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을 맞은 올해 역사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외전(外戰)이 아니라 내전(內戰)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야당이 반대하면서 정국은 분열하고 있습니다. 덩달아 학계와 시민단체도 찬성과 반대로 패가 갈리고 있습니다. 마치 조선왕조의 당쟁(黨爭)을 보는 듯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육의 정상화는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 대한 정체성과 역사관이 확실해야 우리를 세계에 알리고 우리 문화를 세계 속에 정착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이뤄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사실 말과 행동이 매번 일치할 수 없다는 것을 역대 대통령과 수많은 정치인을 통해 국민은 배웠습니다. 이제 임기 2년 반을 남긴 박 대통령의 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어떠한 결과를 만들까요? 막무가내 추진이 될지 아니면 보류가 될지는 두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단지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최소한의 역사인식은 가지고 있는지부터 묻고 싶습니다. 그것은 국경일부터 그러합니다. 대통령부터 삼일절과 광복절에는 참석하면서 왜 개천절만 불참하는 것일까요? 그러면서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역사를 바로잡기 전에 국경일 인식부터 고쳐야할 것입니다. 
 
우남 이승만, 도산 안창호 등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은 어천절과 개천절에 참석해 국조단군을 추모하며 반만년의 역사에 대한 정체성이 확고했습니다. 홍익인간의 가치를 전한 백범 김구는 “모든 사상도 가고 신앙도 변한다. 그러나 혈통적인 민족만은 영원히 성쇠흥망의 공동 운명의 인연에 얽힌 한 몸으로 이 땅 위에 남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단군의 후예로서 하나된 한민족의 선조들은 일본과의 전쟁을 포기지 않은 정신으로 이어졌습니다. 
 
박정희 또한 1963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단군(檀君) 성조(聖祖)가 천혜의 이 강토 위에 국기(國基)를 닦으신지 반만 년, 면면히 이어온 역사와 전통 위에 이제 새 공화국을 바로 세우면서, 나는 국헌(國憲)을 준수하고 나의 신명(身命)을 조국과 민족 앞에 바칠 것을 맹세하면서, 겨레가 쌓은 이 성단(聖壇)에 서게 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개천절에도 참석해서 경축했습니다.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는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역사의 뿌리인 고대사보다 근현대사에 집중하고 있는데 있습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정화 방안에 대한 질의에서 “이번에 고칠 부분은 한국사 전 시대가 아닌 근현대사 100년 부분이다.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대로 고치려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검인정교과서 9종 전체에 대해 사실과 부합되지 않거나 편향된 부분을 수정해야하고 한민족 상고사에 관한 부분도 바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28일 서울 세종로공원 앞 대로에서 열린 국학원은 기자회견에서 국사교과서 국정화 정쟁(政爭)을 그만둘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어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역사교육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것은 단군조선의 역사이고 교육법 2조에 명시된 홍익인간 교육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와 국회 모두를 비판하고 있음이 주목됩니다. 한민족의 건국절인 개천절과 교육법에 대한 인식부터 바로 잡으라는 뜻입니다. 이것이 바로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