재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하는 진짜 선택의 힘을 체험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부산학습관 박동재 군

"(벤자민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제가 받았던 교육은 제가 선택하는 것들을 못 하게만 했어요. 제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건 어른들이 무조건 시키는 것들뿐이었어요. 제가 선택한 목표가 아니다 보니까 집중도 잘 안 됐고요.

벤자민학교에서는 제가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더라고요. 어떻게 결심하고 입학한 1년인데 그냥 보낼 수 없잖아요. 처음에는 스스로 해본 적이 없어서 자책도 하고 그냥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검정고시치고 정말 적극적으로 벤자민 활동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선택하면 이뤄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요."

동재는 킥복싱 아마추어 대회에 나갈 만큼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다. 지난 10월 말에는 고강도 훈련에 집중하는 크로스핏 대회에도 출전했다. 그렇다고 원래 동재가 운동을 했던 것은 아니다. 유치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는 힘센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 많이 맞고 또 싸우면서 동재가 매일 되새겼던 목표는 '강해져야 한다'.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한 동재는 그래서 학교가 더 답답했다.

▲ 동재는 지난 10월 24일 부산 동명대학교에서 열린 크로스핏 대회에 출전했다.

"일반 학교에서는 이런 제 '목표'와 맞는 수업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올라가서 체육관 다니면서 저는 운동으로 진로를 잡았는데, 학교 선생님들께서는 이해를 못 하셨어요. 무조건 공부만 하라고 하셨죠. 학교에서는 친구들하고 노는 것 말고는 낙이 없었어요. 안 무서운 선생님 시간에는 다 같이 엎드려 자고, 좀 무서운 선생님 시간에는 고개 들고 앉아서 듣는 척만 한 거죠."

그렇게 고등학교를 2년째 다니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벤자민학교'를 권하셨다. 평소에도 인성(人性)을 중요시하시던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내가 세운 목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벤자민학교에 입학했다.

벤자민학교는 달랐다. 내가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를 위해 강해질 때 느끼는 기쁨이 아니라 세상 많은 사람들을 위할 때 얻는 진짜 기쁨을 알게 되었다.

"8월 검정고시를 치겠다고 마음은 먹었는데 사실 공부는 안 하고 있었어요. 일반 학교에서는 공부를 안 해도 교실에 앉아있으니까 내가 공부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잖아요, 그런데 벤자민학교에서는 내가 정말 공부를 선택하고 해야 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집중력이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매일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들었던 말이 '너는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하느냐?'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7월에 벤자민학교에서 미국으로 글로벌리더십캠프를 다녀와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검정고시를 2주 남겨두고 총정리와 기출 문제집만 팠어요. 내가 목표를 정하고 집중하니까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방법이 보이더라고요."

선택하면 이루어진다는 말대로 되었다. 평소 공부와 그리 친하지 않았던 동재였지만 검정고시를 100점 만점에 평균 91점으로 통과했다. 가장 놀란 것은 동재의 부모님이다. 운동만 하는 아들을 보며 "떨어져도 괜찮으니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정신 차리고 다음 시험 잘 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 동재네 가족사진. 동재(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와 동생 근우(왼쪽에서 세 번째)는 모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다니고 있다.

"예전에 집중력이 약했던 건, 제가 제대로 선택을 안 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내가 해야 한다고 선택을 했더니 정말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벤자민학교에서 오프라인수업을 할 때 뇌활용 훈련을 많이 해요. 뇌가 어떤 구조인지, 어떻게 뇌를 활용해야 하는지 배우거든요. 생각뇌 신피질, 감정뇌 구피질, 그리고 생명뇌 뇌간까지 뇌의 구조를 알고 제가 100% 선택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또 다른 변화는 벤자민학교의 사회참여활동을 통해 나타났다. 동재는 5월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부산 동래 수안동에 있는 '기운차림 천원식당'에서 벤자민 친구들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아침에 가서 식당 청소하고 재료 손질, 반찬 나르기를 도와드린다. 어려운 분들께서 마음 편히 드실 식사를 준비한다는 생각에 갈 때마다 “정말 뿌듯하다”고 했다.

