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에 걸맞게 대한민국의 중심지라 불리는 서울 광화문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왕복 16차선 세종로 일대는 이미 차량 진입이 통제되었다. 낮이고 밤이고 차들이 가득했던 도로 위에는 남녀노소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곳곳에서는 광복 7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가 벌어졌고 이날만큼은 너나없이 태극기를 손에 들고 가방에 걸고 옷으로 입고 다녔다.

▲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화문을 수놓은 태극기나무 [사진=강만금 기자]

광화문 인근 청계광장에서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된 서울국학운동시민연합의 광복절 기념행사를 취재한 뒤 근처 카페에서 취재 내용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고스란히 다른 행사가 이어졌다.

날이 날이니만큼 많은 단체에서 광복절을 축하하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좀 달라 보인다. 파란 모자와 파란 조끼, 군복 바지를 입은 어르신들이 일사불란하게 모여들었다. 거기에 주황색 셔츠를 입은 아주머니들도 많았는데 등 뒤에 써진 숫자가 ‘67주년’이다. 몇 해 전 광복절 행사 때 맞추신 옷인가 갸우뚱하고 카페에서 나와 무대를 봤다. 무대에는 ‘대한민국 건국 67주년 기념 국민대회’였다. 광복절이 아니었다.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재향경우회 등 300여 개 보수단체가 참여한 애국단체총협의회와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이 개최한 ‘건국 67주년’ 행사였다. 이들은 1945년 8월 15일을 ‘해방기념일’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기념일’이라고 말한다.

이날 행사에서도 무대에서는 줄곧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라는 말은 틀렸다. ‘건국 67주년’이 맞다. 정부의 무능으로 그 의미가 혼선을 빚고 있다”며 “1948년 8월 15일 이승만 건국대통령의 건국절을 기념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드높였다.

행사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같은 말을 반복했다. 김 대표는 “67년 전 이승만 건국대통령의 뜻에 따른 대한민국의 건국이 있었기에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 되었다”며 “대한민국의 번영을 가능케 한 이승만 건국대통령을 국부(國父)로 예우해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많은 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기독교총연합회 대표도 있었고 동성애반대 단체 대표도 있었다. 청년 대표로 대학생도 무대에 올라 이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때늦은 역사논쟁 종식”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황스러웠다. ‘애국’과 ‘자유주의’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뉴라이트’의 행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김구, 안중근과 같은 항일 독립운동가를 ‘테러리스트’라 한다.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에게 ‘돈을 위해 몸을 판 창녀’라고 주장한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법적, 사료적 근거가 있다고 말한다.

뉴라이트가 말하는 "좌편향 대한민국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새도 양쪽 날개가 있어야 제대로 날 수 있듯이 발전을 위하여 나라에는 진보와 보수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민사관에 근거하여 일본 우익들의 주장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뉴라이트에게 ‘애국’과 ‘자유’라는 가치를 내어줄 수는 없다.

언제쯤 이 땅에서 그 어떤 신념보다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것을 감사하며, 그 민족이 지난한 역사의 아픔을 지나 이렇게 함께하고 있음을 기뻐하는 광복절을 맞이할 수 있을까. 틀리고 맞고가 아니라, 우리 언제쯤 단군할아버지의 ‘홍익’이라는 큰 정신 아래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