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10박 11일 카자흐스탄 해외봉사를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크게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을 때 생각에서 멈추면 안 되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기남부학습관 최영환(18) 군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부만 하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다. 리더십, 운동신경, 예체능 등은 영환 군과는 거리가 먼 활동이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기남부학습관 2기 최영환 군(18).

“벤자민학교 입학 후 예술 활동을 하나씩 해보라고 해서 뭘 할까 고민하던 중, 서예가인 멘토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일주일에 2번씩 6개월가량 멘토님과 1:1로 배웠어요. 힘들기도 했지만 멘토님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잘한다고 하니 이왕 시작한 것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했습니다.”

그러던 영환 군은 지난 7월 여성가족부 청소년 해외자원봉사단에 선발돼 러시아 카자흐스탄으로 10박 11일간 해외봉사를 다녀온 후, 뒤늦게 발견한 자신의 재능을 좋은 곳에 쓰기로 마음먹었다.

▲ 최영환 군의 서예작품.

다양한 활동 통해 숨은 재능 발견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깨우쳐

“카자흐스탄은 1930년대 스탈린의 소수민족 강제이주 정책으로 고려인들이 쫓겨나다시피 정착한 곳이었어요. 그곳에서 청소, 집수리와 같은 노력봉사, 교육봉사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다른 사람을 돕는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영환 군은 누군가를 돕고자 한다면 행동하는 것밖에 없음을 깨우쳤다. 한국에 돌아와 전 세계 어려운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벤자민학교에 들어온 후 꾸준히 해 온 서예가 떠올랐다. 서예 작품을 만들고 엽서를 판매해 수익금을 낸 다음에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저에게 봉사활동은 생활기록부에 반영되는 기록에 불과했었어요. 벤자민학교에서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하도록 하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 하는 나 자신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영환 군은 지난 10월 3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공원에서 열린 개천절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해 서예 작품과 엽서를 판매했다. 과연 사려는 사람이 있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날 하루 동안 엽서를 무려 100장 가까이 판매했다. 이후 벤자민학교 학부모 간담회, 학교 설명회 등에서 계속 전시와 판매를 진행했다. 영환 군은 작품 판매 수익금을 국제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할 예정이다.

▲ 지난 10월 3일 개천절 벤자민학교 친구들과 판매한 서예 엽서.

“벤자민입학 전까지 17년 동안 그림 그리기와는 담을 쌓고 살아오면서 제가 그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낼 일은 없다고 한계를 그었습니다. 작품 활동과 전시 활동을 통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고 여러 가지 행사에서 작품을 전시하면서 작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요령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벤자민학교에서 더 멀리 크게 내다보는 법을 배워

최영환 군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늘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고등학교 입학 후 달라졌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24시간 공부에만 몰두했지만 성적은 뚝뚝 떨어졌고 자신감도 덩달아 떨어졌다. 학업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던 영환이에게 부모님께서 벤자민학교를 추천했다.

"일반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다 보니 성적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나의 가치도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고, 안 된다고 생각하니 더 안 되고, 이대로 가면 떨어질 일밖에 없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카자흐스탄 봉사활동 모습.

벤자민학교를 다니며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찾고 싶었다. 과연 공부 외에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영환 군은 벤자민학교 입학 후 서예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직업체험, 글로벌리더십 캠프, 스포츠 활동 등 부지런히 하루를 보냈다. 그러면서 미처 몰랐던 자기 안의 무한한 능력을 발견했다. 얼마 전에는 10km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했다.

“순발력이 필요하거나 한 번에 힘을 크게 쓰는 운동은 잘하지 못하지만,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을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예도 그렇지만 몸으로 하는 것에 재능이 있는지 미처 몰랐어요. 이번에는 20km 마라톤 대회 도전해 보려고 준비 중이에요.”

▲ 2015 독도수호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영환 군.

지난해 그렇게 괴롭히던 학업에 대한 부담감도 덜어냈다.

"이제는 어떤 일을 할 때 잘되든 안 되든 나를 믿는 수밖에 없음을 벤자민학교에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나를 믿을 자신이 생겼고, 3년 동안 공부한 걸로 내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라 멀리 내다볼 수 있게 되었어요."

영환 군은 그동안 스스로 나는 안 돼, 나는 이 정도뿐이야 한계를 그었던 모습을 벗어나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벤자민학교를 다니며 내 삶의 주체가 되어 사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외봉사 간 것도, 서예를 한 것도 아무도 저에게 하라고 한 적 없이 스스로 한 것이에요. 내 삶을 좀 더 주체적으로 살 수 있게 되었고 생각하는 범위나 폭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