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기는 헬조선, 지옥불반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에서 취업 활동을 포기한 청년의 비중을 조사했는데 우리나라가 3위에 올랐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이 무슨 뜻인가 살펴보니 20~30대 청년들이 이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청년들은 대한민국을 ‘헬(hell, 지옥)조선’이라 했고, 불기둥이 치솟는 한반도라는 뜻으로 '지옥 불 반도’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지옥’ 같은 이 나라를 뜨기 위해, 이들의 표현에 따르면 ‘탈(脫)조선’ 하기 위해 ‘이민계’에 드는 청년들도 상당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이른바 명문대를 졸업한 고학력의 고연봉 청년들이 많다. 핀란드나 덴마크와 같이 사회 보장 제도가 잘 된 ‘북유럽 국가’로의 이민을 위해 돈을 모으거나 용접, 자동차 정비와 같은 기술을 연마하여 ‘기술이민’을 노리고 있다.

무슨 이유로 이 나라 청년들은 대한민국을 ‘지옥’이라 부르며 탈출하고 싶어 하는 것인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청년 고용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현재,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데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층(15~29세)의 비율이 20.1%, 29만 5,000명에 달했다. 청년 5명 중 1명은 학교에 다니지도, 직업 훈련을 받지도, 일하지도 않고 있다는 말이다. 청년 실업자 수는 무려 74만 4,000명이나 된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청년 중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으면서 구직 활동을 포기한 청년의 비율(15.6%, 2013년 기준)이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 OECD 회원국 평균인 8.2%의 두 배에 달한다. 우리나라보다 비중이 높은 나라는 터키(24.9%)와 멕시코(18.5%)뿐이다.

청년이 구직활동을 포기했다는 것은 경제활동의 주체가 될 의사를 버렸다는 의미다. 고정 소득을 토대로 소비도 하고 취업 이후 삶의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연애나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은 철저히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삶의 가능성이 차단된 것이다.

청년 실업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기에 정치권에서도 해결하고자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국회는 청년 일자리 창출 특별위원회를 비롯해 일자리 마련을 위한 여러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2017년까지 20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청년 고용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국회가 만든 ‘일자리’ 위원회는 탁상공론을 하며 서로 힘겨루기 하느라 바쁘다. 정부의 고용 대책은 또다시 청년들에게 ‘인턴’과 같은 비정규직을 제안한다. 자립하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내몰린 청년들이 ‘헬조선’ ‘지옥불반도’를 외치며 ‘탈조선’을 꿈꾸는 이유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모호한 말로 청년들에게 자신을 더 채찍질하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만 나서서 목소리를 낸다고 풀릴 문제도 아니다.

우선 기업이 나서야 한다. 기업은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 제공을 통한 ‘고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안정된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청년들도 구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

청년이 희망을 갖지 못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취직하지 못해 결혼도, 출산도, 소비도 하지 않는 이들이 만들 대한민국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