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국학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특히 역사를 타고 이어져 왔던 국학의 가치를 알게 된다. 우리는 역사를 제대로 알면 자기 정체성이 확립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자기 자신을 잘 알려면 자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크게 보면 우리는 지구 중에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또 그 지구는 우주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역사를 통해서 볼 때 그 중심에는 자기 자신이 존재함을 인식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민성욱 박사
자기 자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하여 자기 나라를 알아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어떻게 잘 알 수 있는가? 그 답 또한 역사 속에 있다. 역사를 통해 대한민국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을 역사로 풀어낼 수 있다는 말과 서로 통한다.

국학의 관점에서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

국학의 관점에서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역사의 지식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밑바닥에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정신을 읽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타고 내려오는 정신과 문화, 이것을 통해 대한민국의 과거 ․ 현재 및 미래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한 분야만 보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또 한 시대만 잘라서 봐도 이해가 안 된다. 그저 왜곡되기 십상이다.
시대의 흐름, 즉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를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된다. 그래서 역사학은 인문학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학문이다. 역사학은 현 사회현상을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미래를 제시하기 때문에 미래학이라고도 한다.

고유한 사유체계를 이해하기 위한 국학 방법론

우리가 살다 보면 하루에도 여러 번씩 분노가 일어나거나 배신감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분노와 배신감의 시작과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역사를 알면 이해가 된다. 이것은 개인이든, 조직이든 경험하는 공통적인 감정과 그것을 통해 축적된 정서는 개인과 조직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역사는 나를 둘러싼 모든 문제를 이해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나를 넘어선 나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우리와 대한민국을 알기 위한 국학 방법론인 것이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어주는 국학 방법론, 특히 역사를 통해 풀어내는 국학 방법론은 역사를 지식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역사 밑바닥에 흐르는 그 정신을 읽어내고 일체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접할 때 우리와 무관한 일로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동화되어 똑같이 느껴 봄으로써 일체화되는 것이다. 이러할 때 우리의 역사는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일 것이고 우리의 정체성은 확립될 것이다.

국학과 우리 역사와 문화의 상관관계

국학을 알면 역사가 보이고, 문화가 보이며, 그때 보이는 세상은 분명 그 전과는 다를 것이기에 국학과 우리 역사와 문화는 남다른 관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국학의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다시 말하면 우리 국학을 역사로 풀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우리가 배웠고 알고 있는 역사 지식으로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진정으로 고유한 정신문화가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역사가 존재하는 모든 나라들은 나름의 고유한 정신문화가 있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고유한 정신문화는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한 답을 우리나라 고대 역사서인 『삼국유사』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유사』의 유사(遺事)는 후대에 남길만한 일을 의미한다. 그래서 정사인 『삼국사기』와 대비해서 야사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삼국사기』에 없는 내용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 당시 생활상이나 시대정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삼국유사』의 고조선 건국 관련 기록에, “옛날에 환인의 서자인 환웅이 천하에 자주 뜻을 두어 인간세상을 구하고자 하였다.”고 하는 것은 ‘인간 세상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고, 같은 기록에, “웅녀는 혼인할 사람이 없었으므로 환웅이 이에 잠시 변하여 그녀와 혼인을 하였고, 웅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니 그가 바로 국조 단군왕검이라 하였다.”고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 역사는 위대한 사랑으로부터 비롯되었고, 홍익인간이라는 최고의 정신문화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인류 최초 복지국가인 고조선의 건국이념이자 통치이념이 되었으며, 그 이후 우리 역사의 전개는 그러한 정신문화를 계승하는 역사였다.

살아있는 교육의 전통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을까? 살아있는 교육의 전통을 우리 역사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삼국시대의 인재양성제도를 보면, 고조선 이후 한국사 전개 과정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는 각각 형태는 달랐지만 단군조선의 교육이념을 이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신라의 화랑도이다. 단군조선시대에 국자랑이 있었다면 고구려와 신라는 각각 조의선인과 화랑이 있었고, 백제는 무절이라는 집단이 있었으며, 그것이 일본으로 건너가 사무라이가 되었다. 고조선의 국자랑은 청소년들에게 독서와 활쏘기를 익히게 하는 등 심신 수련과 인격 수양을 목적으로 하였다. 그들이 나갈 때 천지화를 머리에 꽂았다고 해서 천지화랑이라고도 불렀다.
‘세속오계’와 함께 신라인들의 정신을 헤아릴 수 있는 금석문이 ‘임신서기석’이다. ‘세속오계’는 불교의 계율이 아니라 단군조선이래로 세상 속에 존재했던 여러 계율 중 원광법사가 귀산과 추항이라는 두 화랑을 위하여 다섯 가지만 간추린 것이다. ‘임신서기석’은 1934년 경주시 현곡면 금장리에서 발견된 신라시대의 귀중한 유물로서 신라의 두 젊은이가 학문을 닦아 오로지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고 맹서한 내용이 적혀 있다.
이 비문에서 가장 핵심되는 부분이 ‘충도집지(忠道執持) 과실무서(過失無誓)’라는 구절인데, 효와 충과 도를 굳게 지켜 아무 잘못이 없기를 하늘에 맹서하는 모습은 참으로 엄숙하고 숭고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경건한 마음을 갖게 한다.

우리의 전통문화인 선도문화

이러한 ‘세속오계’와 ‘임신서기석’을 통해서 볼 때 당시 신라인들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한 답을 신라 말 석학 최치원은 그의 난랑비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 글에서 최치원은 신라의 고유한 정신을 “국유현묘지도(國有玄妙之道) 왈풍류(曰風流)” 즉 풍류라고 이름 하였다.
나아가 “설교지원(設敎之源) 비상선사(備詳仙史) 실내포함삼교(實內包含三敎)”라고 하여 풍류에는 이미 유불선의 개념이 내포 및 내재되어 있다고 하면서도 유교, 불교, 도교와도 분명히 구별되는 우리의 독자적인 고유한 도임을 밝혔다. 여기서 우리는 화랑도가 선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선도문화라고도 하는 것이다.

국학은 자기자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시작된다

국학은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시작된다.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다면 자기 뿌리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자연스레 이어지게 되고, 이것은 자기 자신이 속한 나라와 민족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알게 된 국학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국학을 알면 역사가 보이고 문화가 보이고 우리말이 보이는 것이며 그때 보이는 세상은 그 이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 성립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