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해외생활을 하면서 가슴에 남는 것은 조국이다. 나는 한민족, 한국인이라는 DNA가 아리랑 속에 있다. 2002년 교수생활을 은퇴하면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 그리고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아리랑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 13일 제147회 국학원 국민강좌가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는 아리랑 연구로 잘 알려진 미국 유타대학교 이정면 명예교수가 초청되었다. 92세의 이 교수는 15여 년에 걸친 '나의 아리랑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 교수는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0년 경희대 지리학과 주임교수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대, 캘리포니아대, 일본 교토대 초빙교수를 거쳐 1970년부터 미국 유타대 지리학과 교수를 지냈다.
 

▲ 미국 유타대학교 이정면 명예교수

지리학자인 이 교수가 어떻게 아리랑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그가 아리랑 연구를 하게 된 것은 40년간 교수로 봉직했던 유타대 지리학과 교수 은퇴식이 계기가 되었다. 은퇴식에서 신문사 주필로부터 칼럼을 의뢰받고 쓴 것이 아리랑에 관한 글이었다. 그러나 우리 노래인 아리랑을 잘 모르고 있음을 통감한 교수는 귀국하여, 아리랑의 본거지인 정선, 밀양, 진도를 다녔다. 그때 펴낸 것이 ‘한 지리학자의 아리랑 기행(2007년, 이지출판)’이다.

이후 그는 아리랑을 사랑한 뮤지션, 피터 시거(Peter Seeger, 1919~2014)로부터 아리랑에 관한 영문 자료가 없어 안타깝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피터 시거는 1960년대 한국전쟁 중에도 남과 북의 병사들이 각기 아리랑을 불렀다는 사실에 주목해 그의 첫 라이브 앨범에 아리랑을 수록하기도 했다. 아리랑을 세계에 알려야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이 교수는 2009년 아리랑 영문책자 ‘Arirang the song of Korea’ 를 발간했다.

“2009년 영문판 ‘Arirang the song of Korea’ 가 발간되자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로부터 북한의 아리랑에 관해서도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초청을 받았다. 그래서 2011년 가을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의 아라링 연구자들을 만나 아리랑에 관해 토론했고 아리랑 매스게임(Mass game)도 관람했다. 북한의 아리랑 자료를 수집하면서 아리랑이 남북통일의 문을 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 후 이 교수는 아리랑을 연원을 찾아 떠나는 ‘아리랑로드 1만km 대장정’ 답사를 결심했다. 그의 여행에는 50년 지기인 지형학자 서무송 교수와 이정면 교수의 기사를 본 이창식 씨도 따라나섰다. 2012년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1차 답사를 다녀왔고, 2014년에는 블라디보스토크부터 이루크추크까지 시베리아 일대를 돌았다.

▲ 지난 13일 제147회 국학원 국민강좌‘나의 아리랑 연구’강연이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열렸다.

올해 9월에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일대를 다녔다. 10월 말에는 사할린부터 시베리아 일대를 답사할 예정이다. 그는 러일전쟁으로 중앙아시아로 강제 추방된 우리 민족의 한(恨) 많은 아리랑과 삶의 애환을 더하여 아리랑 전서 완결판을 낼 계획이다. 아리랑학을 설립하여 학문화하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중앙아시아의 부랴트족도 아리랑을 부르며 자기 민족의 노래라고 한다. 아리랑은 세계의 노래이고 우주의 노래이다. 아리랑을 공부해서 세계 속에 알리는 것이 내 평생의 의무다. 내가 아리랑 민족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힘이 다하는 한, 내 나라의 노래, 얼이요 혼이요 넋인 아리랑을 알리겠다.“

강연 후에는 소프라노 조미경 교수가 아리랑 가곡을 불렀다. 아리랑 음률을 따라 관중들도 따라 부르며 강연장에는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편, 국학원이 주최하고 서울국학원이 주관하는 국민강좌는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저녁 7시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정기적으로 열린다. 다음 148회 국민강좌는 11월 10일(화)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