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쿵푸팬더'에서 너구리 스승은 고된 수행이 힘들어 떠나려는 주인공에게 "과거는 역사, 미래는 미스테리지만, 현재 '선물(present)'이다"라고 말한다. 말인즉슨, 현재라는 선물을 감사히 받고 잘 쓰라는 것.

그런데 '지금'을 사는 것이 여간해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 보낸 시간에 대한 후회, 아직 오지 않은 내일에 대한 걱정이 언제나 언니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제 했던 말을 주워담고 싶을 때도,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싶을 때도 있다.

당장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지금' 뿐이지만, 바꿀 수도 없는 과거와 미래 속에 빠진 채 '현재'라는 선물을 허비해버리고 만다.

수많은 '지금 이 순간'을 지나치며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언니네 책방이 권하는 한 권의 책.
《지금 있는 곳에서 시작하라》(페마 초드론 지음, 한문화 펴냄)

▲ 《지금 있는 곳에서 시작하라》(페마 초드론 지음, 한문화 펴냄)

사실, 이게 정말 어려운 거다. 오만가지 생각이 언니를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틱낫한을 잇는 티베트불교의 큰 스승이라 불리는 저자 페마 초드론은 첫 번째 장 '문제 삼을 것도, 도망칠 것도 없다'를 통해 온갖 상념에 사로잡힌 언니에게 '본성(本性)'을 일깨워준다.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과 두려움, 정체성, 온갖 분노와 질투, 그리고 중독 행위들은 우리 스스로가 부여한 것일 뿐 우리의 본성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는 일시적으로 태양을 가리는 구름일 뿐이다.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따뜻한 마음과 찬란한 빛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참모습이다."

문제는 언니가 맞닥뜨리는 숱한 관계와 상황들은 언니의 '본성'을 일깨워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즉, 본성을 가까이하기 위해 페마 초드론은 세 가지 명상법을 제안한다.

하나. 좌선 명상 (사마타-위빠사나 명상)
둘. 경구를 마음에 새기고 음미하는 명상 (로종 명상)
셋. 고통을 받아들이고 기쁨을 내보내는 명상 (통렌 명상)

하나. 좌선 명상 (사마타-위빠사나 명상)
반가부좌 자세로 앉아 허리를 곧추세우고 편안하게 호흡을 한다. 내쉬는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바라본다. 부정적인 생각이라 하여 일부러 무시할 필요도 없다. 그저 지금 자기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렇구나' 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둘. 경구를 마음에 새기고 음미하는 명상 (로종 명상)
《지금 있는 곳에서 시작하라》의 핵심이다. 불안, 두려움, 고통 등 삶의 어두운 측면을 장애물이 아니라, 내 안의 자비심을 일깨워줄 연료로 삼는 명상이다. 마음을 일깨워주는 59개 경구와 함께한다.

셋. 고통을 받아들이고 기쁨을 내보내는 명상 (통렌 명상)
'통렌'은 티베트어로 '주고받음'을 의미한다. "내보내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자기 자신에서부터 시작하라"는 경구에서 보듯, 통렌 명상은 '자비심'을 가까이함으로써 우리가 모두 연결된 존재임을 느끼게 한다.


《지금 있는 곳에서 시작하라》는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모든 상황과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해준다. 피하고 싶은 사람과의 관계도,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과의 관계도 모두 언니의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가기 위한 감사한 인연이라는 것이다.

또한 책을 통해 해본 사마타-위빠사나 명상은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 머무르는 데 좋은 계기가 되었다. 매 순간 들숨과 날숨을 통해 언니의 생명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금, 여기에 머무르지 못하는 이들에게, 내게는 삶의 어려움과 고통만이 주어진 것 같아 시무룩해진 이들에게 권한다. 《지금 있는 곳에서 시작하라》 찬찬히 한 자 한 자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