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왜'는 중요하지 않다. 미적분을 왜 배워야 하는지,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를 왜 외워야 하는지 묻는다고 한들,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신, 학교에서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된다. '시키는 것을' 하면 된다. 반면, 노는 것은 안되고, 시키지 않은 것을 해서도 안 된다.

'왜'라는 질문을 던질 때, 우리는 인생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 현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모든 학생의 '왜'라는 질문을 수용해내지 못한다. 남치용 군(18)은 일반 학교를 벗어나 1년간 국내 최초 완전 자유학년제를 시행하고 있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를 선택했다. 3월 입학 이후, 벤자민학교를 통해 치용 군이 보고 듣고 느낀 경험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 글로벌 리더십 캠프를 통해 가게 된 그랜드캐년에서 남치용 군(사진 왼쪽)

-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 가장 많이 변한 점이 무엇인가.

"학교에서 13시간 넘게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라고 하는데 왜 공부를 하는 것인지 몰랐어요. 작년까지는 그냥 남들 다 하니까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벤자민학교 입학한 뒤로는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면서 움직여요.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교우 관계에요. 친구들과 사이가 극적으로 바뀌었어요. 1년 전에 저는 너무 소심했어요. 무조건 친구들에게 맞춰줘야 한다는 생각에 제 생각은 표현하지 않았어요.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제 의견을 표현할 줄 알아요. 먼저 다가가게 되고요."
 

- 바뀐 이유가 무엇일까.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보통 학교는 성적으로 줄 세우니까 친구라고 하지만 결국 다 경쟁 관계에요. 형식적으로 변할 때도 있고 서로 견제해야 하는 관계였어요.

벤자민학교에서는 성적을 기준 삼지 않아요. 사회 속에서 자기 꿈을 찾기 위해 선택한 학교인 만큼 친구들이 서로서로 꿈을 응원해주고 같이 고민도 해주고 진지한 이야기도 나누게 돼요."

▲ 초등학교 교사가 꿈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남치용 군이 초등학교 1일 보조교사 체험을 하고 있다.

- 미국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을 다녀왔다고 들었다.

"미국 서부 애리조나에 다녀왔어요. 한국 알리기 프로젝트로 세 가지 정도 진행했어요. 첫째는 우리 전통 인사법인 '절'을 하면서 현지인들에게 우리 예법을 알려주고 기념하는 활동, 둘째는 애리조나 지역 국제학교에 찾아가서 그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태극기를 설명하고 선물하는 활동, 마지막은 그 학생들에게 한글로 이름을 써주며 한글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활동.

이런 활동을 통해서 태극기, 절, 한글에 대해서 제가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특히 태극기의 양과 음, 건곤감리를 공부하면서 자부심도 커지고 애국심도 갖게 되었고요."
 

- 미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면.

"그랜드캐년에 가서 광활하게 펼쳐진 지평선을 보면서 함께 갔던 벤자민학교 친구들이 한 명씩 자기 자신에게 한마디 말을 해주는 시간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보통 10대들은 부끄럽고 안 나서고 빼거든요. 그런데 인성영재이다보니 다들 적극적으로 진심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자기에게 말해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저는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외쳤어요. 친구들의 응원, 그리고 그 분위기 속에서 저도 용기 내 표현할 수 있었어요."


- 치용 군에게 벤자민인성영재학교란.

"내가 잘 가고 있는지 방향을 찾아가는 쉼표 같은 학교. 쉬어가는 이 1년의 시간을 통해서 제가 평소 하지 못했던 활동도 하고 친구들, 그리고 세상을 포용하는 큰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