동재는 국경일 알리기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과 10월 3일 개천절을 맞아 동재는 부산시민들에게 국경일의 참뜻을 전하는 한편, 벤자민친구들과 함께 부산 시내 곳곳에서 신나는 댄스 공연도 선보였다.

“예전에 킥복싱 아마추어 선수 활동할 때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고 학교 가고, 학교 마치고 또 늦게까지 운동하고 집에 오고. 그런데 몸과 마음이 아주 힘들었어요.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두려웠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다 끝나고 나면 ‘결국 나만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허무한 마음이 컸거든요.

그런데 벤자민학교 와서 봉사 활동하고 국경일 알리기 공연하고 페스티벌 준비하고...정말 바쁜 데 뭔가 일을 끝내고 나니까 후련하고 개운하더라고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활동을 하면서 그런 활동의 가치를 알게 됐어요.

‘홍익’인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게 세상에도 이로운 것이 되고,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이 인성영재가 아닐까요. 벤자민학교가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벤자민학교에서 홍익하는 기쁨을 알게 되었어요. 이게 가장 큰 변화에요."

▲ 10월 3일 개천절을 맞아 부산 대천공원에서 시민들과 함께 댄스 공연을 하고 있다. (가장 앞줄 가운데가 동재)

동재는 1년 전 자신을 ‘잠만 자는 호랑이’같았다고 했다. 뭔가 잠재력이 있는 것 같지만, 막상 남과 비교하다 보면 자책하게 되고 스스로에게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동재는 스스로 ‘뜨는 태양’이라고 말한다. 100% 긍정으로 자신을 믿고 선택하면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보낼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동재는 벤자민학교를 홍보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수능 다음 날인 13일에도 부산의 한 중학교를 찾아 벤자민학교에서 보낸 1년을 통해 자신의 성장스토리를 발표하고 중3 동생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받고 답을 해주고 왔다. 동재가 생각하는 벤자민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홍익’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활동, 프로젝트를 통해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 홍익하는 기쁨을 알게 해주거든요. 무엇보다 보통 학교는 성적으로 친구들과 경쟁하는데, 우리는 각자 자기 꿈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과정을공유해요. 그러면서 더 잘 될 수 있게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고 같이 꿈을 이뤄가요.

외국 트렌지션이어(transition year)나 갭이어(gap year)처럼 벤자민학교는 기존 틀에 우리를 맞춰서 공부만 해야 하는 학교가 아니라, 정말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를 찾을 수 있는 학교에요. 자기가 변하겠다는 의지, 꿈을 찾겠다는 100% 선택을 하면 돼요."

▲ 기운차림 천원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동재. 근우와 함께 설거지를 하고 있다.

앞으로 벤자민학교 졸업까지 남은 시간은 4개월여. 열아홉 동재도 곧 스무 살이 된다. 마지막으로 동재에게 ‘꿈’을 물었다.

“예전의 저라면 당연히 체대를 가서 체육관을 차려 먹고 살 생각만 했을 거에요. 그런데 벤자민학교 들어와서 제가 진짜 행복한 게 뭔지 알고 나니까 대학이 지금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솔직히 더 많이 고민하게 돼요. 그래도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아요.

일단 내년에는 정글탐험에 도전할 거에요. 20대에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그 지역 무술을 배우고 싶고요. 그리고 술 마시고 흥청망청 노는 게 아니라 정말 자기만의 리듬을 찾아 스트레스도 풀고 힐링 받는 클럽도 만들고 싶어요. (웃음) 참,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통해 제가 홍익하는 기쁨을 알았듯이,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는 단체도 만들고 싶고요."

꿈이 있다. 눈빛이 살아있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동재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보낸 시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동재가 ‘뜨는 태양’처럼 맞이할 새로운 날들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