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가려는 사람들, 통제선을 넘는 이들을 저지하려는 경찰들. 영화 장면에서나 볼 법한 추격전이 헝가리 국경선에서는 종종 벌어진다. 오스트리아 등 7개국과 국경을 접한 헝가리가 중동 난민들에게 서유럽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관문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 문제와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가운데 유럽난민사태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3살 소년 쿠르디의 죽음에 이어 지난 8일에는 헝가리 기자의 난민 발길질 동영상이 국제적 공분을 사고 있다.

▲ 헝가리 여성 기자가 남성 난민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헝가리 N1TV 여성 기자 페트라 라슬로는 아이를 안고 가는 남성을 발로 걸어 넘어뜨리고, 경찰에 쫓겨 달아나는 여자아이에게 발길질을 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N1TV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여성 기자를 해임한 상태다. 온라인상에는 '페트라 라슬로 수치의 벽'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이 생기는 등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라슬로는 헝가리 보수지 '머저르 넴제트'와의 인터뷰에서 "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수백 명의 난민이 내 쪽으로 달려와 무서웠다. 손에 카메라를 든 상태에서 누가 나에게 달려오고 있는지 정확하게 보지 못했으며, 단지 나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느꼈다"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자기방어를 위한 행동이었다"는 그의 항변이 얼마나 사람들의 공감을 살지는 미지수이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남의 안위를 함부로 해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더군다나 그는 기자였다. 난민사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이 어떻든 언론인이기에 중립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취재에 임했어야 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비단 헝가리 기자의 해임과 비난론으로 현재의 난민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단지 라스로라는 한 사람을 통해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더욱 수면 위로 두드러졌을 뿐이다.

현재 유럽연합(EU)은 각 나라에 난민을 강제 할당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번 동영상 건으로 입방아에 오른 헝가리는 단일민족 성향과 기독교 정서가 강해 다른 종교를 가진 타민족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가 난민을 받고 있지만, 이는 단지 유럽국가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10일(현지시각) 미국이 난민 1만 명을 수용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유럽국가에 비하면 수용 숫자는 턱없이 적은 수치다. 그러나 지리상의 여건, 종교적 색채 등의 가시적 문제를 넘어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

이제는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이익만 챙기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진정 지구시민 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난민 문제가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21세기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정한 난민 수용국인 우리나라 역시 이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계 10위권대의 경제 대국으로서 난민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 때다.

 

 

 

 

 

 

 

글. 이효선 기자 sunnim03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