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TV채널을 돌리면 요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등푸른 자태 뽐내는 꽁치와 푸릇한 꽈리고추가 후라이팬 위에서 춤을 추고, 카메라는 사람의 눈이 미처 잡아내지 못한 찰나의 윤기까지 포착한다. 달큰한 간장냄새 맴도는 방송이 끝나면, 시청자들은 생생한 조리과정과 후기를 SNS에 담아내기 바쁘다. 포탈사이트 헤드라인에 대통령 중요발언과 일상요리 레시피가 나란히 걸리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세상이 됐다. 그야 말로 '쿡방' 열풍이다. 
 
매주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전국에 '집밥 열풍'을 몰고온 tvN '집밥 백선생', 전국팔도 요리 서바이벌 tvN '한식대첩', 올리브TV '신동엽, 성시경의 오늘 뭐 먹지?', 그리고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등. 종편과 케이블 TV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쿡방 열기는 지상파TV에까지 옮겨간 지 오래다. '셰프테이너'란 신조어가 탄생했을 정도로, 연예인 못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셰프들의 등장 또한 쿡방의 인기를 견인했다.
 
쿡방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인 식욕을 자극하면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식도락. 요리를 직접 하고, 보고, 맛 볼 때. 우리 뇌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 걸까? 
 
 
 
 
 
 
 
 
 
 
 
 
 
 
 
 
 
 
 
하고, 보고, 맛봐라! 뇌는 반응한다.  

1) 요리하면 오감이 깨어난다
요리는 여러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멀티 태스킹 행위다. 조리과정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오감을 모두 활용해 미각을 만족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뇌를 다 쓰는 행위라 할 수 있다.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 지능이론에 따르면 미각 후각 등 오감을 활성화시키는 교육을 받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두뇌발달 수준이 더 높다고 한다. 
 
2) 맛있는 음식은 뇌에 기억된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자연스레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이는 과거에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경험이 우리의 뇌에 반복적으로 저장되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조건반사다. 이 때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침과 소화효소가 촉진되는데 이는 소화가 잘 될 수 있게 도우려는 몸의 반응이다. 
 
3) 씹으면 두뇌는 개발된다 
꼭꼭 씹는 행위는 뇌를 운동시키는 방법 중 하나다. 치아와 뇌에는 말초신경과 중추신경을 연결하는 강력한 신경 네트워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작운동은 뇌의 운동피질을 크게 자극하고, 뇌로 가는 혈류량을 늘린다. 이 때 학습과 기억의 중요한 부위인 전전두엽과 해마의 혈중 산소농도가 올라가고, 세로토닌과 도파민과 같은 뇌 신경전달물질이 촉진되어 뇌가 더욱 활성화된다. 음식을 집어먹는 과정에서 젓가락질도 우리의 뇌를 활성화시키는 좋은 뇌운동이 된다. 젓가락질을 할 때 손가락은 물론이고 손바닥, 손목, 팔굽 등 30여 개의 관절과 50여 개의 근육이 움직인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소근육 운동은 물론 두뇌발달까지 촉진한다. 
 
끼니를 챙기는 일련의 과정에도 뇌과학이 숨어있다. 음식을 하고, 보고, 맛보는 행위는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두뇌활성화 과정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쿡방 열풍, TV앞에서 수동적으로 즐기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해봐도 괜찮겠다. 
 
이 글은 BR뇌교육 정기간행물 브레인에듀신문 vol.47호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