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남 앞에 잘 나서지도 못했던 제가 100여 명으로 구성된 독도 플래시몹 공연의 기획자이자 리더가 되리라고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저도 이렇게 변하고 성장할 줄 몰랐거든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선택한 건 정말 제 인생에서 신의 한 수였어요." 

요즘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 2기 경기남부학습관 송민근 군은 오는 10월 11일 있을 '독도 플래시몹'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장소 섭외에, 해야 할 일도 챙겨야 할 것도 많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삶의 의욕과 열정을 일깨울 수 있기에 행복하다.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로 무기력했던 예전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면, 벤자민학교는 생명의 은인과도 같다는 송민근 군. 그는 어떻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것일까?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경기남부학습관 송민근 군 [사진=이효선 기자]

# 시작 ㅣ 인생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선택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진로 고민이 극에 달할 나이 19세. 송 군에게도 예외 없이 고3 시기는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해봐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갈 뿐이었다. 대학입시를 위해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찾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고2에서 고3으로 올라가던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죠. 너무 불안하고 힘드니까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어머니는 방황하는 저에게 인성캠프를 권하셨어요. 물론 어머니는 제가 아닌 동생을 벤자민학교에 보낼 요량으로 저를 덤으로 같이 보내신 거지만요."

어머니처럼 송 군 역시 변화보다는 학업에 전념할 때라고 생각했기에 큰 기대 없이 인성캠프에 참가했다. 하지만 그는 캠프에서 고민을 청산할 뜻밖의 해답을 얻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 부딪치며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인성캠프 둘째 날에 멘토특강이 있었어요. 청년모험가 이동진 씨가 나오셨는데, 그때 강연에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나요. '살면서 부모님의 강요 없이 스스로 선택을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셨는데, 저는 스스로 선택한 적이 한 번도 없더라고요. 벤자민학교에 가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지만, 그 한 걸음을 통해 인생의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쉬워질 거라고 하셨어요.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바로 벤자민학교에 입학신청서를 냈어요."

▲ 송민근 군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친구들과 함께 국학기공팀을 꾸려서 대회에 출전했다. [사진=송민근 군 제공]

# 변화 ㅣ 소심남에서 예스맨으로 "네, 제가 하겠습니다!"

송 군은 벤자민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바로 아르바이트와 벤자민학교 경기남부학습관 동아리 활동에 뛰어들었다. 고3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어렵게 선택한 길인만큼 더는 예전처럼 머뭇거리고 있을 수 없었다. 태권도 2단, 합기도 4단 유단자인 그는 특기를 살려 태권도 도장 사범 일을 구했다. 보컬부, 댄스부, 중국어부 등 참가하는 동아리 활동만 해도 10개가 넘었다. 1년이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5월에는 직접 국학기공팀을 꾸려 대회에도 참가했다. 동아리 구성원으로서 수동적으로 활동에 참가하는 것에서 벗어나 리더로 나서는 생애 첫 경험이기도 했다. 어른들의 도움 없이 20여 명의 학교 친구들과 함께 연습하며 즐겁기도 했지만, 리더의 역할에 대해 뼈저리게 공부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국학기공팀 출전으로 얻은 자신감은 이후 '독도 플래시몹 100명 공연'을 기획하는 원동력이 됐다.

"벤자민학교 활동을 통해 가장 좋아진 점은 성격이에요. 제가 이 학교 오기 전에는 정말 소극적이고 소심했어요. 어떤 활동을 권유받아도 지레 겁먹고 걱정하며 거절하곤 했어요. 경험하려는 시도조차 안 한 거죠. 입학 후에는 바뀌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요즘은 무조건 예스(Yes)부터 하고 봐요. 이제는 '네~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먼저 말해요. 예전에는 '先생각 後행동'이었다면 지금은 '先행동 後생각' 패턴으로 변했어요."

▲ 독도 플래시몹 프로젝트팀이 지난달 24일 광화문에서 열린 '서울 차 없는 거리' 행사에서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송민근 군 제공]

# 도약 ㅣ 성장은 나의 몫, 나라사랑 독도지킴이 리더로

송 군이 독도 플래시몹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8ㆍ15 광복절 행사 공연 때문이었다. 댄스 시범 후 친구들과 남아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다음에는 춤이 아닌 플래시몹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광복절날처럼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나라사랑’을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주제는 ‘독도는 우리 땅’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하나 있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보석 같은 아이디어들을 하나로 꿰어서 실행할 리더가 없었던 것이다. '회의 때 오간 그 많은 의견은 허공에 흩어질 한낱 말에 불과했단 말인가…!’ 상황을 지켜보던 송 군은 이대로 독도 플래시몹 프로젝트를 탁상공론으로 접을 수 없었다.

“회의 후 이틀이 지났는데도 '프로젝트를 이렇게 진행해보자’라고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답답하고 안타까웠죠…. 그래서 ‘내가 한번 해보자’고 용기를 냈어요. 멤버를 모집하기 위해 혼자서 벤자민학교 단체 카톡방에 글도 올리고, 친구의 친구 인맥까지 총동원하며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죠. 그렇게 이틀 만에 100명을 모았어요."

송 군은 “현재 10월 11일 행사를 목표로 맹연습 중”이라며 "지난달 24일에는 광화문에서 열린 ‘서울 차 없는 거리’ 행사에서 일부 멤버들과 공연을 했다”고 말했다. 광화문 행사 후에는 "독도 플래시몹으로 우리나라를 알리는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다른 지역 학습관 친구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게 되어 좋았다", "다음에는 좀 더 준비된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 등 멤버들의 다양한 소감이 쏟아졌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로 도발을 일삼은지 올해로 11년째에요. 문제는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동안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인식이 일본인들에게 퍼진다는 거죠.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10월 11일 행사로 끝내지 않고 꾸준히 프로젝트를 이어갈 생각이에요. 앞으로 인원도 더 늘리고 후원단체도 섭외해서 '한국알리기 프로젝트'로 확장하는 게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