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사회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메르스는 사스(SARS) 등 다른 전염병들에 비해 전파력이 낮지만 사망률은 크게 높다. 아직까지 예방용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한 형편이라 국민이 전전긍긍하며, 메르스가 종식되기만을 바랐다.

▲ 정경희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교수
크게 보면 근대 이후 산업화의 발달로 물질적 풍요의 이면에 자리한 자연환경의 훼손과 오염, 또 인간성 상실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면역력의 약화 등에서 메르스 등 신종 전염병의 원인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환경적 조건, 또 사회적 조건이 바뀌지 않는 이상 메르스와 같은 질병이 앞으로도 계속 나타나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물질적 풍요가 인간 삶의 건강과 행복과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서도 재삼 절감하게 된다.

메르스와 같은 예상치 못한 질병의 공격에 물론 일차적으로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등의 직접적 대응이 필요하겠지만 좀 더 깊고 넓은 시각에서의 장기적인 대응 또한 필요하다. 좀 더 쉽고 안전하며 비용이 적게 들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근본적인 대안으로서 인체 면역력의 증가를 통한 자연치유력 강화를 고려해볼 수 있다.

참 다행스럽게도 우리 한국인에게는 오래전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치유력 회복을 위한 비법이 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는 자연과 사람이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생명력(기에너지)’ 내에서 상호 하나로 이어진 존재라고 보았다. ‘전체, 하나, 큼, 많음, 밝음’이라는 다중적 의미를 지닌 ‘한一’의 생명에너지 내에서 세상과 만물, 그리고 사람이 나왔고 상호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겨난 만물과 사람 중에서도 특히 사람은 이러한 생명력이 가장 온전하게 갖추어진 존재로 바라보았다. 이러한 생각은 특히 한국의 가장 오래된 신화이자 철학인 마고신화(마고사상) 속에 잘 나타나 있다.
마고신화에서는 우주의 근원적인 생명력을 ‘마고’라는 여신으로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그녀의 움직임에 의해 세상이 창조되었다고 설명한다. 곧 마고가 움직임을 시작하면서 생명력의 움직임인 율려(律呂)가 펼쳐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물질의 4대 요소인 ‘공기(氣)·불(火)·물(水)·흙(土)’으로 이루어진 현상의 물질세계가 생겨나고 또 많은 생명체들과 생명체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존재인 사람이 생겨나게 된다고 본다.
이렇게 우주의 근원적 생명력으로서의 마고가 현상의 물질세계를 만들어냈기에 물질세계의 이면에는 언제나 근원의 생명력 마고가 자리하게 된다. ‘기·화·수·토’로 이루어진 물질세계의 어떠한 변화상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생명력 마고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원리는 꼭 같이 적용된다. 기·화·수·토로 이루어져 있는 우리 몸의 이면에는 마고로 불리는 생명력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의 이면에 자리한 생명력이 온전히 발휘되고 있는 상태는 ‘품성이 순정하여 능히 조화(調和)를 알고, 혈기가 맑았으며, 귀로는 하늘의 소리를 듣는’ 것으로 설명되었다. 또한 ‘내면의 스스로 존재하는 법칙’, 곧 ‘자재율(自在律)’이 작동하는 상태로도 설명되었다. 또한 ‘이러한 사람들로 인해 세상까지도 조화로워졌다’고도 하였다. 사람들의 생명력이 발휘됨으로 인해 세상까지도 덩달아 생명력으로 충만해지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사람 내면에 자리한 생명력이 온전히 발휘된 상태가 곧 자연치유력이 발휘되어 면역력이 높아진 상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생명력을 원래의 근본 상태로(本) 바라보기에, 이를 회복하는(復) 것을 당연시하여 ‘생명력(本)의 회복(復)’, 곧 복본(復本)을 인간 삶의 당위이자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바라보았다.
이러한 자재율이나 생명력 회복(복본)의 전통은 지감․조식․금촉의 선도수련법으로 면면히 전승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으니, 오늘날 ‘마음의 관찰․호흡․온도’의 3대 요소를 강조하는 솔라바디 명상법이나 이를 간이화한 ‘국민스스로운동법’, 곧 ‘5분 뇌파진동(도리도리) 운동 ․ 5분 접시돌리기운동 ․ 5분 발끝치기 운동’ 또한 이러한 전통을 잇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선조가 남겨준,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위대한 유산은 ‘사람 내면에 언제나 홀로 스스로 존재하는 생명력이 주는 자재율(자연치유력)’에 대한 메시지일 것이다. 이는 오늘날과 같이 인류 문명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대에 이르러 더욱 귀한 교훈으로 다가온다.
 

 

글.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