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학원 제145회 국민강좌에서 강연하는 이을형 전 숭실대 교수(사진=윤한주 기자)

“아직도 조선 말기의 모습이 우리 정치권이나 온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 일제가 심어놓은 식민사관은 우리의 가치관을 변질시켜서 광복 70년을 맞고도 여전하다. 우리의 병폐는 아직도 쇄국적이고 독단적인 자세가 문제인 데다 떼만 쓰면 된다는 사고는 바뀌어야 한다.”

이을형 전 교수(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은 지난 11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국학원 주최로 열린 제145회 국민강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독도 등 한일관계는 ‘뗏법’이 아니라 국제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강화도조약, 을사늑약 등 과거의 실패에 있다.

일본은 1873년 영국에서 구입한 운양호(雲揚號)를 강화도에 보냈다. 측량 등 국제법을 어기는 불법행위를 했지만 조선이 국제법을 어겼다고 억지를 부리며 ‘강화도 조약’을 체결했다. 이어 1910년 ‘한일늑약’으로 나라를 잃게 됐다. 순종 황제는 “짐은 이런 조약에 서명·날인한 적이 없다”고 유언으로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교수는 “대한제국은 일본과 합법적인 조약을 체결한 일이 없다. 일본은 자기들이 가져온 양면괘지에 제멋대로 쓰고 조작한 늑약을 조약이라 하는데, 이를 조약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명성황후 시해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늑탈하고 사죄나 보상도 제대로 하지 않은 억지괴변을 늘어놓으며 다시 독도까지 넘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 국학원 제145회 국민강좌에서 강연하는 이을형 전 숭실대 교수(사진=윤한주 기자)

이 교수는 일본과의 대응은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The Law of Treaties) 제65조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조항은 ‘조약의 무효 또는 종료, 조약탈퇴, 조약운영절차에 관한 절차로서 취해야 할 조치 및 이유를 포함해 통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돼 있다. 한·일기본협정 제2조의 ‘구 조약의 무효’와 ‘신 어업협정’에 독도를 공동관리 할 이유가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일 간의 정상화를 기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일제가 무력을 앞세워 감행한 조약이 아닌 늑약들이 무효이고, 한·일 협정 제2조가 잘못되었으며, ‘신 어업협정’에 독도를 공동 관리할 아무런 이유가 없음을 분명하게 석명(釋明)하고 이를 폐기한다는 ‘통고’를 일본에 정식으로 해야 독도침탈행위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일제 지배하의 모든 책임을 새로 물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제법 전문가 양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지난 6∼70년대 고광림(高光林) 박사가 ‘한·일 대륙붕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자 일본은 7명의 국비유학생을 즉각 미국에 유학 보내 대응해 오기도 했다. 지난날 우리가 일본에 당한 것은 국제 감각이 전혀 없고 국제법이 무지한 상황에서 부패한 조정과 위정자들의 애국심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지금도 일본은 우리의 무분별하면서 원칙이 없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독도도발을 자신 있게 강행하고 있다”라며 “우리의 가치관은 지금 일본이 식민사관을 심어놓은 대한제국 말기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달라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146회 국민강좌는 오는 9월 8일 화요일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열린다. 우리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시민은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