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톈진(天津)항 화학물질창고 폭발 사고로 114명이 숨지고 70명이 숨지는 등 대규모 인명피해와 함께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톈진항은 중국 북부지역의 최대 종합물류항으로 화물 물동량 기준 세계 4위, 컨테이너 유동량 기준 세계 9위의 항만이다. 사고발생 후 폭발 현장에 맹독성 물질인 시안화나트륨 7백 톤을 비롯해 3천 톤의 위험 화학품이 적재돼 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폭발사고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금속도금, 광석제련, 살충제 등에 사용되는 시안화나트륨은 물과 반응하면 시안화수소라는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시안화수소는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독가스 성분이다.

최근 톈진 지역에 비가 내리면서 도로 위 빗물에서 흰색 거품이 일어나며 폭발사고 때 유출된 화학물질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때마침 지난 16일 서울 지역에 비가 내리면서 SNS를 통해 '비 맞으면 안 된다'는 괴담이 퍼지기도 했다.

환경부는 "기상상황과 지역적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고 오염물질의 국내 유입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톈진은 수도권과 직선거리로 800km 떨어진 북서쪽에 위치하고, 시안화나트륨은 공기보다 무거워 원거리 이동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톈진항 폭발사고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12년 구미 산업단지에서 12톤의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에 인부 5명이 사망하고, 1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치료를 받고, 농경지, 가축, 차량 등의 피해 역시 컸다.

그러나 화학물질 폭발사고는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화학사고는 2013년 87건에서 2014년 104건으로 20% 늘었다.

70~80년대 산업화 당시 각종 화학단지 공장이 들어섰고, 설비들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상반기 발생한 화학사고 중 40%가량이 노후설비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 화학물질 취급사업자 중 19%만이 지역주민에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학 사업장 안전강화를 위해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지역주민에 공개하고, 사고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안전지침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정부 역시 화학물질 공개 여부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생산설비 노후화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