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은 오는 30일(금) 오후 디지털도서관 대회의실에서 고문헌연구가 박철상 박사를 초청하여 조선시대 선비들이 소장 도서에 날인하던 장서인(藏書印)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고문헌강좌를 마련한다.

장서인이란 책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소유물임을 표시하기 위해 찍는 인장을  말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보통은 인장을 책에 찍어 나타나는 인영(印影)을 가리키는 데 사용하는 말이다. 우리 선조들은 장서인으로만 사용하기 위해 인장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인장의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인장을 가지고 책에 찍으면 장서인(藏書印), 서화의 감상용으로 찍으면 감상인(鑑賞印)이 되었으며, 이를 다시 서화의 낙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장서인은 그 형태·재료·문자·인주의 색·장서인을 찍는 위치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 고문헌연구가 박철상 박사.

박 박사는 " '아끼고 좋아하는 물건에 정신이 팔려 원대한 이상을 잃어버린다'는 완물상지(玩物喪志)가 유학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조선의 선비들에게는 가장 피해야 할 금기 중의 하나였고 인장의 감상 또한 거기에 속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1600년대에 이르러 선비들이 인장의 감상을 넘어 직접 제작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박 박사는 "그 이면에는 인장의 제작을 고귀한 예술과 철학의 행위로 인식하는 반전의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윽한 자태는 이슬을 머금었는데, 마치 아리따운 여자가 울면서 이별하다가 뚝뚝 떨어진 눈물이 구슬로 맺힌 듯하다."
병자호란 때 후금과 끝까지 항전할 것을 주장하다 심양으로 끌려갔던 김상헌(1570~1653)의 '군옥소기(郡玉所記)'에 수록된 한 구절이다. 이슬 이별 눈물 구슬 등 낭만 가득한 언어로 점철되어 있는데 사실은 김상헌이 직접 새긴 인장(印章)의 아름다움을 읊은 것이라고 한다. 원래 신분이 낮은 장인의 일이었던 인장의 제작을 선비의 예술과 철학을 담은 고귀한 행위로 승화시킨 조선 최고의 대가가 김상헌이었다.

박철상 박사는 금융계에 오랫동안 몸담으면서 고문헌연구에 몰두해왔다. 저서로는 「세한도」(2010)
「서재에살다」(2014), 「나는 옛것이 좋아 때론 깨진 빗돌을 찾아 다녔다.」(2015) , 「정조의 비밀 어찰」(공저, 2011), 「사상으로 조선시대와 소통하다」(공저, 2012) , 「다산 간찰집」(편저, 2012), 「서림청화」(역서, 2011)가 있다.  계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한문학 전공)를 받았고,  모하(慕何)실학논문상을 수상했다. 


강연 후에는 본관 6층 고전운영실에서 개최하고 있는 ‘조선과 청조(淸朝) 문인의 만남’ 전시를 참가자들과 함께 둘러볼 예정이다. 고문헌강좌 참가는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http://www.nl.go.kr/)의 ‘공지사항’ (행사안내)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전화 문의: 02-590-0507)

한편 12월 30일(수)까지 본관 6층 고전운영실에서 계속되는 ‘조선과 청조(淸朝) 문인의 만남’ 전시는 홍대용이 항주 선비들과 우정을 맺으면서 주고받은 필담(筆談, 문자로 대화를 주고받은 것)과 편지가 수록되어 있는 ‘담헌서’ 등 25종 133책의 관련 고문헌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